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늘의 시네팝콘≫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겸 영화평론가)가 톡톡(POP)튀는 시선으로 영화 콘텐츠를 들여다봅니다. 이하늘의 팝콘(POP-Con) 챙기고 영화 보세요.
최소 20년간 꾸준히 관객들을 만난 장수 시리즈 영화가 다시 찾아왔다. 오랜 기간 만났던 작품들이었던 만큼 반가움이 크다. 1996년 시작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1994년 TV로 처음 시작한 '명탐정 코난'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의 익숙한 '빰빰빰빰'의 테마곡이 들리는 오프닝 시퀀스와 '명탐정 코난'의 "몸은 작아졌어도 두뇌는 그대로, 불가능을 모르는 명탐정, 진실은 언제 하나"라는 대사가 나오는 오프닝 시퀀스 역시 클리셰 중 하나지만 빠지면 아쉬울 정도다. 장기 시리즈의 묘미는 익숙함에서 풍겨오는 그 시절의 추억과 시대를 반영하며 변화하는 것일 테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기존에 익숙했던 클리셰보다 더 나아가 세계가 변화하는 판도에 발맞춰 AI(인공지능)를 영화의 소재로 삼았다. 우선 12일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 이하 '미션 임파서블 7')은 모든 인류를 위협할 새로운 무기인 AI를 추적하는 에단 헌트(톰 크루즈)와 IMF 팀의 이야기를 담았다. 실시간으로 인간을 통제하며 무효화시키는 AI는 작전 자체를 방해하거나 통신망에 개입해서 음성을 조작하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벤지(사이먼 페그)와 루터(빙레임스)가 빌런을 쫓는 에단 헌트를 위해 위치 추적하며 방향을 지시하는데, 이때 자아를 가진 AI가 개입해서 작전을 방해한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큰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AI는 서서히 인간을 잠식시킨다.
그런가 하면 20일 개봉한 '코난: 흑철의 어영'(감독 타치카와 유즈루 / 이하 '코난') 역시 AI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인터폴의 최첨단 정보 해양 시설인 '퍼시빅 부이'는 CCTV를 통해 '전 연령 인식'을 할 수 있는 AI 시스템이며, 코난은 우연한 기회에 그곳을 방문하게 된다. 와중에 검은 조직이 이 시스템을 노리기 위해 접근하게 되면서, 하이바라 아이(한국 이름: 장미) 역시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CCTV를 통해 상대방의 얼굴을 인식하고 범죄자를 추적하는 도구로 사용하면 좋은 영향을 줄 테지만 오히려 악용된다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영화 속에서도 검은 조직이 하이바라를 쫓게 된 이유가 이 시스템 때문이다.
영화계는 현재 AI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5월 시작된 미국 작가 조합(WGA)의 파업에 뒤따라 무려 63년 만에 할리우드 배우 조합(SAG-AFTRA) 역시 동판 파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 할리우드 배우 조합은 지난 5월 시작된 미국 작가 조합 파업에 뒤따라 무려 63만에 동반 파업에 나서는 중.
그들은 넷플릭스 및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대형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인공지능(AI) 배우를 도입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외모 혹은 목소리가 무단으로 도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디지털 초상권을 보호해 주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의료와 보험 등 처우 개선과 함께 기술 발전에 따라 달라진 제작환경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의 요구 사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장 중심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부분이 AI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AI는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기계와 로봇이 영화계에 도입되면서 영화 스태프들의 일자리는 점차 사라지고 있을뿐더러 초상권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6월 28일 국내 개봉한 영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감독 제임스 맨골드)에서 노장 배우 해리슨 포드는 AI를 통해 젊은 시절의 얼굴을 재현했다. 물론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AI가 배우들의 연기를 대체하면서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함께 불거졌다.
