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KBS 연기대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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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KBS 연기대상'이 이순재의 대상 수상으로 마무리지었다. 이날 이순재는 방송 3사 역대 최고령 수상자, 인생 첫 KBS 연기대상을 손에 쥐는 영광을 얻게 됐다.

11일 오후 '2024 KBS 연기대상'이 방송됐다. KBS는 지난달 31일 연기대상 시상식을 개최했으나, 무안공항 참사 여파에 따른 국가애도기간이라는 점을 고려해 생중계하지 않고 대신 이날 녹화분을 내보냈다. 진행은 장성규, 서현, 문상민이 맡았다.

어두운 표정으로 등장한 MC들은 얼마 전 있었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에 추모의 뜻을 전했다.

장성규는 "얼마 전 우리 국민 모두에게 가슴 아픈 사고가 있었다. 여객기 참사 희생자분들과 유가족분들게 깊은 위로와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추모했다.
/ 사진=KBS 연기대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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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다수 배우들이 시상을 위해 등장했다. 특히 배우 이영애가 인기상 시상을 위해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영애가 등장하자 일부 배우들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기도. 특히 배우 김명수는 입을 벌린 채 깜짝 놀라 넋을 잃은 듯한 모습이 포착돼 웃음을 자아냈다.

이영애는 "오랜만에 이 자리에 선 이유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은수 좋은 날'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2025년에 인사드리게 됐다. 극 중 저는 소중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위험천만한 거래에 가담하게 되는 평범한 주부 강은수 역"이라며 "지금도 많은 분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이영애는 "KBS 인기상을 저도 과거 받은 적 있다. 모든 상이 귀하지만, 그 중에서도 인기상은 여러분의 사랑을 듬뿍 받는 상이라 값지다고 생각한다"고 수상자를 발표했다.
/ 사진=KBS 연기대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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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날 건강 이상설로 참석 여부가 불투명했던 배우 이순재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이순재는 건강 상의 이유로 연극 공연을 취소한 바. 2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등장한 이순재는 동료 배우들의 부축을 받으며 배우 연우와 개 아리(소피 역)와 함께 베스트 커플상 수상에 나섰다.

이순재는 "요즘 한국 가정의 3분의 2는 개랑 사람이랑 커플이더라. 상당히 익숙해진 관계가 아닌가 생각하는데 드라마로서는 처음"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우리 소피는 전적으로 주연을 했다. 이 친구 역량이 없었으면 내가 짖을 뻔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순재는 "다들 열심히들 했다. 여기 참여한 모든 배우들이 '이색적 작품이라 뭔가 해보자'했다. 이런 마음으로 들어왔다. 상 탈려고 연기한 사람 없다. 어떻게 재밌게 해서 시청자들에게 재밌게 보여줄까라는 시도로 힘을 합친 것"이라며 "이 작품엔 주연 조연이 없다. 한파트 한파트 전부 주연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 사진=KBS 연기대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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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대상 수상을 기대하고 있냐는 장성규의 질문에 이순재는 "솔직히 '개소리'로 상 탈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대상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상 타려고 (무대에) 올라온 게 아니다. 드라마 구성원 중 가장 연장자라 왔다. 올해 90이다. 그 전에 그 이상 더 잘한 것도 안 주더라. 대상이라고 해서 나가보면 공로상이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배우 김정현이 7년 전 태도 논란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해 눈길을 끌었다. '다리미 패밀리'로 남자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정현은 "제가 얼마나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자리에 세워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그는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가 연기를 다시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이유도 있었고 저 스스로도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자리에 설 수 있는 게 너무 감사하다"면서도 "이 자리에서 상을 받고 감사 인사를 드리는 게 응당 해야 하는 일인데 진정한 감사는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이뤄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연기를 시작하고 굉장히 못된 행동과 해서는 안 될 행동으로 많은 분에게 상처를 주고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자리를 통해 진심으로 사죄드리겠다"고 사과했다.
/ 사진=KBS 연기대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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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은 "사죄를 드렸다고 해서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용서를 바라지도 않겠다"며 "하지만 제 삶을 이어가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대상의 영광은 배우 이순재에게 돌아갔다. 동료 배우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은 이순재는 "오래 살다 보니까 이런 날도 있다. 많은 작품과 연이 닿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지' 생각하며 늘 기다리고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이순재는 "오늘 이 아름다운 상 귀한 상을 받게 됐다. 60살 먹어도 잘하면 상 주는 거다. 공로상이 아니다. 연기를 연기로 평가해야지 인기나 다른 조건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 그게 미국의 아카데미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순재는 "이 상은 개인의 상이 아니다. '개소리'엔 소피를 비롯해 수많은 개가 나온다. 그 애들도 한 몫 다했다. 거제까지 4시간 반씩 20회 이상 왔다 갔다 하며 찍었다. 최선을 다해 오늘의 결과가 온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 사진=KBS 연기대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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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는 현재 가천대학교 연기예술학과 명예석좌교수로 근무 중이다. 이에 대해 그는 " 이 자리 빌려 양해 구하고 싶은 건 감사할 학생이 있다. 총장님이 배려해줘서 교수로 13년째 근무 중"이라며 "학생들 하나하나 다 구체적으로 지도한다. 도저히 시간이 안 맞아 '교수 자격 없다'고 하니까 '걱정마시라. 모처럼 드라마 하시는데 잘하세요' 라더라. 눈물이 나왔다. 그 학생들을 믿고 최선을 다해서 오늘의 결과가 왔다"고 눈물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이순재는 "늦은 시간까지 와서 격려해주신 시청자분들, 집에서 보고 계실 시청자분들 평생동안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감사드린다"고 말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하 '2024 KBS 연기대상' 수상자

▲대상=이순재(개소리)
▲최우수상=지현우(미녀와 순정남), 김정현(다리미 패밀리), 박지영(다리미 패밀리), 임수향(미녀와 순정남)
▲미니시리즈 우수상=박지훈(환상연가), 연우(개소리), 한지현(페이스미)
▲장편극 우수상=신현준(다리미 패밀리), 금새록(다리미 패밀리)
▲베스트 커플상=지현우 임수향(미녀와 순정남), 김정현 금새록(다리미 패밀리), 백성현 함은정(수지맞은 우리), 박지영 신현준 김혜은(다리미 패밀리), 이순재 아리(소피) 연우(개소리)
▲인기상=김명수(함부로 대해줘), 금새록(다리미 패밀리)
▲일일극 우수상=백성현(수지맞은 우리), 오창석(피도 눈물도 없이), 함은정(수지맞은 우리), 박하나(결혼하자 맹꽁아)
▲조연상=최태준(다리미 패밀리), 김용건(개소리), 윤유선(미녀와 순정남)
▲작가상=서숙향(다리미 패밀리)
▲드라마스페셜상=남다름(사관은 논한다), 오예주(발바닥이 뜨거워서)
▲신인상=서범준(멱살 한번 잡힙시다), 박상남(결혼하자 맹꽁아), 홍예지(환상연가), 한수아(미녀와 순정남)
▲청소년연기상=문성현(미녀와 순정남), 이설아(미녀와 순정남)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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