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남자>, 이미지와 함께 사라지다
, 이미지와 함께 사라지다" /> SBS 마지막회 밤 9시 55분
“내가 가려는 곳은 어디일까. 천국일까, 지옥일까.” 첫 회에 물속으로 빠져들던 건욱(김남길)의 내레이션은, 결국 자살로 마감된 건욱의 최후에도 반복되었다. 사실 라는 세계를 지배한 것은 건욱이 아니라 신여사(김혜옥)었다. 신여사는 건욱의 삶이 오직 복수에 초점을 맞추어가도록 만든 처음이자 마지막 사람이고, 속 세계의 비틀림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다. 재판을 마치고 건욱이 바로 그 ‘홍태성’인 것을 알려주면서 “내가 이긴 거야”라고 말하는 순간, 가상의 것, 곧 ‘이미지’로만 만들어진 건욱의 ‘복수 판타지’는 한 순간에 깨져버리고 만다. 어쩌면 모네(정소민)의 총에 맞고, 스스로 죽음을 택하러 떠나기 이전에 건욱은 그 순간 이미 죽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재인(한가인)은 오래 전에 만들어진 건욱의 흉터 너머, 그 흉터보다 더 큰 마음의 상처를 받아온 건욱을 구원하기엔 너무 오래 돌아 그에게 왔다. 마치 하늘에서 강림하듯 내려왔던 건욱이, 물속으로 천천히 빠져들며 끝났던 의 첫 회는 드라마 전체를 미리 보여준 것이었다. 건욱은 ‘진짜 나’를 찾겠다고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고, 모든 사람을 매혹 시키는 것으로 복수를 시작했고, 진짜 자신을 알고 있었던 단 한 사람으로 인해 파멸했다. 그 복수의 시간들 동안 펼쳐진 지나치게 많았던 이미지와 상징, 비유와 은유들 역시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유리 가면 뒤로 숨어버리고, 기어코 건욱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허무함만이 남았다. 그래서 거의 모든 것이 “미상”인 남자의 비극적인 죽음은, 이미지는 남고 드라마는 사라진 의 마지막에 썩 어울린다. 그렇게 모두를 매혹시키고 결국 자신은 파멸해 버린 건욱이 간 곳은 천국이었을까, 지옥이었을까.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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