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베이스원 / 사진 = 텐아시아 사진 DB
제로베이스원 / 사진 = 텐아시아 사진 DB
투어스, 제로베이스원, 아일릿 등 최근 1~2년 사이 데뷔한 이들 앞에 공통적으로 붙는 수식어가 있다. 이들 그룹에는 '5세대'라는 표현이 본격적으로 붙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세대가 구분되는 게 아닌, 인위적인 개입으로 세대가 나뉘고 있다는 점에서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1세대와 2세대, 그리고 2세대와 3세대를 구분할 때는 어느 정도 시간 차가 있었다. 1997년 데뷔한 S.E.S.는 데뷔일 기준, 다음 세대인 소녀시대와 10년 간격을 두고 있다. 2007년 8월 데뷔한 소녀시대와 2014년 8월 데뷔한 레드벨벳은 각각 2세대와 3세대 대표주자다. 두 그룹 사이에는 7년이라는 기간이 존재한다. 레드벨벳과 2020년 11월 에스파 사이에도 6년이 있다.

에스파와 함께 4세대로 묶이는 르세라핌은 2022년 5월 데뷔했다. 그런데 2024년 3월 데뷔한 아일릿은 5세대로 구분된다. 두 그룹의 데뷔일은 채 2년도 차이 나지 않는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하고 같은 시기에 활동을 펼치고 있음에도 한 그룹은 4세대, 또 다른 그룹은 5세대로 분류된다. 아일릿은 4세대와 활동 시기와 양상 등에서 특별한 차이점이 없음에도 5세대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들 중간에 해당하는 2023년 7월 데뷔한 키스오브라이프는 4세대로도, 5세대로도 불린다. 세대가 애매한 그룹을 칭하기 위해 '쩜오(0.5)세대까지 등장했다. 이에 세대를 나누는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르세라핌, 아일릿 / 사진 = 텐아시아 사진 DB
르세라핌, 아일릿 / 사진 = 텐아시아 사진 DB
세대를 나누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엔터사가 마케팅을 위해 앞장서서 세대를 나누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다. 실제로 Mnet '보이즈 플래닛'으로 결성된 그룹 제로베이스원은 5세대 대표 그룹을 표방하며 가요계에 나섰다. 이에 당시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결국 5세대 문을 여는 데 성공한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규정을 해야 홍보가 편하다. 그룹을 각인시키는 과정을 용이하게 하고자 세대를 구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돌의 세대 구분을 외치는 건 기획사뿐만이 아니다. 팬들도 자신의 아이돌을 N세대로 구분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속사가 홍보를 위해 세대를 구분 지었듯, 팬들도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의 성과를 부각시키기 위해 세대를 나눈다. '5세대 보이그룹 중 비주얼 대표', '4세대 중 초동 판매량 최고' 등 수식어를 붙이기 위해서다.
사진 = 유튜브 채널 '효연의 레벨업' 갈무리
사진 = 유튜브 채널 '효연의 레벨업' 갈무리
세대 구분이 유행처럼 번지자 일부 아티스트는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소녀시대 효연은 2세대 아이돌인 걸 알았을 때의 소감을 묻자 "네 팀 내 팀 나누는 것 같아서 별로 좋지 않았다. 딱히 2세대는 그렇게 기분 좋진 않다. '2세대'라는 게 무슨 기기 같다"고 밝혔다.

시간이 흐르며 세대 구분이 발생하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지금은 부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어느 정도 시간 텀을 두고 그룹 간 세대가 자연스럽게 구분됐다. 현재는 세대 구분이 모호한 상황이"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3세대와 4세대 사이에 애매한 지점이 있었는데, 5세대까지 등장하면서 더 모호해졌다. 일부 기획사의 상술적인 측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인을 낼 경우, 이미 쟁쟁한 그룹 사이에서 주목받기 어려우니 '5세대 아이돌' 등 수식어를 내세워 데뷔한다. 인위적이고 상업적으로 세대를 나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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