심지어 실어증으로 은퇴한 배우 브루스 윌리스의 얼굴을 AI로 합성한 광고도 사전 합의 없이 제작돼 논란이 된 상황도 있었다. 배우 톰 크루즈를 비롯해 감독 제임스 카메론, 크리스토퍼 놀란은 AI가 불러올 미래의 위험성에 대해서 경고하기도 했다. 특히 톰 크루즈는 스턴트 배우의 일자리가 AI에 의해 사라질 수도 있다며 그들의 일자리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딥 페이크(인공 지능을 기반으로 한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를 통해 초상권이 지켜지지 않는 사태가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배우 맷 데이먼은 "(AI는) 삶과 죽음이 걸린 문제다. 공정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디지털 초상권을 보호할 대책을 강구해달라는 입장을 지속해서 강조하는 상황이다. 다른 경우지만, 한국 웹 예능 'SNL 코리아 시즌 4'의 AI 버전 예고편이 공개되기도 했다. 해당 예고편은 발렌시아가의 AI 광고를 오마주한 것으로 신동엽, 주현영, 권혁수, 김민교, 정상훈 등의 크루들이 AI 이미지로 나오기도 했다. 공개된 영상은 많은 호응을 받았지만, 사실 AI는 그 경계가 모호한 시스템이기도 하다. 발렌시아가의 광고 역시 당시 화제를 모았고, 사람이 아닌 AI 프로그램이 만든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일종의 밈(유행하는 콘텐츠가 영상의 형태로 변형돼 확산되는 현상)으로 번졌기도 했다. AI가 만든 결과물은 저작권이 없지만, 유명인의 사진을 활용할 경우 실제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최근 스노우 어플을 통해 AI 증명사진을 만들어 제출하는 등의 사례와 유명 연예인들의 사진을 무분별하게 사용해 만드는 경우도 살펴볼 수 있었다. 때문에 AI는 비단 할리우드만의 문제는 아니다. 할리우드는 현재 개봉을 앞둔 할리우드 작품들 '데드풀 3', '어벤져스: 캉 다이너스티', '듄 2' 등은 개봉 시기를 늦추거나 시사회나 영화제 등의 영화 홍보에 배우들이 불참하는 등 강한 의사 표현을 한 바 있다. 영화 '오펜하이머'의 배우 킬리언 머피, 맷 데이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에밀리 블런트 등은 시사회 시작 1시간 후에 파업이 진행되자 시사회장을 즉시 떠나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번에 발생한 파업은 1960년 이후 무려 63년 만의 파업이다. 그 당시 영화의 TV 재방영으로 인해 수수료를 줘야 한다는 이슈에서 불거졌다.
시대가 바뀌며 TV에서 스트리밍 서비스의 재상영분배금과 AI로 변한 요구사항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우리가 어떤 식으로 파악하고 제대로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할 거리를 마련해준다. 눈에 보이지 않는 AI가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상황에 대해 우리는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현재 진행 중인 영화계 AI 이슈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겸 영화평론가)가 톡톡(POP)튀는 시선으로 영화 콘텐츠를 들여다봅니다. 이하늘의 팝콘(POP-Con) 챙기고 영화 보세요.
최소 20년간 꾸준히 관객들을 만난 장수 시리즈 영화가 다시 찾아왔다. 오랜 기간 만났던 작품들이었던 만큼 반가움이 크다. 1996년 시작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1994년 TV로 처음 시작한 '명탐정 코난'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의 익숙한 '빰빰빰빰'의 테마곡이 들리는 오프닝 시퀀스와 '명탐정 코난'의 "몸은 작아졌어도 두뇌는 그대로, 불가능을 모르는 명탐정, 진실은 언제 하나"라는 대사가 나오는 오프닝 시퀀스 역시 클리셰 중 하나지만 빠지면 아쉬울 정도다. 장기 시리즈의 묘미는 익숙함에서 풍겨오는 그 시절의 추억과 시대를 반영하며 변화하는 것일 테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기존에 익숙했던 클리셰보다 더 나아가 세계가 변화하는 판도에 발맞춰 AI(인공지능)를 영화의 소재로 삼았다. 우선 12일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 이하 '미션 임파서블 7')은 모든 인류를 위협할 새로운 무기인 AI를 추적하는 에단 헌트(톰 크루즈)와 IMF 팀의 이야기를 담았다. 실시간으로 인간을 통제하며 무효화시키는 AI는 작전 자체를 방해하거나 통신망에 개입해서 음성을 조작하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벤지(사이먼 페그)와 루터(빙레임스)가 빌런을 쫓는 에단 헌트를 위해 위치 추적하며 방향을 지시하는데, 이때 자아를 가진 AI가 개입해서 작전을 방해한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큰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AI는 서서히 인간을 잠식시킨다.
