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내일(6일) 개봉
나폴레옹을 향한 엇갈린 평가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어떻게 그려내는가
나폴레옹을 향한 엇갈린 평가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어떻게 그려내는가
"프랑스, 군대, 조세핀"
스스로 황제가 되었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1821년 유배지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이는 영화 '나폴레옹'(감독 리들리 스콧)의 핵심을 관통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사실 나폴레옹을 두고 역사학자들은 난세의 영웅이자 위대한 지도자 혹은 나라를 전쟁으로 이끈 전쟁광이라는 엇갈린 평가를 하기도 하기에 어떤 인물로 그려낼지는 하나의 숙제나 다름없다. 오는 6일 개봉하는 영화 '나폴레옹'에서 리들리 스콧은 지도자이자 인간 나폴레옹을 어떤 방식으로 그려내고 있을까.
영화의 오프닝은 1793년 10월 6일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로 끌려가 주어진 운명을 초연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두려움에 거칠게 숨을 내쉬는 모습과 성난 시민들 사이에서 이를 지켜보는 나폴레옹(호아킨 피닉스)의 웃음인지 비웃음인지 모를 표정이 그려진다. 프랑스 대혁명의 단초가 된 1789년 7월 14일 바스티유 습격(국민의회 진압을 위해 루이 16세가 군대를 동원하자 불안했던 파리 시민들이 무기 확보를 위해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한 사건)은 1791년 6월 바렌 사건, 1793년 1월 루이 16세 처형, 10월 마리 앙투아네트의 처형에 이르기까지 혼돈의 시대를 야기했다. 국가의 위기를 자신의 기회로 전환한 나폴레옹은 "1793년 툴롱 포위전에 참전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아직 정돈되지 않은 거친 숨소리, 잠시 주저하면서 침묵으로 지휘하는 나폴레옹의 모습은 아직 지도자로서의 면모가 정립되지 않은 어리숙한 모습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블레이드 러너'(1982)에서 보여준 공적 책임과 사적 감정 사이의 아슬아슬함, '델마와 루이스'(1991)에서 억압과 자유가 뒤엉키는 혼돈, '블랙 호크 다운'(2022)에서 먼지바람을 일으키는 헬리콥터 전투 장면의 장대함까지 다양한 장르 안에서 보여준 연출력을 '나폴레옹' 안에 담아냈다.
존재감이 미비하던 나폴레옹이 자신의 위치를 견고하게 다지는 지점은 호흡을 가다듬고 큰 소리로 "대포 발사"라고 외치는 장면이다. 역사적으로 나폴레옹은 포병 예비대로 빠져있다가 위기의 순간에 합류하게 되었으며 무려 하급 지휘관이었다. 짐승이 먹이를 물기 전까지 숨죽이고 있듯, 나폴레옹은 툴롱 전투에서 자신의 이빨을 드러낸다. 돋보이는 것은 나폴레옹의 표정이 단계적으로 변하는 연출 방식이다. 툴롱 전투가 끝난 뒤, 숱한 전투에서 나폴레옹은 초조하기보다 권태롭고 무력한 얼굴을 비춘다. 1795년 10월 5일 방데미에르 13일 쿠데타를 진압하던 나폴레옹은 귀를 막고 시내 쪽으로 포도탄을 쏘고, 1798년 이집트 원정에서도 지루한 듯 손짓 한 번으로 포탄을 날리고 무표정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잔혹하다'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나폴레옹을 표현하기 위한 방식일 수도 있지만, 반복된 전투, 전쟁에 피로함을 느끼는 한 인간처럼 읽어낼 수도 있다. 프랑스의 위기는 나폴레옹에게 지도자이자 지략가로서의 영광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극 중에서는 그려지지 않지만, 어린 시절 나폴레옹의 기록을 보면 그가 어째서 전술적으로 유능했는지를 알 수 있다. 1769년 코르시카에서 출생한 나폴레옹은 1779년 브리엔 군사학교, 1784년 파리육군사관학교에서 포병을 선택하며 군인으로서의 삶을 이어갔다. '포병을 선택했다'는 지점이 나폴레옹 전술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당시, 기병과 보병을 선택하던 귀족들과 달리 수학을 잘했던 나폴레옹은 포병을 선택했고, 영화 속에서도 나폴레옹과 함께 포병 전술이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1805년 12월 아우스터리츠 전투는 나폴레옹이 왜 지략가인지가 나타나는 대목이다. 오스트리아-러시아 연합군과 싸움을 치르게 된 프랑스군은 일부러 고지대에서 물러나 그들을 방심하게 한 뒤에 역이용하며 프라첸 고지를 되찾았고, 영화는 그중 일부분인 얼어붙은 강가에 있던 적군들에게 대포를 쏘며 나폴레옹이 승리를 이끄는 것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상대를 가만히 지켜보다가 각개격파 하는 전술을 펼친 나폴레옹의 유능함은 왜 그가 마지막 말에 군대를 포함했는지를 예측해볼 수 있다.
