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거짓말을 해봐>, 못 만든 드라마의 총체적 난국
, 못 만든 드라마의 총체적 난국" /> 9회 SBS 월-화 밤 9시 55분
지금까지 를 지켜보는 것이 불안하고 불편했던 이유는 잘못 묶인 채 뒤뚱 거리며 걷는 이인삼각 경주를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첫사랑을 뺏어간 친구의 도발에 결혼 사기극을 벌인다는 무리한 설정에 공감은 물론 이해하기 조차 힘든 민폐 덩어리 여자 주인공과 좀 전에 키스하고는 돌아서서 외면하는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남자 주인공. 여기에 클리셰란 클리셰는 모두 끌어 온 듯, 한 치 앞이 빤히 보이는 사건들의 나열까지. 설정과 캐릭터, 사건이 시너지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서로의 발목을 잡으며 드라마를 내내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위태롭던 이 드라마도 8회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정(윤은혜)이 소란(홍수현)에게 거짓말을 털어놓으며 반전의 기회를 맞는 듯 했다. 드라마의 2막이 시작되는 9회를 기다렸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제의 9회는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잘못 묶인 끈을 고쳐 매면 적어도 남은 절반의 레이스를 응원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다시 무너뜨렸다. 아정이 머리카락을 자르고 일에 전념하는 모습으로 실연의 아픔을 극복하려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능한 기업인이라는 기준(강지환)이 리조트 사업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을 감정적으로 처리하는 전개도 일부분 이해할 수 있다. 아정이 상처받은 마음에 정처 없이 헤매다 입산금지 된 등산로로 올라가 결국 조난을 당하고, 이를 기준이 찾게 되는 전개도 굉장한 무리수지만 로맨스를 위한 극적 장치로 보자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한 회 안에서 기계적으로 나열되고, 캐릭터의 감정을 설득시키지 못한 채 오직 사건을 위한 사건으로만 존재하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다.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를 입고도 고군분투하는 배우들의 열연만으로는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이야기 전체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인 이 이상한 드라마는 구원받기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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