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연중일기≫

한가인, 데뷔 20년 만에 신비주의 탈피
털털하고 당찬 모습에 더 호감
"다 내가 선택하기 나름"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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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빈의 연중일기≫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의 기록을 다시 씁니다. 화제가 되는 가요·방송계 이슈를 분석해 어제의 이야기를 오늘의 기록으로 남깁니다.

연예인은 이미지가 재산인 터라 말주변이 없거나 실제 성격이 대중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맞지 않으면 신비주의로 밀고 나간다. 그러다 어느정도 대중이 적응이 했다고 생각해 본래 성격을 드러내면 '입만 열면 깬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배우 한가인도 신비주의를 고수하던 연예인 중 한 명이었다.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완벽한 미모, 언론 노출이 적었던 한가인은 단아하고 우아한 여신 이미지였다.

하지만 한가인은 우리가 알던 그 한가인이 아니었다. 수줍음은 커녕 털털하고 화통했다. 단아하다는 말보다 굳세고 기개가 있다는 말이 훨씬 어울린다. 입을 열수록 호감이다. 별이 쏟아지는 밤 같았던 한가인의 눈동자에 은은한 광기가 서려 있다는 걸 늦게 알았다.
인간미 없던 한가인, 10년간 "신비주의 탈피" 외친 이유 있었다 [TEN스타필드]
2002년 데뷔한 한가인은 인형 같은 외모로 단숨에 정상의 자리를 꿰찼다. 학창 시절 공부를 잘했고, 항공사와 화장품 CF가 유명한 탓에 한가인의 이미지는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모태 미녀'로 굳어졌다.

한가인이 드라마, 영화 제작발표회 외 인터뷰를 하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 방송 프로그램 외 인터뷰를 가진 건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과 MBC '해를 품은 달'을 하면서다.
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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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인은 2010년 드라마 '나쁜 남자' 제작발표회에서 실제 성격을 고백했다. "실제 성격은 CF 속 이미지와 매우 다르다. (단아한 이미지) 이제는 탈피하고 싶다"는 것. 김남길도 "예쁜 이미지가 있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수더분하고 푸근하다. 그래서 내가 '아줌마'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여성스럽지도 않고 참하지도 않은데 많은 분들이 절 여성스럽게 봐주셨어요. 아무래도 작품과 CF에서 본 이미지가 강하겠죠. 감사했지만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그 이미지를 깨면 안 될 것 같은 두려움이 컸거든요." (2012년 '건축학개론' 인터뷰)

한가인은 똑똑했다. 대중이 보는 모습도 자신의 모습 중 일부라는 걸 알기에 이미지를 버리기보다 자신이 지닌 캐릭터 안에서 자유롭게 변화를 시도하기로 했다. 진짜 김현주(한가인 본명)를 보여주기엔 예능이 제일 나은 선택이었다.

한가인은 SBS '써클 하우스'를 통해 첫 MC를 맡았다. '대국민 상담 프로젝트'라는 취지의 이 예능은 한가인을 보여주기 딱 좋았다. 공감능력과 뚜렷한 주관, 삶에 대한 똑똑한 자세가 있는 그대로 드러났다. 결핍이나 연정훈과의 이혼설, 불임설 등 말하기 껄끄러웠을 루머도 거침 없이 밝혔다.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결혼하고 11년 동안 아이를 낳지 않았다. 내가 너무 어려서, 아직 나도 성장이 안 됐는데 애를 낳아서 잘 키울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남편과 합의해 낳지 않았다. 아기를 가지려 노력한 적도 없었다. 한가인이라고 검색하면 '불임'이 같이 쫓아다녔다. 꼭 결혼했다고 그다음 과정이 꼭 임신, 출산 이게 아닌데 그런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다. 나의 선택으로 아기 낳고 키우는 건 너무 행복했지만 사람들 이목 때문에 (출산)하는 건 싫었다."

"제 딸이 비연애주의라면 좀 찬성할 것 같다. 비연애도 좋고 비혼도 좋다. 내 딸이 그렇게 한다면 자기 일의 다른 성취나 이런 걸 느끼기 원하지, 너무 힘든 사랑의 상처를 받지 않으면 한다. 연애, 결혼, 출산하면서 다 성장했지만 그렇다고 연애하기 전의 내가 미성숙하진 않았던 것 같다. 다 내가 선택하기 나름이라고 본다. 연애, 결혼, 출산 이런 과정은 그냥 하나의 '초이스(선택)'일 뿐."


'문명특급'에서 "저 시대 좀 잘못 타고 난 것 같아요"라며 아쉬워했던 한가인. 오히려 시대를 잘 탄 듯 하다. 외모보다 멋진 내면과 주관을 환영하는 시대니까. 20년 만에 '진짜 나'를 보여주기로 '선택'한 한가인. 총기와 광기가 적절하게 섞인 그 모습이 사랑스럽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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