나폴레옹의 말에 일제히 한 곳으로 움직이는 병사들의 움직임은 1815년 6월 18일 워털루 전투와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 유명한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은 반짝이던 영광이 저무는 패배를 맛본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공간 연출력은 '나폴레옹'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넓은 평원과 얼어붙은 강가, 성난 시민들이 북적이는 시내 등의 공간을 비어보지 않도록 채우면서 동시에 현장감이 느껴지는 전투신을 완성했다. 161차례의 전투를 치렀던 나폴레옹의 핵심적인 전투를 뽑아내 스크린 위에 구현했던 것. 하지만 리들리 스콧이 보다 중점에 둔 것은 '프랑스, 군대, 조세핀' 중에 가장 마지막에 내뱉은 조세핀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나폴레옹이 권력을 잡고 1804년 12월 2일 스스로 황제에 오르며 1815년 10월 워털루에서 패배한 나폴레옹이 세인트 헬레나 섬으로 유배되는 과정 동안, 나폴레옹이 조세핀을 열렬히 그리워하고 사모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비친다. 1796년, 6살 연상이었던 조세핀(그녀는 한번 결혼했던 상태였다)과 결혼한 나폴레옹. 조세핀은 나폴레옹이 완전히 손에 넣지 못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기록에서도 두 사람의 사랑은 타이밍이 늘 엇갈렸다고.
조세핀 역의 바네사 커비는 우아하면서도 결코 손에 쥘 수 없을 듯한 아슬아슬함을 유려하게 표현해낸다. 극 중에서 나폴레옹이 조세핀에게 고민과 불안을 토해낸 편지들은 호아킨 피닉스의 목소리로 전해지고, 조세핀의 화답은 2~3차례에 불과하다. 아이를 낳지 못해 이혼하게 된 조세핀과 나폴레옹 사이의 이야기는 꽤 오랜 시간 공들여 담긴다. 전투 중에는 표정 하나 없이 지시하던 장군에서 아내를 걱정하고 원하는 남편으로서의 상반된 태도는 어떤 것이 진짜 나폴레옹의 모습인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한 국가의 원수보다 남자 나폴레옹로서의 모습이 리들리 스콧이 보여주고 한 인간적인 장면들일지도 모른다. 다만, 아쉬운 지점은 '프랑스, 군대, 조세핀'이라는 세 개의 포인트를 다루다 보니 인물의 감정이 포개지기보다는 분산되고 주요 사건을 나열하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워낙에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았던 나폴레옹을 2시간 40분만으로 압축하는 것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본래 4시간 30분이었다고 하니, 리들리 스콧이 못다 한 이야기는 혹여 감독판이 나온다면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런 아쉬움을 지우는 것은 '조커'(2019)에서 내재된 분노를 밖으로 표출하던 성난 모습 대신 차분하고 절제된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와 조세핀 역 바네사 커비의 치명적일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들이다.
