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내린 금발 머리에 푸른 눈,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인형. 이 인형을 가지고 논 경험은 없을지라도 익숙하게 떠오르는 캐릭터가 있을 것이다. 이 외형은 바로 바비 인형의 시그니처. 1950년대 첫 출시되어 벌써 7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바비 인형은 하나의 아이콘처럼 자리 잡았다. 물론 미국에서 제작된 인형이다 보니 아무래도 서구권 사람들에게 훨씬 잘 알려진 인형일 테다. 하지만 바비 인형의 외모가 지닌 전형적인 이미지 때문에 떨어지지 않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니기도 한다.
이런 바비 인형을 소재로 한 영화 '바비'(감독 그레타 거윅)가 오는 19일 국내 개봉한다. 영화는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랜드'에서 살아가던 '바비'(마고 로비)가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의 균열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켄’(라이언 고슬링)과 예기치 못한 여정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영화 '바빌론', '수어사이드 스쿼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에서 입체적인 연기를 보여준 마고 로비와 '블레이드 러너 2049', '라라랜드', '빅쇼트' 등에서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라이언 고슬링이 출연한다.
사실 바비 인형에 대해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그 유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비 인형은 장난감 제작을 하는 마텔사의 루스와 엘리엇 핸들러 부부에 의해 1950년대에 처음 탄생했다. 어느 날 부부는 딸 바바라가 종이 인형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지켜봤고, 어린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딸은 어른들의 행동 양식을 무의식적으로 반영하고 있었고. 이후 그들은 차별화된 장난감을 만들겠다고 결심한다. 1956년 가족과 유럽 여행을 떠난 루스 핸들러는 독일의 성인용 피규어 인형 빌드 빌리를 보게 된다. 빌드 빌리는 유명 신문 만화에 등장하는 동명의 주인공을 장난감으로 제작한 것으로 금발의 직장 여성의 외형을 갖추고 있다. 이에 영감을 받는 루스는 1959년 3월 뉴욕에서 열린 국제 토이 페어에 딸 '바바라'의 이름을 따서 바비라는 이름으로 인형을 출시하게 된다. 1959년 오리지널 바비를 시작으로 1961년 우주 비행사 바비부터 1980년 흑인 바비, 1986년 앤디 워홀의 팝아트로 작업 된 바비가 출시될 만큼 다양한 변천사를 겪었다. 바비 인형 하면 떨어질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소꿉친구이자 남자친구인 켄. 영화 속에서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켄은 1960년대 초반에 바비 인형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 출간되어 세계관이 구축됐다. 바바라 밀리센트 로버츠란 이름으로 가상의 마을 윌로우에 사는 소녀에게는 남자친구 켄이 있다. 이후 1961년 상품으로 처음 출시된 켄은 바비와 떨어질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사실 1958년 탄생한 시점부터 바비 인형은 각종 논란을 일으켰는데, 그것은 바로 바비의 외모에서 비롯된 논란이었다. "전형적인 바비 역할"을 맡았다는 마고 로비의 말처럼 '전형적인 바비'의 외모는 175cm 키의 성인을 기준으로 50kg, 36-18-33(가슴-허리-엉덩이)이라는 비현실적인 수치다. 아이들에게 여성의 몸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바비 인형의 몸매는 당시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킬 수도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1992년 7월 출시된 '말하는 바비'의 대사 중 일부가 "난 쇼핑을 사랑해", "수학 수업은 어려워" 등 무지한 여성으로 표현했다는 이유로 미 대학 여성 협의회에 의해 제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바비 인형의 모습을 시류에 맞춰 변화한 영화도 눈에 띈다. 영화 '토이 스토리' 시리즈에도 바비 인형의 존재가 종종 부각되기도 했는데, 본격적인 존재가 드러난 것은 '토이 스토리 3'에서부터다. 시즌 1, 2에서 바비 인형의 존재가 옅었다면, '토이 스토리 3'에서 바비 인형은 켄과 함께 주체적인 행동을 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토이 스토리 3'는 어른이 된 앤디가 자신이 어린 시절 놀던 우디와 버즈를 비롯한 모든 장난감을 실수로 써니사이드에 보내면서 생겨나는 이야기다. 영화 속에서 주요한 공간이 된 써니사이드에는 기증된 인형들이 모여있고, 그를 군림하던 곰돌이 인형 라쏘는 마치 폭군과도 같다. 그중에서 바비는 이전까지의 전형성을 깨뜨린 캐릭터로 묘사된다. 써니사이드에서 만난 켄으로 인해서 잠시 친구들을 잊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주체적으로 탈출 계획을 세운다. 우리가 알던 바비 인형의 드레스를 입고 무지한 여성이 아닌, 먼저 나서는 캐릭터도 변모한 것. 사실 장난감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토이 스토리'에서 앤디가 가지고 놀던 카우보이 인형 우디도 우주 비행사 버즈라이트 이어의 등장으로 잠시 밀려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영화 '바비'는 어떨까. 연출을 맡은 그레타 거윅은 영화 '레이디 버드'(2018)와 '작은 아씨들'(2020)로 세상의 틀에 맞추지 않고 자신을 확장한 여성을 그려온 감독이다. '레이디 버드'에서 주인공 크리스틴(시얼샤 로넌)은 자신이 직접 지은 레이디 버드로 살아가려는 태도를 보이고, 루이자 메이 올컷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은 아씨들'은 셋째 조 마치(시얼샤 로넌)는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스스로 펼치고자 노력한다.
