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의 김지우. /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의 김지우. /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김지우가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로 남장 여자를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2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EMK뮤지컬컴퍼니 사옥에서 배우 김지우를 만났다.

김지우는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오스칼 역을 맡았다. 오스칼은 왕실을 호위하는 자르제 가문의 막내딸로 태어나 아들로 키워진 인물로, 아버지의 바람대로 왕실 근위대 장교가 되어 마리 앙투아네트를 호위하게 된다. 김지우는 옥주현, 정유지와 함께 트리플 캐스팅됐다.

오스칼은 남장 여자. 김지우는 "저는 딸로 태어나 딸로 살아서 아들로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여기서 이 사람의 감정이 뭘까?'가 어려웠다. 어릴 적 만화로 볼 때 '오스칼 멋있다' 생각했지 '내가 오스칼이었다면?'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며 캐릭터를 이해하는 과정 중의 고충을 털어놨다.

아들로 살아본 기분을 묻자 "남자들 제복이 그렇게 더운지 몰랐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여자들은 패티코트 입고 스커트 입으면 그 안에 공간이 있다. 그런데 제복은 달라서 열이 셔츠 위로 뜨거운 바람이 올라오더라. 뜨거운 바람이 나와서 '억' 이렇게 되더라. 남자 분들이 여름에 더울텐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멋있고 예쁘게 보이려면 고통을 참아야 한다지 않나. 망토 휘두르는 각도가 나오려면 좋은 원단을 써야 했다. 의상 선생님한테 '더워도 참겠다'고 그랬다"고 전했다.

군인으로서 절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도 해야했다. 김지우는 "성식 씨, 해준 씨(앙드레 역) 붙잡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었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군인으로 자라서 말과 행동에 절도가 있어야 하는데, 제 모습을 찍은 영상을 보니 걸어나오는 동작부터 여자처럼 보이더라. 칼을 휘두르는데 골반이 먼저 빠지는 거다. 고치려고 많이 노력했다. 자세들, 매무새들을 고치는 게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검술 연기를 위한 트레이닝을 받았느냐는 물음에 김지우는 "공연 시작 1시간 전에 무술 시간이 있다.매회 공연 그렇게 한다"고 답했다. 또한 "공연 때 공작 역의 승원 오빠가 저 때문에 한 번 다쳤다. 매번 합을 맞추고 연습하지만 막상 공연할 때 안 맞을 수도 있지 않나. 검이 밑으로 가야하는데 위로 가는 바람에 오빠 손을 쳤다. 오빠 손이 찢어졌다. 많이 연습했는데도 그런 사고가 일어나니 무섭더라. 제가 겁먹으니 오히려 상대 배우가 하던대로 하라고 했다. 사실 아직도 조금 무섭다"고 털어놓았다.

김지우는 관객들, 팬들의 '멋있다'는 칭찬이 듣기 좋다고. 그는 "은근히 기분 좋더라. 예쁘다는 얘기보다 멋있다는 얘기가 좋더라. 남자들이 이런 칭찬을 들으면 이런 기분인가 싶었다"며 웃었다. 이어 "잘생겼다보다 멋있다가 좋더라. 생소한 기분이긴 했는데, 멋있다는 얘기 들을 수 있는 게 뿌듯했다. 내가 군인 역할을 잘하고 있는 건가 싶어서 그 말이 기분 좋았다"며 기뻐했다.

걸크러시 매력에 여성 팬들도 많아졌다고. 김지우는 "여성분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엄정화, 윤여정 선생님 같은 배우는 같은 여자가 봐도 멋있고 여자들도 좋아한다. 나도 그렇게 한 살 한 살 나이 먹었으면 좋겠다 싶다. 아직 제가 거기까진 못 갔지만 같은 여성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게 다른 의미로 뿌듯하다. 괜히 인정 받은 것 같은 묘한 기쁨이 있다"고 말했다.

창작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역대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케다 리요코의 만화를 원작으로, 오스칼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진정한 자유와 사랑, 그리고 인간애를 프랑스 혁명이라는 장중한 역사의 흐름과 함께 담아내는 작품이다. 역사적인 소용돌이 속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혁명의 대서사시를 담은 원작은 1972년 연재 이후 누적 2000만 부 이상 판매된 불멸의 고전이다.

'베르사유의 장미'는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오는 10월 13일까지 공연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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