영화 '나폴레옹' 12월 6일 개봉. 158분. 15세 관람가.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스스로 황제가 되었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1821년 유배지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이는 영화 '나폴레옹'(감독 리들리 스콧)의 핵심을 관통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사실 나폴레옹을 두고 역사학자들은 난세의 영웅이자 위대한 지도자 혹은 나라를 전쟁으로 이끈 전쟁광이라는 엇갈린 평가를 하기도 하기에 어떤 인물로 그려낼지는 하나의 숙제나 다름없다. 오는 6일 개봉하는 영화 '나폴레옹'에서 리들리 스콧은 지도자이자 인간 나폴레옹을 어떤 방식으로 그려내고 있을까.
영화의 오프닝은 1793년 10월 6일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로 끌려가 주어진 운명을 초연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두려움에 거칠게 숨을 내쉬는 모습과 성난 시민들 사이에서 이를 지켜보는 나폴레옹(호아킨 피닉스)의 웃음인지 비웃음인지 모를 표정이 그려진다. 프랑스 대혁명의 단초가 된 1789년 7월 14일 바스티유 습격(국민의회 진압을 위해 루이 16세가 군대를 동원하자 불안했던 파리 시민들이 무기 확보를 위해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한 사건)은 1791년 6월 바렌 사건, 1793년 1월 루이 16세 처형, 10월 마리 앙투아네트의 처형에 이르기까지 혼돈의 시대를 야기했다. 국가의 위기를 자신의 기회로 전환한 나폴레옹은 "1793년 툴롱 포위전에 참전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아직 정돈되지 않은 거친 숨소리, 잠시 주저하면서 침묵으로 지휘하는 나폴레옹의 모습은 아직 지도자로서의 면모가 정립되지 않은 어리숙한 모습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블레이드 러너'(1982)에서 보여준 공적 책임과 사적 감정 사이의 아슬아슬함, '델마와 루이스'(1991)에서 억압과 자유가 뒤엉키는 혼돈, '블랙 호크 다운'(2022)에서 먼지바람을 일으키는 헬리콥터 전투 장면의 장대함까지 다양한 장르 안에서 보여준 연출력을 '나폴레옹' 안에 담아냈다.
존재감이 미비하던 나폴레옹이 자신의 위치를 견고하게 다지는 지점은 호흡을 가다듬고 큰 소리로 "대포 발사"라고 외치는 장면이다. 역사적으로 나폴레옹은 포병 예비대로 빠져있다가 위기의 순간에 합류하게 되었으며 무려 하급 지휘관이었다. 짐승이 먹이를 물기 전까지 숨죽이고 있듯, 나폴레옹은 툴롱 전투에서 자신의 이빨을 드러낸다. 돋보이는 것은 나폴레옹의 표정이 단계적으로 변하는 연출 방식이다. 툴롱 전투가 끝난 뒤, 숱한 전투에서 나폴레옹은 초조하기보다 권태롭고 무력한 얼굴을 비춘다. 1795년 10월 5일 방데미에르 13일 쿠데타를 진압하던 나폴레옹은 귀를 막고 시내 쪽으로 포도탄을 쏘고, 1798년 이집트 원정에서도 지루한 듯 손짓 한 번으로 포탄을 날리고 무표정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잔혹하다'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나폴레옹을 표현하기 위한 방식일 수도 있지만, 반복된 전투, 전쟁에 피로함을 느끼는 한 인간처럼 읽어낼 수도 있다. 프랑스의 위기는 나폴레옹에게 지도자이자 지략가로서의 영광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극 중에서는 그려지지 않지만, 어린 시절 나폴레옹의 기록을 보면 그가 어째서 전술적으로 유능했는지를 알 수 있다. 1769년 코르시카에서 출생한 나폴레옹은 1779년 브리엔 군사학교, 1784년 파리육군사관학교에서 포병을 선택하며 군인으로서의 삶을 이어갔다. '포병을 선택했다'는 지점이 나폴레옹 전술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당시, 기병과 보병을 선택하던 귀족들과 달리 수학을 잘했던 나폴레옹은 포병을 선택했고, 영화 속에서도 나폴레옹과 함께 포병 전술이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1805년 12월 아우스터리츠 전투는 나폴레옹이 왜 지략가인지가 나타나는 대목이다. 오스트리아-러시아 연합군과 싸움을 치르게 된 프랑스군은 일부러 고지대에서 물러나 그들을 방심하게 한 뒤에 역이용하며 프라첸 고지를 되찾았고, 영화는 그중 일부분인 얼어붙은 강가에 있던 적군들에게 대포를 쏘며 나폴레옹이 승리를 이끄는 것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상대를 가만히 지켜보다가 각개격파 하는 전술을 펼친 나폴레옹의 유능함은 왜 그가 마지막 말에 군대를 포함했는지를 예측해볼 수 있다.
