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파묘' 2월 개봉
감독 "어렸을 적 묘 이장 구경"
최민식 "굿 구경 좋아해, 기승전결 있어"
김고은 "박정민, 전화 와서 '파묘' 추천"
유해진 "장의사에 유골 수습 방법 배워"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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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민식이 데뷔 35년 만에 영화 '파묘'로 오컬트 장르에 첫 도전했다. 풍수사, 무당 등 동양무속신앙과 관련된 직업군이 나온다. 유해진은 장의사에게 장례 의식을 배웠고, 김고은도 무속인에게 굿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다.

17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영화 '파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장재현 감독과 배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이 참석했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장 감독은 "어렸을 때 제가 시골에서 밟고 놀던 묘가 있었는데, 거기에 고속도로가 생긴다고 이장하게 됐다. 그걸 구경한 적 있다. 100년 넘은 걸로 안다. 그 무덤을 사람들이 직접 팠다. 그 흙 냄새와 색깔이 아직도 기억난다"고 밝혔다. 이어 "뭐가 나올까 싶었는데 오래된 나무관이 나오더라. 사람들이 꺼내고 제사지내는 걸 봤다. 그 관에서 느낀 호기심, 무서움 등 복합적 감정이 있었다. '제가 관을 참 좋아하는구나, 관 페티시가 있구나' 싶었다. 영화를 찍을 때도 관을 찍으면 그렇게 가슴이 콩닥콩닥하더라"며 "어릴 적 기억을 담아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또한 "종교에 대한 영화는 아니다.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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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은 조선 팔도 땅을 찾고 파는 40년 경력의 풍수사 상덕 역을 맡았다. 데뷔 35년 만에 첫 오컬트 장르 도전인 최민식은 "40년, 반평생을 풍수를 직업으로 삼아 해온 사람이다. 속물 근성도 있다. 돈 많이 준다고 하면 설령 안 좋아도 좀 좋다고 하는 인물이다. 이 영화 출연 섭외를 받았을 때 이 캐릭터가 이 일로 먹고 산 사람인데 땅을 대하는 태도, 가치관이 명확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장 감독은 "최민식 선배님은 캐릭터와 시나리오를 보고 그것과 하나가 된다"며 "선배님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상덕이라는 캐릭터가 땅을 대하는 태도와 혼연일체가 되는 기분이었다"고 극찬했다.

최민식은 "굿하는 걸 보는 걸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요즘은 미신이라고 터부시되고 뒷전이 됐는데, 저는 예전부터 동네, 집에서 굿하는 모습을 좋아했다. 공연을 보는 것 같았다. 기승전결, 카타르시스도 있다. 나중에는 다 울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파묘'에서 볼거리와 더불어 내포하고 있는 느낌이 좋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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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은 원혼을 달래는 무당 화림을 연기했다. 무속인 캐릭터 첫 도전인 김고은은 "전문직이기 때문에 특성과, 이행하는 행동, 퍼포먼스, 경문을 외는 과정에서 징을 치고 하는 이런 모습들이 어설퍼보인다면 안 되겠다는 강박이 컸다"고 밝혔다. 이어 "어린 나이의 무당이지만 인정받고 프로페셔널하기 때문에 그 모습을 잘 표현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또한 "무속인 선생님들과 동선을 짜기도 했다. 선생님 집에 가서 밥을 먹으면서 배웠다. 밥이 맛있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김고은은 섭외에는 박정민이 기여했다. 장 감독과 박정민은 '사바하'를 함께 작업했는데, 박정민은 김고은에게 직접 전화해 '사바하'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다. 김고은은 "박정민이 갑자기 전화와서 '파묘'라는 대본을 꼭 한 번 봐달라고 하더라. 저는 아직 대본을 받기 전이라 '그게 무슨 대본인데?' 그랬다. 박정민이 ''사바하'의 감독님이 너를 너무 원하는데 거절할까봐 내가 미리 얘기한다'고 하더라. 그렇게 얘기하는 이유가 뭐냐고 했더니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더라. 몇 십분 동안 계속 얘기하더라. 그게 시작이었다"고 전했다.

