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씨네21' 영상 캡처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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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수'의 류승완 감독은 박정민 배우의 살크업에 대한 비하인드를 밝혔다.

17일 유튜브 채널 '씨네21'에는 영화 '밀수'의 감독 류승완과 '헤어질 결심'의 감독 박찬욱이 등장해 마스터스토크 1부를 진행했다.

이날 박찬욱은 영화 '밀수'에 대한 인상을 언급했다. 박찬욱은 "'밀수'는 가편집본을 마지막 물속에서의 액션 시퀀스만 예전에 봤다. 수조 세트에서 찍은 것이라서 파란 배경이었다. 어떻게 액션을 구사할 수 있을까에 대해 놀랐었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까 전체적으로 너무나 신나고, 활력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사진='씨네21' 영상 캡처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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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박찬욱은 "류승완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이 이때까지는 '아라한 장풍대작전'이었다. 그거보다 더 재밌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 말을 듣던 류승완은 "감독님과 이런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게 처음이지 않나. 나는 자주 가서 GV도 하고, 블루레이 코멘트도 한 것 같다"라며 감회가 남다르다고 밝혔다. 이에 박찬욱은 "아니 요청이 없어서"라며 무안하게 말했다.

류승완은 박찬욱과의 대담이 진행되며 떨린다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류승완은 "물론 제 영화의 가장 첫 번째 관객이시다. 대본을 쓸 때나 편집본을 만들었을 때나 항상 가장 떨리는 기분으로 말씀 전해 듣고는 한다. 오늘 이렇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얘기하는 게"라며 말했다.
사진='씨네21' 영상 캡처본.
사진='씨네21' 영상 캡처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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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과 박찬욱은 애정하는 시대인 1970년대에 대해 언급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박찬욱은 "지금 편집하고 있는 '동조자'도 그렇고 그전에 '리틀 드러머 걸'이라는 작품도 70년대 배경이었다. 확실히 70년대를 좋아하는 것 같다. 어렸을 때, 겪었던 시대이고 또 영화도 70년대 영화가 좋지 않나. 모든 면에서 70년대가 활기 있고 생명력 넘치는 시대"라고 말했다.

류승완은 "70년대는 우선 휴대폰을 쓸 수 없지 않나. 물론 80년대에도 휴대폰이 없지만. 서스펜스가 구축되는 방식 자체가 그것만으로도 다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류승완은 "이상하게 음악 같은 경우, 당시의 유행곡보다 귀가 되게 보수적이었다. 좀 흘러간 노래가 좋았다. 항상. 그게 왜 그런가 생각을 해보면,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한테 음악하고 영화에 영향을 많이 받았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씨네21' 영상 캡처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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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류승완은 "제 동생, 영화배우 하는 류승범이 옷 입는 센스가 다 아버지한테서 온 거다. 어려서 '어른들의 세상은 되게 멋있는 세상이구나'하고 생각했다. 70년대에 대한 환상이 조금 있다. 영화를 처음 본 것도 70년대다. 뭔가 그때가 풍성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밀수'를 제작하며 가장 좋았던 점에 대해 류승완은 "이번 영화를 하면서 제일 좋았던 것은 그 시절의 음악을 막 끌어다가 원 없이 쓸 수 있으니까. 그게 너무 좋았다"라고 설명했다.

