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 수첩 >, 아랍의 봄 = 서울의 봄
, 아랍의 봄 = 서울의 봄" />< PD 수첩 > MBC 화 밤 11시 15분
어제 < PD 수첩 >은 중동 민주화 운동 현지 취재 방송에 앞서 ‘생생이슈’ 코너에서 최근 논란이 된 30분 배달제에 가려진 피자배달원들의 현실을 다뤘다. 수천 명의 사상자를 배출한 거대한 세계사적 사건과 국내 피자업체들의 서비스 경쟁이 낳은 한 교통사고. 일견 거리가 있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지켜보는 동안 두 이슈를 관통하는 낯익은 얼굴을 만나게 된다. 안전 장비도 제대로 구비하지 않은 채 속도 경쟁의 압박으로 결국 사망에 이른 19세 피자배달 소년, 그리고 19세 때부터 노점에서 과일 행상을 하다가 경찰의 과잉 단속에 항의하며 분신에 이른 튀니지의 26세 청년. 모두 잔혹한 경제 논리에 내몰려 희생당한 새파란 젊은이들이다. 역사적, 국가적 맥락은 상이하지만 두 죽음의 근본에는 제도권이 외면한 가난과 소외의 현실이 있다. 지금 아랍권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저 민주화 운동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그렇게 억압하는 자와 억압당하는 약자의 얼굴이 늘 같기 때문이다. 전투기와 탱크에 학살당하는 리비아 국민들의 상처는 우리 광주의 역사에서 멀지 않으며, “모든 국민은 정부를 바꿀 권리가 있습니다!”라고 외치는 이집트 시위대의 구호는 과거 우리의 외침과 닮아 있다. 이집트 타흐리드 광장에 운집한 수십만의 민중은 바로 몇 년 전 우리 광장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렇게 ‘프라하의 봄’으로부터 명명된 ‘아랍의 봄’은 곧 우리의 ‘서울의 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어제 더 의미심장했던 < PD 수첩 >의 마지막 논평으로 글을 마칠 수밖에 없다. “국민의 고통에 눈감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권력의 말로는 비참할 수밖에 없다는 것, 다시 한 번 역사 속 진리로 새겨지게 됐습니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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