최민식은 김고은이 굿하는 장면 촬영을 보고 "'김고은이 이러다가 투잡 뛰는 거 아니야? 돗자리 까는 거 아니야?' 걱정되더라"며 감탄했다. 이어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말이 있지 않나. 그 신을 찍을 때는 저랑 유해진은 주변에서 어슬렁거리기만 했다. 몰입되더라. 김고은의 파격적인 모습이 이 영화의 백미 중 하나"라고 김고은을 칭찬했다. 투잡 뛰는 거 아니냐는 물음에 김고은은 "일단은 배우 생활을 해보고 안 되면 생각해보겠다"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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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은 대통령을 염할 정도의 베테랑 장의사 영근으로 분했다. 유해진은 "현장에서 연기하거나 그 전에 국내 최고의 장의사에게 유골 수습하는 방법 등을 배웠다"고 밝혔다. 이어 "최고의 장의사답게 어떻게 하면 몸에 배고 어설프지 않게 보일까 고민했다"고 전했다.

유해진은 "이런 이야기를 장 감독님이 어떻게 그릴지 상당히 궁금했다. 이 분야에 독보적이지 않나. 장인이다. 마음 편하게 맡기는 느낌이었다. 가편집본을 봤을 때 참 묘하다고 생각한 작업이었다. 미쟝센도 어디서 보지 못했던 것도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문을 외는 무당 봉길 역을 맡은 이도현은 군 복무로 인해 이날 자리에는 함께하지 못했다. 이도현은 영상을 통해 인사했다. 그는 "실력은 물론 외모까지 다 갖춘 요즘 젊은이, 'MZ세대' 무속인이라고 할 수 있다"라며 "봉길의 빼먹을 수 없는 역할이 화림을 보디가드처럼 든든하게 지키는 거였다"라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이어 "무속인 듀오 봉길과 화림은 거액의 돈을 벌기 위해 악한 기운의 묘를 이장하면서 기이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사건의 실체는 무엇이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봐달라"고 관전포인트를 짚었다. 또한 "이전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저의 새로운 연기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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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만의 차별점에 대해 장 감독은 "'파묘'를 만들 때 코로나가 터졌다. 당시 극장에 가서 마스크를 쓰고 영화를 보는데, 왜 이렇게 힘들게 영화관에 와야하지 싶었다. 영화관에 와서 꼭 봐야하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직관적이고 심플하고 체험적인, 극장에서 느낄 수 있는 요소를 많이 담아서 아주 영화적이고 체험적인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실감나는 연출을 위해 장례지도사 자격증에도 도전했다고 한다.

장 감독은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안 보이는 걸 담고 싶었다. 기운, 기세, 에너지 등. 눈에 안 보이는 걸 찍으려고 하다보니 현장에서 불확실성에 힘들었다. 머릿속으로 계산하면서 나중에 음악까지 붙였을 때 나오는 건데, 그런 불확실성 때문에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테랑 배우들이 제 몫의 80%는 해줘서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며 배우들에게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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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만의 매력을 묻자 최민식은 "사실 무서운 거 싫어한다"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 "장재현 감독 때문에 했다. 오컬트에 호기심은 있었다.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장재현 감독의 연출을 두고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인 소재로 가시적이고 현실적, 그리고 영화적으로 조각해나가는 과정을 보는 게 좋았다"고 전했다.

김고은은 "진짜 귀신을 보면 어떡하지 싶었다"라고 의외의 고민을 밝히며 "감독님이 집사님이라고 해서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며 웃음을 안겼다. 또한 "저를 포함한 선배님들과 감독님이 개그 욕심이 있었다. 한 마디를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현장에서 많이 웃었다.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는지 잘 기억도 안 난다. 오랜만에 지방에서 긴 시간 촬영하는 영화였는데 그 시간이 여행간 것처럼 즐기면서 찍었다"며 촬영을 돌아봤다.

장 감독은 실제처럼 보이기 위해 CG는 최소화하고 실사촬영을 원칙으로 했다. 이에 대해 장 감독은 "일단 CG가 돈이 많이 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이 영화를 오컬트라고 생각하며 찍진 않았다. 오컬트라고 불리는 이런 장르가 현실 판타지다. 현실에 발 붙지 않고 띄게 되면, CG를 하게 되면, CG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 CG가 한 컷도 없는 건 아니고 최대한 CG를 절제했다. 그게 영화의 생명감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배우들도 블루스크린 앞에서 보다 실제로 연기하게 하는 게, 배우들에 대한 예의라고 감독으로서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장 감독은 '검은 사제들', '사바하' 등 오컬트 장르를 꾸준히 선보여왔다. 장 감독은 "저는 크리스찬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종교적인 것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장르에 집착한다기보다 인간의 다른 면을 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파묘'는 2월 개봉 예정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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