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 KBS 수-목 밤 9시 55분
<파트너>는 강은호 (김현주)의 권투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그녀가 사각 링 안에 서 있는 건 승부를 위해서도, 단순히 권투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서도 아니다. 아버지의 가정폭력이 세습돼 친구를 폭행하게 된 학생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주며 “때려! 때리는데 엄한 놈 때리지 말고 글로브 끼고 해”라고 소리치는 장면은, 그녀에게 있어서 링이란 존재는 궁극적으로 해소와 정화의 공간이란 걸 알게 한다. 이 첫 시퀀스는 은호의 캐릭터와 함께 그녀가 법 혹은 법정을 대하는 태도를 단번에 설명한다. 그녀를 지배하는 건 시비를 가려 정의를 곧추세우겠다는 원대한 욕망이라기보단 사건 사이에서 일어난, 또는 사건 내부에 가려져 있는 여러 인간적 반목, 상처 등을 투명하게 풀고자 함에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1화만 보고 단언하긴 어렵지만 그게 이 드라마의 정체성인 듯도 하다. 객관적 사실보다는 인물들의 감정에 좀 더 초점을 맞추면서 ‘동생을 죽인 오빠’ 사건에 접근하는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파트너>의 첫 회는 해독하기 쉬운 설정들이 많아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태조(이동욱)와 그 형과의 대결, ‘이김’ 법무법인과 ‘해윤’ 대형로펌 간의 예고된 싸움 등등. 하지만 세심하게 이야기를 주조해나갈 수만 있다면 뻔한 설정도 나쁠 건 없다. 도리어 <파트너>는 앞으로 등장할 원고나 피고들의 사연을 얼마나 잘 그려내느냐에 따라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기 수월한 구조이다. 당장만 봐도 ‘동생을 죽인 오빠’사건의 전말에 대한 궁금증이 다음 편을 챙겨볼 마음을 먹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글 정진아

<트리플> MBC 수-목 밤 9시 55분
에서 지난주까지 가장 눈에 띄는 건 소품이었다. 아무리 트렌디 드라마라 하더라도 <커피프린스 1호점>의 성공에 도취한 나머지 극단적인 스타일 과잉으로 치닫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윤계상, 이선균과 이정재는 <느낌>의 트로이카 이정재, 김민종, 손지창과 자연스레 오버랩 됐다. 쿨한 태도나 배경, 심지어 극중 여주인공의 처지까지 비슷했다. 그러나 90년대의 전유물인 ‘청춘이니까’라는 대책 없는 태도는 괴리감을 자아냈고 당황스런 다이알로그, 한 집에 사는 친구가 친구의 부인을 사랑한다는 설정도 이해가 안 됐다. 게다가 중학교부터 직장까지 같이 다니며 함께 살아온 친구 몰래 결혼을 했었다니, ‘출생의 비밀’의 밀레니엄 버전이다. 그런데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오해였는지도 모른다. 이제 소품은 드라마 속으로 들어갔다. 한없이 가벼워보였던 4회까지와는 달리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당위성과 갈등이 싹트기 시작했다. 일단 하루(민효린)란 명랑순정만화 캐릭터가 설명되고 있고, 그녀에게 미션과 감정이 주어졌다. 하루의 꿈과 사랑, 현태(윤계상)와 신활(이정재)과 최수인(이하나)의 삼각관계, 본드 팩토리의 성공신화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리라. 앞으로 더욱 기대가 되는 것은 어제 이정재가 한 인터뷰 때문이다. 초반부를 재미에 주안점을 두고 찍었다는 것. 앞으로는 감정선 위주로 보여준다는데 최소한 앞으로 초반과 같은 느낌은 아니라니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이 드라마는 트랜디 드라마가 아니라 각종 전쟁 같은 사랑의 유형이 나오는 <사랑과 전쟁>의 청춘판 스핀오프가 될지도 모른다.
글 김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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