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인터뷰 배우 이레가 말하는 영화 괜찮아질 용기

28th BIFF 파노라마 부문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배우 이레 인터뷰

2012년 데뷔해 벌써 11년 차를 맞은 배우 이레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내면에 단단한 알맹이를 지닌 배우다. 배우 이레의 필모그래피를 보고 있자면, 나이에 맞는 옷을 하나씩 입으며 차근차근 본인만의 영역을 넓혀가는 느낌이 든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2014)에서 유연하게 세상을 살아내는 당찬 소녀에서 '반도'(2020)에서 생존을 위해서 발악하는 모습까지.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감독 김혜영)로 부산을 찾은 이레.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는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고등학생 인영(정이레)이 씩씩하고 당당하게 세상의 고난을 이겨낸다. '괜찮아'를 통해 이레는 관객들에게 얼마든지 주변에 손을 내밀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극 중의 캐릭터처럼 성장해가는, 배우 이레의 앞으로가 기대되는 바다.

Q.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소감이 궁금하다. 재작년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무대 인사에 참석해 관객들을 만나기도 했다.

많은 추억이 있고 소중한 작품이다. 한국에서 가장 큰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함도 크다. 재밌게 찍어서 같이 보면서 웃기도 울기도 한 작품이다. 관객들에게도 진심이 와닿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Q. 시나리오의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끼고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사고로 엄마를 잃지만 그럼에도 씩씩하고 구김살 없는 모습들이 나 또한 힐링이 됐다. 촬영하면 너무 재밌을 것 같아서 시나리오를 선택하게 됐다.

Q. 인영은 엄마가 사고로 사망한 이후에 슬픈 감정들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약국에서 울음을 쏟아내는 장면은 그간의 감정이 전부 분출된 것 같아서 마음이 더욱 쓰였다.

인영의 슬픔이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 앞에서 한계점이 도달하면서 터진 것 같다. 인영은 아직 어린아이고 성장하는 중이다. 아픔들을 표출하는 법도 알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 장면이 반가웠다. 김혜영 감독님께서도 어른스러워 보이는 인영이니까 어린아이처럼 울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Q. 인영과 가장 주요한 관계로 등장하는 것은 진서연 배우가 연기한 무용선생 황설아다. 인영은 그녀의 집에서 같이 머물다가 일상에 서서히 녹아든다. 설아가 지닌 슬픔과 인영이 지닌 아픔이 융화되어 치유되는 느낌이다.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인영이는 혼자서 슬픔을 극복하는 법을 알지만, 결핍이 있지 않나. 울타리가 없어진 것만 같은 불안함이 있었을 텐데, 그런 요소들을 설아가 보듬어줬다. 그동안 상처받았던 시간도 치유하지 않았을까 싶다. 진서연 선배님은 워낙 카리스마가 있어서 긴장했는데, 워낙 털털하시더라. 내가 어린 배우임에도 배려해주시고 챙겨주셔서 현장에서 재밌게 촬영했다.

Q. 인영의 곁에는 위로가 되어주는 든든하고 마음 편한 사람들이 있다. 도윤 역의 이정하와 약국 사장의 손석구다. 마치 키다리 아저씨 같은 느낌이다.

두 사람은 인영에게 힘든 일이 있을 때, 만나서 힘든 것을 털어놓거나 그것들을 잊을 수 있게 하는 그런 사람들이다. 재고 따지지 않아도 편안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의지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Q. 이정하 배우와 손석구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손석구 선배님과의 분량은 하루 만에 찍은 것인데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을 배웠다. 내적 친밀감이라고 해야 할지(웃음) 내가 진짜 인영이라면 이런 편안함을 느꼈겠다고 하는 편안한 관계였다. 워낙 손석구 선배님 연기 스타일이 자유로워서 오히려 인영스럽게 연기가 나왔다. 사실 내가 먼저 다가가는 친화력 좋은 성격이 아니다. 언니, 오빠들과 촬영한다고 할 때, 동생으로서 어떻게 다가갈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정하 오빠가 편하게 다가와 줘서 되게 좋았다.

Q. 극 중에서 인영은 한국무용을 전공하지 않나. 서울국제예술단 60주년 공연 장면이 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한다. 이 장면들을 준비하기 위해서 연습을 많이 했을 것 같다.

'괜찮아'를 찍을 당시에, 드라마 '안녕? 나야!'를 동시에 촬영 중이었다. 짬을 내서 연습하려고 했던 것 같다. 아무리 청소년이지만 극단에 들어온 학생으로 실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용하시는 언니나 안무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Q. "떠나는 사람은 그날이 바로 이별이지만, 남겨진 사람은 받아들이는 날까지 계속 이별하는 것"이라는 대사처럼 '괜찮아'는 애도를 무겁게만 다루지 않는 느낌이다.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나 뜻이 가볍지만은 않다. 인영이 내일을 살아가는 힘에 관해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확신은 할 수 없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영화를 통해서 알아주시면 좋겠다. 인영이는 극 중에서 부모님을 잃었고, 살아갈 방법을 혼자서 터득해야 하는 환경에 처해있다. 그러나 약국에 선생님도 있고, 친구들도 있으니 손 내밀면 언제든 잡아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전달되면 좋겠다.

Q. 현재 중앙대학교에서 연기과를 다니며 새내기로 지내고 있다. 학교생활은 좀 어떤가.

아무래도 연기를 현장에서 많이 배웠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기초부터 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방법들을 떠올릴 때, 대학교에서 천천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생활은 배울 것들이 많고 동기 언니·오빠들이 많이 아껴준다. 매번 현장을 갈 때는 부담을 가지고 했는데, 대학교는 연기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해줬던 것 같다.

Q. 차기작 tvN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2023)에서 박은빈의 아역으로 등장한다. 10월 28일 방영 예정이니 곧 시청자들을 만날 테다.

'무인도의 디바'에서 목하 캐릭터는 본인의 노래라는 밝음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는 친구다. 자기 삶에 있어서 행복을 놓치지 않는다.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아역 분량만 촬영했지만, 그런 어두운 상황에서도 계속 본인의 밝은 포인트들을 찾는 좋은 아이다.

Q. 2012년 데뷔해서 벌써 11년 차를 맞았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궁금하다.

가끔 힘들 때가 있지 않나. 현실을 피하고 싶을 때마다 노래를 찾아 듣고 작품을 찾으면서 현실을 잊고 내가 그 세계에 정말 있는 것처럼 몰입하고 힐링한다. 나를 볼 때, 사람들이 에너지를 얻었으면 좋겠다.

부산=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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