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사람’은 원서 접수비 만 원을 빌리려다 시체와 원룸에 갇힌 5년 차 경시생 찬우의 하루를 그린 영화 작품이다.
영화는 염지호 감독이 아이디어 노트에 써둔 ‘자다가 깨어났는데 옆에 시체가 있다면?’이라는 한 줄 스토리에서 시작됐다. 옆집에 사는 이웃에게조차 무관심하고 자신의 안위만을 중시하는 현 세태를 블랙 코미디의 형태로 보여주고 싶었던 그는 운명처럼 눈에 들어온 기발한 설정에 옆집에 갇힌 장수생이란 공감 가는 캐릭터를 세우고, 건물 주민들로 인해 벌어지는 현실적인 에피소드를 보태며 1년의 산고 끝에 지금의 시나리오를 완성 시켰다.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다 보니 촬영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무엇보다 매 장면의 연결을 철저하게 확인해야 했는데 장난기가 발동한 스태프들이 일부러 엉뚱한 소품을 예상치 못한 장소에 배치해 염 감독은 촬영 때마다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깜짝 소품을 찾아내야 했다. 하지만 운 좋게(?) 매의 눈을 피해 간 몇몇 장면은 그대로 영화에 들어갔다고 하니, 제작진의 트릭이 숨겨진 장면이 어디일지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술 마신 다음 날, 옆집에서 그것도 시체와 함께 깨어난다는 황당한 영화 속 설정보다 더 황당한 일들이 촬영장에서 일어났다. 로케이션 촬영 중 제작팀 한 명이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다리를 다쳤는데 다친 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던 다른 제작팀원마저 다리를 다쳐 나란히 깁스하고 나타난 것. 제작팀원은 그 두 명이 전부인 상황. 염 감독은 찍고 있는 영화보다 더 극적인 상황에 눈앞이 캄캄해졌지만,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허를 찌르는 유머와 쫄깃한 스릴로 관객의 심장을 쥐락펴락하는 영화 ‘옆집사람’. 주인공만큼 다사다난했던 제작진의 뒷이야기가 본편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수직 상승시킨다.
한편, 놓쳐선 안 될 올해의 데뷔작으로 기발한 상상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게 해줄 영화 ‘옆집사람’은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황은철 텐아시아 기자 edrt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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