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고 귀 막은 '화이트 그래미', 권위와 품격은 땅에 떨어진지 오래 [TEN초점]
그래미 어워즈가 눈 감고 귀 막았다. 흑인 아티스트 차별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듯 비욘세를 최다 후보에 올렸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 또, K팝은 철저히 외면했다.

8일(이하 현지시각)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 이하 그래미)를 주관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 측은 오는 2025년 열릴 제67회 그래미 어워즈 후보를 발표했다.이번 발표에서 눈 여겨 볼 지점은 비욘세가 11개 부문 후보에 오르면서 통산 99회의 노미네이트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비욘세는 그래미 역사상 최다 후보지명 기록을 썼다.

비욘세는 주요 3개 부문인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를 포함해 팝 솔로·듀오 퍼포먼스, 멜로딕 랩 퍼포먼스, 컨트리 솔로·듀오 퍼포먼스, 컨트리 노래, 컨트리 앨범, 아메리카나 퍼포먼스 등 총 11개 부문의 후보로 지명됐다.

특히, 비욘세는 첫 컨트리 앨범 '카우보이 카터'를 발매했는데, 그래미는 이 앨범과 타이틀곡 '텍사스 홀덤'(Texas Hold 'Em) 등을 인정해 후보에 올렸다. 비욘세가 그래미에서 컨트리와 아메리카나 부문 후보에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번 후보 명단에서 K팝 가수들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방탄소년단이 군 복무 중이긴 하지만, 지민과 RM, 정국, 뷔, 등이 솔로 앨범을 발매하는 등 공백기를 고려한 계획적인 앨범 발매가 이뤄졌다는 걸 고려할 때 아쉬운 결과다. 이밖에 블랙핑크,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이 스타디움을 채우는 그룹으로 성장했지만 역시 외면 당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2020~2022년에 걸쳐 3년간 그래미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다. 이들은 제63회 '다이너마이트', 제64회 '버터'로 '베스트 팝 듀오 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랐다.
제65회 때는 콜드플레이와 협업곡 '마이 유니버스'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옛 투 컴'으로 '베스트 뮤직비디오' 부문 후보가 됐다. 더불어 '마이 유니버스'가 속한 콜드플레이의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가 '앨범 오브 더 이어' 부문 후보로 올랐었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그래미는 오랜 시간 이른바 '화이트 그래미'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그래미는 그 동안 소수 인종과 여성 아티스트들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들어 후보 선정에 있어서는 인종차별 이슈가 어느 정도 개선되는 등 비판을 수용하는 모양새지만, 실제 수상 결과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제이지는 지난해 그래미에 참석해 아내인 가수 비욘세가 그래미 최다 수상자이지만, 단 한번도 그래미 최고상인 '올해의 앨범' 수상을 하지 못한 것을 언급하며 "어떤 사람은 상을 뺏겼다고 생각할 수 있을 거 같다"며 비판했다. 이번에도 비욘세를 최다 후보에 올렸지만, 수상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블랙핑크/ 사진=텐아시아 사진 DB
블랙핑크/ 사진=텐아시아 사진 DB
K팝에 대한 평가 역시 마찬가지다. 방탄소년단을 시작으로 이미 세계 음악 시장에서 주류에 올라선 K팝이지만, 주역인 방탄소년단만 후보에 올랐을 뿐 단 한번의 수상도 없었다. 또, 블랙핑크 등 여러 그룹들이 스타디움급 월드투어가 가능할 만큼 월드스타 수준에 도달했으나, 후보에 올리지 않는 것 역시 그래미의 배타성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음악이야 말로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세계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수단이다. 음악에는 피부색이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다양성을 인정해야 더 풍성해질 수 있다. 그래미는 공정성 없이 오만과 편견으로 점철된 후보 선정과 시상으로 권위와 품위를 깎아먹은지 오래다. '최고의 음악 시상식'이라는 수식어는 더이상 그래미에 유효하지 않다.

제67회 그래미는 오는 2025년 2월 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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