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인이 안방극장에 깊은 울림을 전하며 감동을 선사했다.
조인은 지난 1일 첫 방송한 MBC 새 금토드라마 '내일' 1회와 2회에서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하는 워커홀릭 방송 작가지만, 남모를 아픈 기억을 가진 인물인 '노은비' 역으로 활약했다.
은비는 재정비한 위기관리팀에 위험수치 80%를 가진 첫 의뢰인으로 등장했다. 커져가는 우울감에 좋아하던 일에 대한 의욕까지 잃어버린 은비는 담당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웹툰 작가 김혜원(김채원 분)을 만나게 됐다. 그는 평범한 출연자와의 인터뷰임에도 계속해서 주눅 든 모습으로 모두를 의아하게 했고, 특히 딸각거리는 볼펜 소리가 이어질 때마다 지나치게 초조한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그 자리를 박차고 도망쳤다.
이 모습에 의문을 가진 저승사자들은 기억의 키를 통해 은비의 과거를 들여다봤고, 그 내용은 시작부터 처참했다. 학창 시절 은비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고, 작가 혜원이 바로 그 가해자였던 것. 은비는 친구와 웃고 있었단 이유로 혜원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고, 볼펜 소리 역시 그 트라우마 중 하나였단 사실이 밝혀졌다.
은비는 여전히 과거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학교 폭력에 대한 웹툰으로 유명해진 것도 모자라,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인터뷰에 응하는 혜원의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터져 나오는 설움에 숨도 못 쉬고 눈물 흘리는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또 은비는 혜원이 과거의 인연을 눈치챘음에도 사과는커녕 강압적인 태도로 자신을 대하자 숨기고 싶었던 상처까지 밝히며 그녀의 출연을 막으려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넘치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옥상으로 뛰어간 은비는 그곳에서 기다리던 구련(김희선 분)의 냉정한 말에 또 한 번 실의에 빠졌다. "웃는 것조차 상처여서, 다시 웃으려고 얼마나 내가 애썼는데"라고 울부짖는 모습은 그간 감내했을 고통의 깊이가 드러나기도.
마침내 위기관리팀의 정체가 저승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은비는 당황해서 중심을 잃었지만, 구련의 도움으로 위기 상황에서 벗어났다. 이어 그토록 듣고 싶던 네가 잘못한 게 뭐가 있냐는 말에 가슴이 먹먹한 듯 땅만 바라봤다. 이렇게 구련을 비롯한 준웅(로운 분)과 위기관리팀의 노력으로 은비는 다시 한번 용기를 얻었고, 울먹이며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는 모습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물들였다.
이처럼 조인은 워커홀릭으로 불릴 만큼 자신의 일을 사랑한 방송 작가 ‘노은비’가 숨겨온 아픈 서사를 자신만의 감정선으로 제대로 완성시켰다. 캐릭터가 품고 있었을 원망과 서러움, 고통스러운 감정을 깊은 눈빛과 표정으로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특히, 참아온 감정을 터트리는 장면에서는 모두를 숨죽이게 하며 깊은 울림을 선사해 방영 첫 주부터 높은 시청률을 견인하며 극의 포문을 완벽히 열었다.
조인은 드라마 '모범택시'를 통해 지상파 데뷔를 성공적으로 치룬 배우다. 이후 '슬기로운 의사생활', '셋', '크레이지 러브'를 통해 다채로운 캐릭터 변주를 선보였다. 여기에 ‘내일’의 첫 의뢰인으로 톡톡히 활약한 만큼, 또 어떤 모습으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알차게 채워낼지 어느 때보다 귀추가 주목된다.
이준현 텐아시아 기자 wtcloud8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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