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새론 대타로 '트롤리'에 합류
"준비할 시간 1~2주뿐, 도표 그려가며 내용 파악"
"미워보이는 캐릭터, 내가 먼저 안아주고 싶었다"
"김현주 같은 '다양한 연주' 할 수 있는 배우 되고파"
배우 정수빈. / 사진=텐아시아DB
배우 정수빈. / 사진=텐아시아DB
"부담감이 있었지만 저한테 주어진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어요. 수빈이를 제가 먼저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었어요. 수빈이 처음에는 밉기도 하고 나빠보이기도 하는데,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해서 표현이 서툴고 겁내는 게 마음 아프더라고요. 제가 어떻게 연기해야 수빈이를 좀 더 따뜻하게 바라봐 주실까 생각했죠."

배우 정수빈은 자신과 성은 다르지만 이름이 같은 김수빈 캐릭터를 첫 주연작 '트롤리'에서 연기하게 됐다. 지난 14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트롤리'는 과거를 숨긴 채 조용히 살던 국회의원 아내의 비밀이 세상에 밝혀지면서 부부가 마주하게 되는 딜레마와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딜레마 멜로. 정수빈은 "공중파 드라마를 한 건 처음이라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많은 응원을 받고 있고 주변에서 본방사수도 많이 해준다"고 기뻐했다. 또한 "부모님은 월화는 무조건 집에 계셨다. 배우 친구들은 연기적 조언도 해주고 시간을 내서 봐주니 감사하고 행복하더라"고 말했다.
[TEN인터뷰] 정수빈 "경험 못한 유산, 산부인과에 자문…'트롤리' 김새론 대타, 동료들을 더 걱정"
정수빈이 연기한 김수빈은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하며 그룹홈에서 살다가 고교 중퇴 후 그룹홈을 나온 뒤 남지훈을 만났고 임신한다. 갑작스럽게 남지훈이 죽은 뒤 김수빈은 남지훈의 부모인 남중도(박희순 분), 김혜주(김현주 분)을 찾아간다. 그러던 중 유산의 아픔을 겪는다.

"임신, 유산은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 산부인과에 자문을 구했어요. 한국 여성분들 3분의 1 가까이 유산을 경험한다고 하더라고요. 아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고 하잖아요. 유산의 아픔을 겪었던 분들도 좀 더 편히 털어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수빈을 연기했어요."

정수빈은 '트롤리'에 뒤늦게 합류하게 됐다. 당초 캐스팅됐던 김새론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어 하차하면서 새롭게 캐스팅된 것. 수빈 캐릭터를 준비할 수 있던 기간도 1~2주 남짓이었다.

"저도 급하게 들어가게 됐지만, 드라마를 함께하는 스태프나 배우들도 힘들 수 있는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걱정했는데 제가 촬영장에 갔을 때 반갑게 인사하며 반겨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수빈이 처한 상황들이 대본에서 시간 순서대로 드러나진 않잖아요. 그래서 한국사 연표처럼 도표로 정리해서 수빈에게 닥친 일들을 정리했어요. 비밀이 많은 수빈이는 하는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쉽게 파악하기 힘들어요. 나부터 제대로 수빈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파악하고 정리돼야 한다고 생각했죠. 특히 수빈이 유산 후에는 감정이 더 다양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앞부분부터 차근차근 정리가 돼야 그 감정에 제대로 다다르고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배우 정수빈. / 사진=텐아시아DB
배우 정수빈. / 사진=텐아시아DB
극 중 혜주의 정성 어린 보살핌과 따뜻한 마음 씀씀이에 수빈은 세상을 향해 세웠던 날카로운 날을 거둔다. 정수빈은 극 중 혜주와 수빈이 죽은 지훈을 그리워하고 지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기억난다고 꼽았다. 정수빈은 "현주 선배님이 '우리 잘 통했네?'라고 말해주셨을 때 딱 들어맞은 호흡과 따뜻함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수빈이는 혜주를 많이 좋아하는데, 그걸 어떻게 연기적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잘 전달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현주 선배님이 좋은 어른이자 좋은 선배셔서 저절로 그 마음이 나온 것 같아요. 현주 선배님에게 감사해요. 혜주라는 인물이 어두워서 단편적으로 그려질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선배님은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았어요. 혜주라는 인물 안에서도 한 음이 아닌 음악을 연주하는 것처럼 다채롭게 표현해내는 모습에 감탄했죠. 저도 선배님처럼 언젠가 더 많은 곡을 연주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다양한 직업군, 다양한 성격의 사람을 연기하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정수빈. 여러 사람의 삶을 경험해보며 좀 더 이타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그는 또래 배우들과 연탄 봉사, 유기견 봉사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도 한다.

"연기할 때 나도 상대를 믿고 상대도 나를 믿으며 소통이 됐을 때, 나를 지켜주는 따뜻한 빛 안에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 따뜻한 기운을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닌 관객들도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그런 따뜻함을 선사하고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