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eezn, CJ CGV)
(사진=seezn, CJ CGV)

배우 백현진이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중년 남성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지난 주 종영한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가우스전자’는 다국적 문어발 기업 가우스전자 내 대기 발령소라 불리는 생활가전본부 마케팅3부의 청춘들이 사랑을 통해 오늘을 버텨내는 오피스 코믹 드라마.

극 중 백현진은 마케팅3부 차장 기성남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걸핏하면 회사 비품인 믹스 커피를 한 아름 훔치거나 회사 옥상에 음료수 자판기를 설치해 돈을 버는 등 구두쇠 면모를 가진 기성남은 윗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부서원들을 달달 볶거나 그들이 올린 기안을 자신의 이름으로 슬쩍 바꾸는 등 꼰대와 진상 상사 노릇도 서슴지 않는 인물.

그러나 사고치는 부서원들에게 화내다가도 임원들 앞에서는 어떻게든 무마해보려 애쓰고, 백마탄의 처지를 오해해 뒤에서 몰래 안쓰러워하는 인간적인 면모는 훈훈함을 안겼다. 이렇듯 선과 악을 오가는, 진짜 현실에서 본 듯한 캐릭터를 백현진은 모든 걸 다 내려놓은 듯한 열정적인 코믹 연기로 그려내며 보는 이에게 기분 좋은 웃음을 선사했다.


반면에 지난 2일 개봉한 ‘고속도로 가족’에서는 기성남과는 또 다른 리얼한 중년의 한 모습으로 변신해 여운이 남는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고속도로 가족’은 인생은 놀이, 삶은 여행처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이 우연히 한 부부를 만나면서 예기치 못한 사건을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백현진은 아픔을 간직한 중고가구점 사장 도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아들을 잃은 극한의 고통을 감내하며 여전히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내 영선(라미란 분)의 곁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캐릭터를 백현진은 깊은 눈빛과 절제된 표현력으로 그려내며 관객들을 극으로 인도했다.


특히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던 겉모습 뒤 꾹꾹 눌러왔던 고통이 바깥으로 표출되는 두 장면에서 백현진은 연기의 힘을 적절히 조절하는 연기 내공으로 관객의 마음을 울렸다. 아들의 사고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영선에게 숨겨왔던 아픔과 고통을 드러내는 장면은 백현진의 열연만큼 짙은 여운을 전하는 페이소스를 느끼게 했다.


이처럼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독보적인 존재감과 탄탄한 연기력으로 정 반대에 가까운 인물들을 완벽하게 연기해내며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백현진의 새로운 변신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준현 텐아시아 기자 wtcloud8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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