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신> vs <바람 불어 좋은 날>
vs <바람 불어 좋은 날>" /> KBS 월-화 저녁 10시
병문고에서 ‘스승의 날’ 노래가 들린다. 천하대 특별반 아이들이 ‘스승’을 위해 부른 것이다. 자칭 ‘입시 트레이너’인 강석호(김수로)가 데려온 교사들이 ‘스승’으로 대접받는 아이러니는 의 교육관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만을 주장하는 강석호의 교육관은 사교육의 공교육화로 보이겠지만, 사실 그건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천하대 특별반 교사들이 자기 잇속을 차리는 앤서니 양(이병준)도 아이들에게는 열성적인 반면, 일반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무관심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교육의 문제는 ‘스승’이 될 수 없는 열정 없는 교사들 때문이고, 그들이 실력과 열정을 가진 강석호를 몰아내려는 것이 의 기본 갈등이다. 에는 왜 한국 교육 시스템이 열정적인 교사를 키워내지 못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 같은 건 없다. 그리고 이 편협한 교육관은 을 점점 지루하게 만든다. 모든 교육 문제를 교사 개인의 탓으로 돌리면서, 은 모든 문제의 해결책으로 진심만을 강조한다. 강석호가 해고 위기에서 벗어난 건 아이들과 강석호의 진심에 감동한 사람들이 강석호에 대한 문제제기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시험이 제시되고, 교사들이 비법을 가르치고, 시험기간이 끝날 때 쯤 진심이라는 또 다른 비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매 회 이야기의 전개 방식은 똑같고, 그 사이 아이들이 공부를 해야 했던 절실한 이유들은 희석된다. 지금 천하대 특별반 아이들은 그들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기 위해 사연을 붙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거야말로 주입식 드라마의 폐해 아닌가.
글 강명석
<공부의 신> vs <바람 불어 좋은 날>
vs <바람 불어 좋은 날>" /> 1회 KBS1 저녁 8시 25분
일일 드라마, 특히 KBS 일일 드라마에는 일관된 법칙이 있다. 가난하고 가진 것 없고 가족도 없거나 있더라도 민폐덩어리일 뿐이지만 밝고 꿋꿋한 여주인공의 존재는 그 법칙의 시작이다. 3대가 함께 사는 화목한 가정 출신의 성실하고 유능한 남자, 후계자 따위에는 관심 없다고 쿨하게 말하는 재벌 2세도 필수다. 주부 시청자들이 반복적으로 시청하는 만큼 너무 복잡하거나 현실적인 내용을 담아서도 안 된다. 회사라는 조직은 남편을 꽉 잡고 사는 사장 연실(나영희)이 서른도 안 된 신임 팀장 대한(진이한)에게 “신제품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서 우리 회사 매출 신장에 한몫 해주길 바래요” 라고 당부하는 대사로 그려지고 연애는 “어떻게 남자랑 단둘이 여행을 가”냐며 내숭 떨던 만세(서효림)가 연적을 격퇴하기 위해 배에 바가지를 넣고 임신했다고 거짓말하는 수준의 희극으로 펼쳐진다. 물론 일일 드라마의 ‘발단’ 부분은 훗날 주인공들의 결혼을 둘러싸고 모든 등장인물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게 만들기 위한 포석을 까는 과정에 불과하므로 여자친구에게 채였다 해서 한강 다리에 매달려 자살 쇼를 벌이는 민국(이현진)의 오버 역시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설정인지 연기력 미숙인지 판단하기 애매한 몇몇 젊은 배우의 코믹 연기는 아쉽지만 주인공인 똑순이 캔디 오복 역의 김소은은 비교적 안정된 연기를 보인다. 단지 이 평범한 설정에서 시작된 드라마가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가족 잔혹 막장 드라마들의 전철을 밟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리고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참신한 전개가 아닐 수 없겠다.
글 최지은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