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식상함을 위한 처방전
‘1박 2일’, 식상함을 위한 처방전
‘1박 2일’ 일 KBS2 오후 5시 20분
‘1박 2일’은 진솔한 인간미를 추구하는 동시에 매우 작위적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여행의 낭만, 우정을 강조하고 복불복이라는 럭비공 같은 상황들 속에서 웃음을 만들어내지만 아스라한 감정을 품는 것에서부터 웃음을 만드는 방식까지 틀을 만들어놓고 강권하는 식이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의 요소는 여행, 풍경, 유쾌한 인연 그리고 게임인데 최근 ‘1박 2일’은 너무나 멤버들 간의 게임에만 몰두했다. 도화지 속의 풍경만 바뀔 뿐 예측 가능한 패턴의 대사와 억지가 무한 반복되면서 닭과 달걀의 선후 논쟁과 비슷하게 어떤 이유로든 식상해졌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캐릭터의 성장이 멈추었다는 것. 이수근처럼 개인적인 발전이 눈에 띄는 멤버는 있지만 캐릭터간의 합이나 역할이 고착화되어 더 이상의 시너지는 물론 새로운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 거기다 김C라는 가장 독특한 지점에 있던 멤버가 빠지니 스토리도 더욱 단조로워졌다.
아예 다큐로 콘셉트를 확실히 한 지리산 둘레길 특집은 이런 현 상황에 대한 적절한 처방이자 지피지기가 확실한 영민한 대처다. 반전을 거듭하며 복불복과 게임을 해야 할 멤버들을 과감하게 각기 따로 떨어뜨려 놓고 뒤로 빠져서 지리산 풍경의 아름다움과 여행의 즐거움, 그리고 길 위의 인연을 주목한다. ‘1박 2일’만의, 아저씨들마저 꿈틀거리게 하는 인간미의 발현이다. MBC 이 조금 모자란 멤버들의 무모한 도전을 통해 감동을 낳고, ‘남자의 자격’이 생초짜 아마추어들이 합창대회에 나가 ‘꿈’을 노래하며 대리만족을 선사한다면 ‘1박 2일’은 시청자도 기꺼이 떠나보라고, 화면 속으로 들어오라고 손짓을 한다. 길 위에서 언제든 그들을 마주칠 것만 같은 친근함. 잠시 주춤할지언정 ‘1박 2일’은 스스로 예능을 넘어 하나의 문화가 되었음을 알고 있었다.

글. 김교석(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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