이 말을 듣던 박찬욱은 "그럼 선곡이 다 장기하 음악 감독의 의견이 있었냐"고 질문했다. 이에 류승완은 "선곡은 제가 대본을 쓸 때부터 아예 대본에 써놨었다. 장기하 음악감독을 선택한 것은 그 이유가 있었다. 영화를 보시면 선곡된 음악 자체가 러닝타임을 되게 많은 시간을 차지한다. 이게 자칫하면 작곡하는 스코어 음악이랑 안 붙을 수가 있다. 이 시절의 대중가요에 되게 진심인, 피가 통하는 아티스트가 누굴까를 생각하다가 장기하 같은 사람이 이걸 해주면 이질감 없이 잘되지 않을까 싶어서 하게 되었다.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씨네21' 영상 캡처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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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은 '밀수'의 한 장면을 언급하며 "애꾸가 호텔 방에서 음악에 심취해서 끄덕거리는 것은 아버지의 오마주?"라고 물었고, 류승완은 "아니다. 사실 사나이 픽처스 한재덕 대표"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박찬욱 감독의 '동조자'와 '리틀 드러머 걸'에서 사용한 음악에 관해 물은 류승완. 박찬욱은 "'리틀 드러머 걸'에선 별로 안 썼다. 이번에 '동조자'는 많이 쓴다"라고 답했다. 이에 류승완은 "'리틀 드러머 걸'은 스코어 위주로 가신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고, 박찬욱은 "조영욱 씨('리틀 드러머 걸' 음악감독)의 스코어 위주로 했는데, 대중문화의 그것과는 별개로 너무 심각한 스파이 이야기라서 안 썼다. 이번에는 아쉽기도 해서 많이 쓴다. 아시다시피 그게 다 돈 문제라서 얼마나 내가 원하는 만큼 쓸 수 있는지 그게 걱정이긴 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사진='씨네21' 영상 캡처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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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의 '연안부두'와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의 선곡이 압도적이었다는 박찬욱. 노래 선곡에 관해 류승완은 "'연안부두'는 워낙 대중적으로 야구단 응원가로도 쓰인다.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는 워낙 좋아하는 음악이다. 당시 산울림의 김창완 선생이 라이브로 연주하고 할 때 보면, 음악은 완전히 프로그래시브 락이다. 되게 젊을 때, 넥타이 매고 밴드가 나와서 연주하는. 그때 송골매나 이런 밴드들은 청바지에다가 터프하게 나왔었다. (산울림)은 회사원처럼 나와서 '이게 뭐지?'라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저 음악에 살벌한 액션과 맞물려서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류승완은 박찬욱을 언급하며 "클래식부터 되게 센 헤드락이나 다 들으시는데 음악 선곡할 때 약간 의외성의 가요를 쓰실 때가 있지 않나. 약간 엇박자로 했을 때, 세련되게 붙더라. 저는 '스토커' 선곡이 진짜 좋았다. '와 어떻게 저 감각을 흉내낼 수 있을까?'"라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사진='씨네21' 영상 캡처본.
사진='씨네21' 영상 캡처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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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본 이후 김지운 감독하고도 밥을 먹었다는 박찬욱은 "김지운 감독도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 시퀀스는 정말 탁월했다고 말하지 않았나. 의외의 선곡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류승완은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가 고민이 조금 있었다. 시퀀스가 원곡의 길이보다 길다. 장기하 음악 감독하고 연주를 해서 최대한 이 사운드를 늘려보자고 했다. 근데 장기하 음악 감독이 그 사운드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단순히 악보를 보고 맞춘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더라. 고민하다가 원곡자들에게 허락받고 길이를 늘여서 편집했다"라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사진='씨네21' 영상 캡처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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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독 장기하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은 류승완은 "장기하 음악감독이 촬영 전에 미리 음악을 보내주더라. 춘자하고 진숙이 대화하는 밤 장면이 있는데 그 음악들이 미리 나온 거다. 현장에서 그 음악을 틀면서 찍었다. 배우들도 너무 좋아하더라. 장기하 음악감독이 나중에 알아버린거다. 영화 음악을 처음 하니까 앨범 만들듯이 고생하면서 한 것 같다. '알아보니까 미리 하는게 아니었더라고요. 왜 말씀을 안 해주셨어요'라고 말하더라"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후반 작업 이후의 장기하 음악 감독과의 에피소드를 밝히기도 했다. 류승완은 "장기하 음악 감독이 후반을 반 정도 진행하고 나니까 '다시는 영화 음악을 안 할 거다'라고 이야기했다"라고 말해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사진='씨네21' 영상 캡처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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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의 의상에 관해 류승완은 "제작한 것도 있고, 그때가 코로나였지 않나. 그래서 외국에서 공수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박정민이 입었던 옷은 박정민이 살크업을 해서 핏이 예상에서 벗어나긴 했다. 정말 너무 성공적이었다"라고 답했다.

이 말을 듣던 박찬욱은 "'밀수' 가편집본을 봤는데, 배만 뽈록 나온 그 박정민을 보고 뭔가 마음이 놓였다. '저런 배우라면 참 내가 캐스팅 잘 했다'"라며 '일장춘몽'에서 같이 호흡을 맞춘 박정민에 대해 언급했다.

영화 속의 액션 시퀀스에 관해 류승완은 "유상섭 무술감독님과 함께 하게 됐다. 조인성 배우가 태권도 사범증이 있다. 근데 '모가디슈' 끝나고 무릎이 안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이에 박찬욱은 "모가디슈 때문에"라며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였다. 류승완은 "아니다(웃음) 워낙 태가 좋으니까 라이브하게 액션을 하는 장면이 좋았다"라고 답했다.
사진='씨네21' 영상 캡처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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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설계에 관해 "물속이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싱크로나이즈팀들을 초청해서 동선을 테스트했다. 둘이 크로스하는 장면 같은 경우, 원래는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이었다. 테스트 때 보고 너무 매력적이라서 그렇게 바꿨다. 수조 세트의 크기가 한계가 있어서 그게 조금은 아쉽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김혜수, 염정아 배우와 관련된 비하인드를 밝히기도 했다. 류승완은 "대본을 주기 전에 두 사람을 함께 사무실로 불렀다. 시나리오만 주면 까일 것 같았다. 워낙 절박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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