<다큐 10+>, 250만원짜리 자동차에 담긴 철학
, 250만원짜리 자동차에 담긴 철학" /> 월-수 EBS 밤 11시 10분
2009년, 인도에서는 10만 루피(한화 약 250만원)짜리 자동차가 공개되었다.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의 터닝 포인트를 점검하는 ‘자동차 혁명’ 시리즈의 두 번째 편인 ‘세계에서 가장 싼 자동차’는 저렴한 가격을 목표로 개발된 ‘타타 나노’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이 다큐는 경제적 격동기를 겪으며 살아남아 아흔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게 된 타타그룹과 인도 인구의 30%를 차지하게 된 신흥 중산층의 성장 배경을 찬찬히 짚어준다. 만성적인 교통체증과 소득수준 때문에 소형차 선호도가 유난히 높은 인도의 현실과 젊은 중산층의 마이카에 대한 선망, 전례 없이 공격적인 인수 합병을 통해 세계 진출을 도모하는 타타 기업의 경영 방침이 만나는 지점에서 ‘세계 최저가 자동차’가 탄생하게 되었다는 설명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 다큐는 외부적인 이유로 기이하다. 나노 출시 이전까지 인도 소형차 시장의 우위를 점하고 있었던 스즈키의 관계자는 “품질을 낮출 수는 없으니 그렇게 싸게 만들 수 없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타타 그룹의 라탄 타타 회장은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도 자동차나 자기 집을 갖고 살 수 있게 하자”는 창업 이념을 위해 에어컨도 없고, 수동으로 차창을 컨트롤해야 하며 최대 시속이 100km에 불과하지만 엄연히 4인승 패밀리카인 나노의 기적을 만들어 냈다. 게다가 소비자들은 이를 두고 “타타가 만들었으니 믿고 산다”고 말한다. 불가사의할 정도로 서로를 신뢰하는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는 타타그룹의 경영자가 기부와 자선활동을 중요하게 여기는 조로아스터교의 신자라는 것 정도다. 시장을 이해하고 소비자의 현실적인 요구를 파악한 분석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 믿음의 경영이 아무래도 불가해하다는 사실이 슬프다. 그리고 동 시간에 타 방송에서 송출된 뉴스가 ‘종교 갈등’과 ‘SSM 입점문제’인 사회에서는 그 불가해가 당연하다는 사실은 더욱 슬프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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