나폴레옹의 말에 일제히 한 곳으로 움직이는 병사들의 움직임은 1815년 6월 18일 워털루 전투와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 유명한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은 반짝이던 영광이 저무는 패배를 맛본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공간 연출력은 '나폴레옹'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넓은 평원과 얼어붙은 강가, 성난 시민들이 북적이는 시내 등의 공간을 비어보지 않도록 채우면서 동시에 현장감이 느껴지는 전투신을 완성했다. 161차례의 전투를 치렀던 나폴레옹의 핵심적인 전투를 뽑아내 스크린 위에 구현했던 것. 하지만 리들리 스콧이 보다 중점에 둔 것은 '프랑스, 군대, 조세핀' 중에 가장 마지막에 내뱉은 조세핀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나폴레옹이 권력을 잡고 1804년 12월 2일 스스로 황제에 오르며 1815년 10월 워털루에서 패배한 나폴레옹이 세인트 헬레나 섬으로 유배되는 과정 동안, 나폴레옹이 조세핀을 열렬히 그리워하고 사모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비친다. 1796년, 6살 연상이었던 조세핀(그녀는 한번 결혼했던 상태였다)과 결혼한 나폴레옹. 조세핀은 나폴레옹이 완전히 손에 넣지 못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기록에서도 두 사람의 사랑은 타이밍이 늘 엇갈렸다고.
조세핀 역의 바네사 커비는 우아하면서도 결코 손에 쥘 수 없을 듯한 아슬아슬함을 유려하게 표현해낸다. 극 중에서 나폴레옹이 조세핀에게 고민과 불안을 토해낸 편지들은 호아킨 피닉스의 목소리로 전해지고, 조세핀의 화답은 2~3차례에 불과하다. 아이를 낳지 못해 이혼하게 된 조세핀과 나폴레옹 사이의 이야기는 꽤 오랜 시간 공들여 담긴다. 전투 중에는 표정 하나 없이 지시하던 장군에서 아내를 걱정하고 원하는 남편으로서의 상반된 태도는 어떤 것이 진짜 나폴레옹의 모습인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한 국가의 원수보다 남자 나폴레옹로서의 모습이 리들리 스콧이 보여주고 한 인간적인 장면들일지도 모른다. 다만, 아쉬운 지점은 '프랑스, 군대, 조세핀'이라는 세 개의 포인트를 다루다 보니 인물의 감정이 포개지기보다는 분산되고 주요 사건을 나열하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워낙에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았던 나폴레옹을 2시간 40분만으로 압축하는 것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본래 4시간 30분이었다고 하니, 리들리 스콧이 못다 한 이야기는 혹여 감독판이 나온다면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런 아쉬움을 지우는 것은 '조커'(2019)에서 내재된 분노를 밖으로 표출하던 성난 모습 대신 차분하고 절제된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와 조세핀 역 바네사 커비의 치명적일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들이다.
영화 '나폴레옹' 12월 6일 개봉. 158분. 15세 관람가.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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