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수' 전소니 인터뷰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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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에 대한 반감이 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어요. 가정폭력 피해자라는 게 캐릭터에 애정이 생긴 뒤 알려지는 정보가 아닌, 처음부터 드러나는 정보니까요. 그래서 내 편이 되어달라는 식의 연기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주어진 글 안에서 최대한 이해하려고 했고, 쉽게 다가서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 만난 전소니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이하 '기생수')에서 가정 폭력 피해자 역할을 연기하며 느낀 고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본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기생수'는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 생물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전담팀 '더 그레이'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영화 '부산행'으로 천만 감독에 등극한 연상호의 신작이다. 전소니는 극중 기생수 '하이디'와 기묘한 공생을 하게 되는 수인 역을 맡아 두 개의 인격을 오가는 열연을 펼쳤다.
'기생수' 전소니./사진제공=넷플릭스
'기생수' 전소니./사진제공=넷플릭스
지난 5일 공개된 '기생수'는 공개와 동시에 넷플릭스 TV 부문에서 글로벌 1위를 기록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 전소니는 "주변에서 재밌게 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은 게 처음이다. 이런 연기를 해보는 게 처음이라 어떻게 보실지 조마조마하고 기대도 됐는데, 생각보다도 편하게 받아들여준 것 같다. 재밌게 봤다는 말이 이렇게 기쁜 줄 몰랐다. 너무 반갑고 기분이 좋더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로 릴리즈 되는 작품도 처음이라, 해외에 사는 친구들에게도 연락이 오더라. 반응이 좋다는 이야기를 해줘서 너무 신기하다"고 덧붙였다.

전소니는 '기생수'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내가 안 해봤던 장르나 캐릭터를 만나면 욕심이 난다. 이런 식의 연기를 한 적이 없었고, 연상호 감독님이 그려낼 나의 모습이 너무 궁금했다. '기생수'라는 작품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것도 욕심이 났다"며 "감독님이 제안을 줬다. 내가 출연한 독립 영화를 보고 언젠가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더라. 이미지적인 부분에서 가져오고 싶은 부분이 있었다고 최근에서야 말해줬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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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출연을 결정했을 때까지는 하이디의 목소리까지 자신이 연기하는 줄은 몰랐다. 전소니는 "하이디가 어떤 식으로 구현될지 듣기 전에는 하이디의 목소리를 연기할 성우분과 내가 어떤 케미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하이디가 수인이의 머리를 먹기 시작했다가 멈춘 거라 내가 목소리 연기를 하게 될거라고 결정 됐을때는 두려움이 컸다. 둘을 어떻게 잘 분리시킬 수 있을까 고민이 됐고, 최대한 인간 수인을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하이디의 목소리 톤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전소니는 "불편한 목소리였으면 했다. 과하게 친절한 안내용톤이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같은 부분이라던가. 불편한 톤들을 생각해서 들려줬는데, 좀더 크게 봤을 때 기생 생물로 등장하는 게 나만이 아니지 않나. 기생 생물간의 공통점을 가져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결국 감독님이 정해준 대로 연습을 하고 따라갔다"고 설명했다.

"감독님이 목소리는 최대한 낮은 소리를 내달라고 했어요. 말투의 리듬같은 거는 다른 기생생물들의 모니터를 보고 거기서 많이 가져왔습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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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FX로 기생 생물이 구현되는 만큼 머리로 하는 액션이 많았다. 시청자들은 이를 보고 '상모돌리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촬영하면서 부끄럽지는 않았냐고 묻자 전소니는 "큰 부끄러움이라 대차게 한 두 번 찍다보니 그 다음부터는 재미있어졌다. 다른 액션 배우들도 부끄러워하다가 시간이 지나니 누가 더 잘하나 하면서 했다"며 웃었다.

이어 "연기하는 게 어렵다기 보다 뭐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컸다. 내가 하고 있는 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게 두렵긴 했는데, 부끄러움처럼 처음에 크게 왔다가 금방 지워졌다. 오히려 궁금하고 기대되는 쪽으로 갔다. 촬영하는 동안 모호했다는 부분은 없다. 재밌게 했다"고 덧붙였다.

CG 작업이 많은 현장이었지만, 생각만큼 지치는 현장은 아니었다. 전소니는 "연상호 감독님이 시각적인 준비를 많이 해오신다. 스케일이 큰 액션 장면은 촬영 들어가기 전에 CG 영상으로 만들어오셨다. 컷편집이 다 되어 있었다. 그림이 확고하게 있으니까 그걸 만들어가는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걸리지는 않았다. 의미 없이 지치는 일이 없었다. 탄탄하게 준비된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까 쓸데없이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았다"고 감사를 표했다.

"제가 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게 해주니 오히려 충전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지치지 않는 현장이었습니다. 그림이 분명하신 감독님의 디렉팅을 받는게 이런 재미라는 걸 느꼈죠."
'기생수' 전소니./사진제공=넷플릭스
'기생수' 전소니./사진제공=넷플릭스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묻자 전소니는 "닮은점보다 캐릭터와 내가 얼마나 다른지를 집중하는 편이다. 나는 수인이처럼 외롭지는 않고, 삶의 의욕이 없지도 않다. 그런 부분에서는 싱크로율이 높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소니는 함께 호흡을 맞춘 구교환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그는 "하이디 연기를 처음 할때는 조금 막막했다. 구교환 선배님한테 친하지도 않은데 전화해서 걱정이 된다고 하니까 촌철살인 같은 조언을 해주셨다. 감독님이 잡아줄 타이밍이 언제인 줄 알고 계시니 디렉팅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알아서 해주실거라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마음 놓고 편해질 수 있는 현장이라고 말해줬다"고 거듭 감사를 표했다.

이어 "사람들 앞에서 실패하는 모습을 안보이는 것보다, 여러 시도를 해서 테이크를 남겨 여러 가지 길을 열어주는 게 똑똑한 배우라는 생각을 구교환 선배를 보면서 배웠다"고 덧붙였다.
'기생수' 전소니./사진제공=넷플릭스
'기생수' 전소니./사진제공=넷플릭스
'기생수'는 엔딩에서 일본 영화 '기생수'의 주인공인 신이치(스다 마사키 분)가 등장하며 마무리된다. 전소니는 "시즌1이 잘되면 시즌2가 나올거라고 말했는데, 그게 현실이 될지 아닐지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스토리가 진행되려면 수인이가 그레이팀과 붙어있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시즌2로 가게 된다면 수인이가 신이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본으로 봤을 때 신이치가 등장하고 손을 보여주는거로 끝나는 거에서 짜릿함을 느꼈거든요."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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