그런가 하면 20일 개봉한 '코난: 흑철의 어영'(감독 타치카와 유즈루 / 이하 '코난') 역시 AI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인터폴의 최첨단 정보 해양 시설인 '퍼시빅 부이'는 CCTV를 통해 '전 연령 인식'을 할 수 있는 AI 시스템이며, 코난은 우연한 기회에 그곳을 방문하게 된다. 와중에 검은 조직이 이 시스템을 노리기 위해 접근하게 되면서, 하이바라 아이(한국 이름: 장미) 역시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CCTV를 통해 상대방의 얼굴을 인식하고 범죄자를 추적하는 도구로 사용하면 좋은 영향을 줄 테지만 오히려 악용된다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영화 속에서도 검은 조직이 하이바라를 쫓게 된 이유가 이 시스템 때문이다.
영화계는 현재 AI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5월 시작된 미국 작가 조합(WGA)의 파업에 뒤따라 무려 63년 만에 할리우드 배우 조합(SAG-AFTRA) 역시 동판 파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 할리우드 배우 조합은 지난 5월 시작된 미국 작가 조합 파업에 뒤따라 무려 63만에 동반 파업에 나서는 중.
그들은 넷플릭스 및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대형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인공지능(AI) 배우를 도입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외모 혹은 목소리가 무단으로 도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디지털 초상권을 보호해 주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의료와 보험 등 처우 개선과 함께 기술 발전에 따라 달라진 제작환경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의 요구 사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장 중심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부분이 AI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AI는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기계와 로봇이 영화계에 도입되면서 영화 스태프들의 일자리는 점차 사라지고 있을뿐더러 초상권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6월 28일 국내 개봉한 영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감독 제임스 맨골드)에서 노장 배우 해리슨 포드는 AI를 통해 젊은 시절의 얼굴을 재현했다. 물론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AI가 배우들의 연기를 대체하면서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함께 불거졌다.
심지어 실어증으로 은퇴한 배우 브루스 윌리스의 얼굴을 AI로 합성한 광고도 사전 합의 없이 제작돼 논란이 된 상황도 있었다. 배우 톰 크루즈를 비롯해 감독 제임스 카메론, 크리스토퍼 놀란은 AI가 불러올 미래의 위험성에 대해서 경고하기도 했다. 특히 톰 크루즈는 스턴트 배우의 일자리가 AI에 의해 사라질 수도 있다며 그들의 일자리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딥 페이크(인공 지능을 기반으로 한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를 통해 초상권이 지켜지지 않는 사태가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배우 맷 데이먼은 "(AI는) 삶과 죽음이 걸린 문제다. 공정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디지털 초상권을 보호할 대책을 강구해달라는 입장을 지속해서 강조하는 상황이다. 다른 경우지만, 한국 웹 예능 'SNL 코리아 시즌 4'의 AI 버전 예고편이 공개되기도 했다. 해당 예고편은 발렌시아가의 AI 광고를 오마주한 것으로 신동엽, 주현영, 권혁수, 김민교, 정상훈 등의 크루들이 AI 이미지로 나오기도 했다. 공개된 영상은 많은 호응을 받았지만, 사실 AI는 그 경계가 모호한 시스템이기도 하다. 발렌시아가의 광고 역시 당시 화제를 모았고, 사람이 아닌 AI 프로그램이 만든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일종의 밈(유행하는 콘텐츠가 영상의 형태로 변형돼 확산되는 현상)으로 번졌기도 했다. AI가 만든 결과물은 저작권이 없지만, 유명인의 사진을 활용할 경우 실제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최근 스노우 어플을 통해 AI 증명사진을 만들어 제출하는 등의 사례와 유명 연예인들의 사진을 무분별하게 사용해 만드는 경우도 살펴볼 수 있었다. 때문에 AI는 비단 할리우드만의 문제는 아니다. 할리우드는 현재 개봉을 앞둔 할리우드 작품들 '데드풀 3', '어벤져스: 캉 다이너스티', '듄 2' 등은 개봉 시기를 늦추거나 시사회나 영화제 등의 영화 홍보에 배우들이 불참하는 등 강한 의사 표현을 한 바 있다. 영화 '오펜하이머'의 배우 킬리언 머피, 맷 데이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에밀리 블런트 등은 시사회 시작 1시간 후에 파업이 진행되자 시사회장을 즉시 떠나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번에 발생한 파업은 1960년 이후 무려 63년 만의 파업이다. 그 당시 영화의 TV 재방영으로 인해 수수료를 줘야 한다는 이슈에서 불거졌다.
시대가 바뀌며 TV에서 스트리밍 서비스의 재상영분배금과 AI로 변한 요구사항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우리가 어떤 식으로 파악하고 제대로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할 거리를 마련해준다. 눈에 보이지 않는 AI가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상황에 대해 우리는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현재 진행 중인 영화계 AI 이슈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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