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밤> ‘오빠 밴드’ MBC 일 오후 5시 20분
주말 프라임 타임 예능의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몇 달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망’, ‘퀴즈 프린스’ 등이 짧은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종영한 자리에 새롭게 신설된 코너 ‘오빠 밴드’는 그동안 실패한 코너들이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확인하는 첫 발을 내딛었다. 오프닝부터 “락은 제 전부”라고 말하는 정모와 “락이 뭐죠?”라고 되묻는 박현빈의 대조를 보여주었던 이 방송은 개그맨이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자못 진지한 신동엽과 가수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주는 탁재훈의 캐릭터 충돌로 전체적인 흐름을 끌고 나갔다. 이에 더해 의뭉스러운 에이전트로서 역할이 예상되는 김구라와 어떤 이들에게는 낯선 인물일 수 있는 유영석의 등장으로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를 추구했다. 단지 다양한 인물이 난립하는 것으로 우발적인 재미를 기대했던 이전의 코너들보다 한결 정제된 구성이다. 그러나 인물만으로 프로그램을 끌고 나갈 수는 없는 법. ‘오빠 밴드’는 아직 ‘어설픈 밴드의 성장기’를 보여주어야만 하는 목적을 스스로 설정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게다가 이날 방송된 셀프 카메라와 다음 주 예고를 통해 몇몇 인물의 실제 가족들이 부각되는 것으로 보아 밴드라는 형식을 빌려 특정인들의 리얼 카메라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아직 그 방향이 뚜렷하지 않은 이 프로그램의 속내가 다만 건강하고 짜임새 있는 모양을 품고 있기를 바란다. 더 이상의 조기종영은 시청자 입장에서도 이제는 불편한 일이다.
글 윤희성

<2009 외인구단> MBC 마지막회 오후 9시 55분
조기종영 앞에서 제대로 된 엔딩을 보여준다는 건 분명히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오혜성이 팔을 못 쓰게 된 상황에서 외인구단에 합류하기까지 2회를 잡아먹은 게으른 진행과 오혜성과 마동탁의 마지막 승부는커녕 엄지의 딸 세연과 오혜성의 관계조차 마무리 짓지 못한 어설픈 결말을 합리화하진 못한다. 이쯤 되면 과연 이 드라마가 최소한의 그림, 원작 를 최대한 따를 것인지 혹은 전혀 다르지만 납득할 만한 리메이크를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계획이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러워진다. 신념이 아닌 정신병적 강박으로 강함과 전승 기록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던 손병호 감독은 서부의 투수 황영에게 승부는 상관없으니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라는 간지러운 충고를 하고, 시합 내내 외인구단을 방해한 서부의 기존 멤버는 결국 서부가 이기자 갑자기 진심으로 외인구단과 함께 승리를 기뻐한다. 작품을 어떻게든 이어가는데 급급한 대본에서 개연성은 오혜성의 홈런볼과 함께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아갈 뿐이고, 개연성 없는 대본에서 등장인물들은 모두 제정신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2009 외인구단>이야말로 올해 가장 실험적인 드라마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과거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이 이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쓰던 자동기술법을 대본 작성에 활용하다니 이 얼마나 아방가르드한 시도인가.
글 위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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