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소동을 일으키지 않는 일상적인 순간도 보통 아이와 조금 달랐다.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거나 엄마가 질문을 해도 집중하지 못했다. 송 전문의는 두 돌 이후 10번의 부름에 반응 횟수가 1, 2회에 그친다면 ‘호명 반응 지연 상태’라고 진단했다. 좋아하는 공룡을 일렬로 세워놓거나 줄이 흐트러지면 원래 모습대로 고치는 경향은 ‘집착’으로, 어떤 탈 것을 봐도 바퀴에만 집착해서 다른 곳으로 관심이 전환되지 않는 것도 문제 행동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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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주인공의 엄마도 아이가 뭔가 다름을 느끼고 있었다. 엄마는 “조금 다른 우리 아이가 혹시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아닐까 생각했지만, 사실일까 두려워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부모의 걱정대로 전문가의 진단에서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결과가 나왔다. 눈물을 쏟은 엄마는 “제가 한때 너무 힘들어서, 아이가 저를 목놓아 부를 때 안아주지 못했고 아이에게 부정적인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며 자책했다.
그러나 송 전문의는 “엄마의 스트레스나 일부 사건만으로 자폐 스펙트럼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며 “부모님의 잘못이 아니라, 자폐 스펙트럼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정상적인 환경에서도 발생한 사례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또 “정확한 진단을 통해 부모가 할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을 명확히 정하고, 아이의 발달을 위해 노력하는 게 급선무”라고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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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또래답지 않게 자주 쓰는 “살려줘”라는 말이 어디서 왔는지도 밝혀졌다. 육아가 너무 힘들었던 엄마가 새벽녘 문득 “엄마 죽을 것 같아, 엄마 좀 제발 살려줘. 힘들어”라고 탄식하던 순간을 아이는 기억하고 있었다. ‘살려줘, 도와줘’는 엄마가 하는 말을 따라했던 것이다. 송 전문의는 “아이가 적절히 쓸 수 있는 말이 없어서 계속 사용 중이니 필요한 말을 알려줘야 한다”며 “부정적인 말 ‘안돼’, ‘싫어’를 부모가 자꾸 쓰면 아이의 좌절감을 키우고 떼쓰기를 유발하니 긍정적인 단어를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황 해결을 위해 아빠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빠는 자상했지만, 바라보고 침묵하며 놀아주는 편이었다. 그 대신 아이의 대답과 관계없이 대화 시도를 해야 한다고 솔루션이 제시됐다. 아이의 부모는 “가장 두려운 건 아이를 두고 내가 먼저 죽는 것”, “내가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은 내 욕심으로 아이를 낳아 힘들게 한 것”이라며 걱정, 슬픔, 자책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송 전문의는 “그런 마음을 접어두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양육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모를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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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이현이와 송 전문의는 “긴 육아 레이스에서는 두 번 성공하고 한 번 실패했다고 해서 실패한 게 아닙니다. 두 번 성공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라고 강조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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