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엘리멘탈'
'오펜하이머'-'엘리멘탈'
영화 '오펜하이머'와 '엘리멘탈'이 이번 주말 각각 200만과 700만 돌파를 앞뒀다. 올해 영화계는 연초부터 시작된 '아바타: 물의 길'을 시작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등 외화가 발군의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영화가 '더 문'의 실패와 텐트폴(여름대작) 이후 대작 부족으로 빌빌대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외화와 끊임없이 경쟁해 온 한국 영화지만 올해는 특히나 약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5일 국내 개봉한 '오펜하이머'(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24일 기준 누적 관객수 188만5776명으로, 주말간 200만명을 돌파할 예정이다. '오펜하이머'는 세계적 영화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으로,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천재 과학자 오펜하이머의 핵개발 프로젝트를 다룬 작품이다. 놀란 감독의 명작으로 꼽히는 '인셉션', '다크 나이트' 보다 빠른 속도로 관객들을 모았다.
영화 '오펜하이머' /사진 = 유니버셜픽처스
영화 '오펜하이머' /사진 = 유니버셜픽처스
'오펜하이머'는 3시간에 이르는 러닝타임이 길고, 배경지식 없이 영화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 등을 받고 있다. 하지만 CG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핵 폭발 장면을 구현해 낸 것과 오펜하이머의 일생을 3가지 시각에서 바라보며 감정의 연쇄작용을 시각화 한 것은 호평일색이다. 놀란 감독의 깊이를 펼쳐내 보였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소위 말하는 대중성 면에서는 거리가 있지만, 영화 자체만으로는 분명 여러 미덕을 두루 갖춘 작품이란 평가다.

극장가 눈에 띄는 외화는 또 있다. '엘리멘탈'(감독 피터 손)은 누적 관객수 694만6760명을 기록, 700만 고지를 코 앞에 뒀다.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 4원소가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재치 있고 불처럼 열정 넘치는 앰버가 유쾌하고 감성적이며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를 만나 특별한 우정을 쌓으며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이야기. 디즈니-픽사의 '인사이드 아웃'을 이을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영화 '엘리멘탈' 공식 스틸컷.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엘리멘탈' 공식 스틸컷.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현재 기준 하반기 최고의 승자라고 하면 단연 '엘리멘탈'을 꼽을만 하다. 지난 6월 14일 개봉한 '엘리멘탈'은 영화 자체의 기발함과 관객들의 입소문 덕에 3달째 관객들의 선택을 받으며 롱런하고 있다. '엘리멘탈'은 천만 영화에 등극한 '범죄도시3'에 이어 올해 전체 박스오피스 스코어 2위를 달리며 700만 고지까지 내달렸다.

'엘리멘탈'은 불과 물 등 원소의 의인화를 통한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 있는 연출이 특징으로 가족 단위의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 모으며 입소문을 탔다. 북미 시장에서의 부진과 달리 국내에서는 흥행 돌풍 수준이다. 작품의 서사가 한국 정서에 부합한다는 평가가 있다. 이민자 2세인 피터 손 감독의 생생한 경험이 녹아진 스토리텔링이 국내 관객들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다는 평가다.

이렇듯 관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장점과 특징이 확실해 관객들을 사로잡을 뭔가가 있어야 한다. 그 정답의 핵심은 영화 그 자체에 있다. 비싼 티켓값, OTT 속 쏟아지는 신작들이 극장 침체의 이유가 될 수 없다. 관객 탓만 하고 있는 일부 영화 관계자들도 각성할 때다. 환경탓, 남탓하기에는 외화의 성적표가 눈에 밟힌다. 2023 전체 박스오피스 톱10 중 한국 영화는 단 3편 뿐이다. 구시대적 충무로 화법으로는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내기 어렵다.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 자성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많은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과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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