그레타 거윅은 '바비'를 통해 "다양한 모습의 바비"를 그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화는 바비가 1950년대를 재현한 바비랜드에서 균열이 생긴 포털로 인해 현실 세계로 가는 과정을 그린다. 만약 그레타 거윅이 설정한 균열이 생긴 포털이 1950년대에 첫 출시된 전형적인 바비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현실 세상에 간 바비는 어떤 식으로 변할 수 있을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바비 인형이라지만, 그레타 거윅의 손길로 어떻게 재탄생할지 기대가 된다.
영화 '바비'는 오는 19일 개봉한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사실 바비 인형에 대해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그 유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비 인형은 장난감 제작을 하는 마텔사의 루스와 엘리엇 핸들러 부부에 의해 1950년대에 처음 탄생했다. 어느 날 부부는 딸 바바라가 종이 인형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지켜봤고, 어린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딸은 어른들의 행동 양식을 무의식적으로 반영하고 있었고. 이후 그들은 차별화된 장난감을 만들겠다고 결심한다. 1956년 가족과 유럽 여행을 떠난 루스 핸들러는 독일의 성인용 피규어 인형 빌드 빌리를 보게 된다. 빌드 빌리는 유명 신문 만화에 등장하는 동명의 주인공을 장난감으로 제작한 것으로 금발의 직장 여성의 외형을 갖추고 있다. 이에 영감을 받는 루스는 1959년 3월 뉴욕에서 열린 국제 토이 페어에 딸 '바바라'의 이름을 따서 바비라는 이름으로 인형을 출시하게 된다. 1959년 오리지널 바비를 시작으로 1961년 우주 비행사 바비부터 1980년 흑인 바비, 1986년 앤디 워홀의 팝아트로 작업 된 바비가 출시될 만큼 다양한 변천사를 겪었다. 바비 인형 하면 떨어질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소꿉친구이자 남자친구인 켄. 영화 속에서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켄은 1960년대 초반에 바비 인형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 출간되어 세계관이 구축됐다. 바바라 밀리센트 로버츠란 이름으로 가상의 마을 윌로우에 사는 소녀에게는 남자친구 켄이 있다. 이후 1961년 상품으로 처음 출시된 켄은 바비와 떨어질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사실 1958년 탄생한 시점부터 바비 인형은 각종 논란을 일으켰는데, 그것은 바로 바비의 외모에서 비롯된 논란이었다. "전형적인 바비 역할"을 맡았다는 마고 로비의 말처럼 '전형적인 바비'의 외모는 175cm 키의 성인을 기준으로 50kg, 36-18-33(가슴-허리-엉덩이)이라는 비현실적인 수치다. 아이들에게 여성의 몸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바비 인형의 몸매는 당시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킬 수도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1992년 7월 출시된 '말하는 바비'의 대사 중 일부가 "난 쇼핑을 사랑해", "수학 수업은 어려워" 등 무지한 여성으로 표현했다는 이유로 미 대학 여성 협의회에 의해 제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바비 인형의 모습을 시류에 맞춰 변화한 영화도 눈에 띈다. 영화 '토이 스토리' 시리즈에도 바비 인형의 존재가 종종 부각되기도 했는데, 본격적인 존재가 드러난 것은 '토이 스토리 3'에서부터다. 시즌 1, 2에서 바비 인형의 존재가 옅었다면, '토이 스토리 3'에서 바비 인형은 켄과 함께 주체적인 행동을 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토이 스토리 3'는 어른이 된 앤디가 자신이 어린 시절 놀던 우디와 버즈를 비롯한 모든 장난감을 실수로 써니사이드에 보내면서 생겨나는 이야기다. 영화 속에서 주요한 공간이 된 써니사이드에는 기증된 인형들이 모여있고, 그를 군림하던 곰돌이 인형 라쏘는 마치 폭군과도 같다. 그중에서 바비는 이전까지의 전형성을 깨뜨린 캐릭터로 묘사된다. 써니사이드에서 만난 켄으로 인해서 잠시 친구들을 잊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주체적으로 탈출 계획을 세운다. 우리가 알던 바비 인형의 드레스를 입고 무지한 여성이 아닌, 먼저 나서는 캐릭터도 변모한 것. 사실 장난감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토이 스토리'에서 앤디가 가지고 놀던 카우보이 인형 우디도 우주 비행사 버즈라이트 이어의 등장으로 잠시 밀려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영화 '바비'는 어떨까. 연출을 맡은 그레타 거윅은 영화 '레이디 버드'(2018)와 '작은 아씨들'(2020)로 세상의 틀에 맞추지 않고 자신을 확장한 여성을 그려온 감독이다. '레이디 버드'에서 주인공 크리스틴(시얼샤 로넌)은 자신이 직접 지은 레이디 버드로 살아가려는 태도를 보이고, 루이자 메이 올컷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은 아씨들'은 셋째 조 마치(시얼샤 로넌)는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스스로 펼치고자 노력한다.
그레타 거윅은 '바비'를 통해 "다양한 모습의 바비"를 그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화는 바비가 1950년대를 재현한 바비랜드에서 균열이 생긴 포털로 인해 현실 세계로 가는 과정을 그린다. 만약 그레타 거윅이 설정한 균열이 생긴 포털이 1950년대에 첫 출시된 전형적인 바비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현실 세상에 간 바비는 어떤 식으로 변할 수 있을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바비 인형이라지만, 그레타 거윅의 손길로 어떻게 재탄생할지 기대가 된다.
영화 '바비'는 오는 19일 개봉한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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