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티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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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시, 인정 욕구 때문에 브레이크 없는 살인까지 저지르게 만든 '10대들의 단톡방'과 미국인들을 선동해 '부동산 갑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흑막의 협잡꾼' 로저 스톤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지난 20일 방송된 티캐스트 E채널 '한끗차이'에서는 '1+1=100'이 되는 마법, '군중심리'에 대해 파헤쳤다. '군중심리'로 인해 누군가는 끔찍한 범죄자, 누군가는 뜻밖의 권력을 거머쥐게 만드는 인간 본성의 한 끗 차이는 무엇인지 샅샅이 들여다봤다.

일명 '신촌 대학생 살인사건'은 초저녁 서울 번화가 공원에서 벌어졌다는 점과 피해자를 40여 차례나 흉기로 찌르는 범행의 잔혹성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더 놀라웠던 점은 범인들이 18세~20세의 어린 나이였다는 것이었다. 사건 발생 2개월 전, 피해자인 박군은 '커뮤 중독'인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그러자 그는 여자친구와 함께 있던 단톡방 멤버들로부터 '사이버 불링'을 당했다. 이에 화가 난 박군이 계속해서 메시지를 전송하며 항의하자 단톡방 멤버들의 증오심은 극에 달했고, 박군의 전여친이 보낸 "쟤 좀 죽일 수 없냐?"라는 메시지가 사건을 겉잡을 수 없게 만들었다.

단톡방 멤버들은 온라인 상에서 '해결사'로 악명이 높은 20대 남성에게 박군을 제거해줄 것을 의뢰,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단톡방 멤버들과 '해결사'의 대화 내용을 보며 박지선 교수는 "'나는 아무런 가치가 없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반사회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려고 한다. 살인 범죄자들의 전형적인 심리를 보여주는 대화"라고 꼬집었다. '해결사'와 면담을 진행했던 프로파일러는 "폭력, 집단 따돌림의 피해 경험이 있어 자신이 속한 무리에게는 강하게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이 사건에 대해 박지선 교수는 "군중심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책임의 분산이다. 죄를 저지른 뒤 '나 혼자 한 일 아니다'라고 하면 죄책감을 별로 느끼지 않는다. 이들도 '해결사'가 나타나면서 책임을 전가할 존재가 등장한 것이다"라고 짚었다. 또 "이들도 범죄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감정이 고조된 상황에서는 자기가 약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말릴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집단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공격성은 극단적으로 높아진다. 앞사람보다 내가 더 강하게 보여야 한다는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재벌'이었던 트럼프를 미국 대통령까지 만든 흑막의 '킹 메이커' 로저 스톤의 이야기가 관심을 모았다. 로저 스톤은 10년간의 삼고초려 끝에 트럼프를 대권 주자로 만들었다. 그는 당시 미국의 '문화적 아이콘' 오프라 윈프리를 부통령 후보로 내세우며 이슈 몰이를 시작했고, 히스패닉 인구를 배척하며 백인들의 증오심을 자극하는 '갈라치기' 수법으로 지지자들을 더욱 뭉치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트럼프의 음담패설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돼 파장이 일었다. 이에 로저 스톤은 상대 후보인 힐러리의 남편이자 전 대통령 빌 클린턴의 22년 전 성 스캔들을 다시 꺼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뿐만 아니라, 힐러리의 '건강 이상설'을 제기했다.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힐러리가 발작 증세를 보인다며 교묘하게 영상을 짜깁기한 '가짜 뉴스'까지 퍼트렸다. 결국 트럼프는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근대 역사상 가장 비열한 대통령 선거전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불명예도 안았다.

트럼프가 당선된 후 로저 스톤은 공무집행 방해, 허위 진술 등 7개의 혐의로 징역 9년형을 선고받았지만 대통령 특별 사면으로 풀려났다. 또다시 치러진 대선에서 로저 스톤은 시작 전부터 "부정 선거가 있을 것"이라며 루머를 퍼트렸다. 그리고 재선에 실패한 트럼프는 "나약한 의회 사람들을 제거해야 한다"라는 연설로 지지자들을 선동, 의회 난동 사태까지 벌어지게 만들었다.

박지선 교수는 "로저 스톤과 가짜 뉴스의 공통점이 있다. 가짜 뉴스는 어떻게든 클릭수만 유도하려는 심산이고, 로저 스톤 또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슈만 만들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라고 짚었다.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스토리텔러 이찬원은 "흑색선전과 돈만 있으면 미키 마우스도 대통령이 될수 있다"라는 로저 스톤의 '명언'을 소개했다. 이에 홍진경은 "쉽게 조종할 수 있는 군중의 한 사람이 아니라, 내 주관과 철학을 갖춘 개개인이 되어야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찬원은 "군중심리에 특히 주의해야 하는 선거철이다. 4~5년마다 늘 겪는 일인데, 이게 진짜 내 생각인지, 군중들의 심리에 휩쓸린 건지 잘 생각해 보야 할 것"이라며 시청자들을 향한 당부를 전했다.

다음 주에는 심리 키워드 '통제광'을 주제로, 파멸을 이루는 통제 VS 성공을 견인하는 코칭의 한 끗 차이를 알아볼 예정이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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