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MBC 토 오후 6시 30분
조삼모사, 일희일비는 <무한도전>팬이라면 가장 먼저 버려야 할 태도다. 한 회에 모든 것을 담아내기보다 역사 속에 이리저리 반복되며 이어지는 역사를 알면 알수록 웃음이 배가되는 것이 바로 <무한도전>이다. 그래서 <무한도전>은 요 몇 주 동안 빵빵 터지지 않았다고, 성급해하지 않고 오히려 돌아가는 법을 택했다. 이번에 방영한 초등학교 여름방학 특집은 돌아오는 계절마다 한 번씩 선보이는 소풍 특집과 궤를 같이 하는 익숙한 콘셉트다. 멤버들의 캐릭터를 극대화하는 초등학생 분장을 통해서 더욱 원초적인 몸개그와 유치함을 작렬시키는 데 최적화된 포맷이다. 그러나 <무한도전>답게 매번 변주가 있는 법, 그냥 노는 것이 아니라 개학을 앞두고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지난날들을 돌아보고 멤버들의 캐릭터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실제 박명수의 성적표를 공개해 배꼽을 잡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시청자들이 작성한 예능 성적표를 공개한 것이 하이라이트. 이에 출연자의 보호자(가족)는 시청자와 상호인터렉티브한 관계 형성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가정통신문까지 써왔다. 또한 군산의 몽키스패너, 유재석 아버지와 IMF, 쭈구리 등등의 그동안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했던 과거사와 가족 개그를 총정리했다. 또, 57회의 막말로 라디오 진행자 중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막말 1인자로 꼽힌 박명수가 혹시나 위축될까 발을 동동 굴렀는데 본인의 언어유희에 대해 대쪽 같은 의지로 항변해서 기쁘게 했다. 물론, 길과 노홍철의 도덕점수가 ‘미’ 인 것과 같은 이유 때문에 예전처럼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남자들이라는 콘셉트와 거기서 파생되는 몸개그의 총체인 스프릿이 예전만 같지 않게 느껴지지만, 정리를 잘하고 다짐을 새롭게 한 만큼 다음 학기에는 배불러진 멤버들의 배를 어떻게 고프게 할지 기대가 된다.
글 김교석

<슈퍼스타K> Mnet 금 오후 11시
<슈퍼스타K>를 통해 8년 만에 기적 같은 부활의 드라마를 꿈꾸었던 구슬기도, 아마도 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가장 큰 응원을 받았을 김현지의 제자 정은우도 탈락했다. 이효리와 시청자 모두를 울렸던 ‘여인천하’팀 역시 전원 불합격의 쓴 잔을 마셨다. <슈퍼스타K>는 마지막 무대에 오를 10명을 택하는 과정에서 다수 시청자들의 기대를 배신했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결과를 배신이라고 할 수 없다. 결과는 정해져있던 것이고, <슈퍼스타K>는 도리어 이 ‘배신의 결과’를 통해 오디션장 바깥의 소리들이 아니라 그 안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평가만으로 합격자를 결정한다는 리얼리티를 획득한다. 최종합격자를 선정하는 중요한 순간에, 듀엣을 이뤄 노래를 부르라는 미션은 사실 적합하지 않은 것이었다. 개개인의 역량을 전체 진출자와 대비하여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에 선 두 사람 중에 나은 사람을 선정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평균 수준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이는 듀엣의 탈락자가, 또 다른 듀엣의 합격자보다 더 나은 실력을 가진 것으로 느껴졌던 점, 여기서 걸러진 14인의 합격자 중 다시 4인의 탈락자를 선정하는 과정이 면접으로 이루어져 기준이 모호했던 부분은, 만약 <슈퍼스타K>의 다음 시즌이 있다면 개선되어야 할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얼마간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의 최종 10인 선정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그 결과가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슈퍼스타K>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 어느 정도 이상의 성취를 거두었다는 것은 증명되었다. 그리고 탈락자들 역시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발견’되었고, 앞으로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다. 더 큰 기회와 상금은 그들의 것이 되지 않았지만, 진짜 대중이 선택할 ‘슈퍼스타’가 누가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모든 쇼가 막을 내린 그 이후의 대결이, 최종 10인의 마지막 생방송 오디션보다 더욱 기대된다.
글 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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