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소매 붉은 끝동' 정지인 감독 종영 인터뷰
"뜨거운 반응에 얼떨떨, '트루먼쇼' 주인공 된 느낌"
"이준호, 현장서 대본 보지 않아" 극찬
"광한궁 전개 혹평, 무리수 아니라 생각했는데"
"뜨거운 반응에 얼떨떨, '트루먼쇼' 주인공 된 느낌"
"이준호, 현장서 대본 보지 않아" 극찬
"광한궁 전개 혹평, 무리수 아니라 생각했는데"
"합방신에서 옷고름 푸는 느낌이 생각보다 예쁘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거기에다 청연군주 사가에서 산이 덕임의 옷고름을 잡으며 겁박하는 느낌의 장면을 찍은 뒤라, 덕임에게 있어 옷고름을 푸는 건 유쾌한 경험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덕임이 산의 손을 잡는 순간 둘의 입맞춤으로 합방은 마무리했어요. 인생에 있어 큰 선택을 한 덕임을 산과 함께 최대한 다정하게 어루만져 주고자 했습니다."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정지인 감독이 최근 텐아시아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합방신 대본을 수정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옷소매'는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 기록. 조선 왕조 최고의 러브스토리로 꼽히는 '정조-의빈'의 서사를 기반으로 동명의 원작 소설이 가진 '왕은 궁녀를 사랑했지만, 궁녀도 왕을 사랑했을까?'라는 흥미로운 관점을 더해 만든 작품이다.
앞서 이세영은 텐아시아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원래 합방신 대본에는 이산(이준호 분)이 덕임의 어깨 뒤 쪽에 있는 '명(明)'자에 키스를 하는 장면이 있었다. 덕임이 속살도 조금 드러낸다. 그런데 감독님이 안 해도 충분히 아름다울 것 같다고 해서 빼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지인 감독은 "옷고름과 문신의 내용은 과감히 생략하고 새벽 장면에서 덕임이 산의 얼굴을 덧그리다 만지는 상황을 더 보충했다. 대본에서는 첫날밤을 보낸 후 덕임이 산의 얼굴을 덧그리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덕임이 산을 얼굴을 직접 만지는 걸로 상황을 바꿨다. 꿈에서나마 만져본 산의 얼굴을 덕임이 드디어 직접 손을 대는 건 덕임의 입장에서 큰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승은을 입은 궁녀가 아닌, 사랑하는 여성과 남성으로만 오롯이 남아 정을 나누는 덕임과 산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날의 산은 조회에 늦었거나 못 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옷소매'는 MBC에서 3년 만에 10% 시청률은 넘긴 드라마로, 2021년 MBC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방송 첫주부터 종영때까지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싹쓸이 했다. '2021 MBC 연기대상'에서도 이준호X이세영 최우우상, 베스트커플상을 포함해 8관왕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정 감독은 "원작과 대본의 힘을 믿었고, 현장에서 배우와 스텝들의 에너지를 믿었기에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을 기대했는데 이 정도까지의 반향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이 정도의 반응을 얻으니 그동안 고생 많았던 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생각나고 그들과 함께 큰 만족감을 나눌 수 있어서 참 뿌듯하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제까지 했던 드라마 중 첫 방송이 나가고 제일 많이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다. 방송이 나갈수록 시청률이 오르고 화제성을 유지하는 걸 보고 좀 많이 신기했고 신도 났다. 끝나고 나서도 많이들 봐 주고 계신 듯 해서 너무 감사하다"며 "무엇보다 이렇게 반응이 뜨거운 드라마가 처음이라 좋으면서도 많이 낯설고 얼떨떨하다.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지 몰랐고,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열심히 할 걸 그랬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당장 복기할 자신은 없지만 보게 되면 또 부족한 면도 보이고 그럴 것 같다. 다들 반응이 좋은 건 얼마 안 가니 있을 때 즐기라고들 하는데 어떻게 즐겨야 하는 지도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높은 인기에 현장 분위기도 좋았을 것 같다고 묻자 정 감독은 "시청률이 무조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상징적인 숫자를 넘겼고 이를 바탕으로 이 작품에 참여했던 모두가 행복한 새해를 맞이하게 되어 참 기쁘다"며 "좋은 시청률을 매주 확인하면서 현장 분위기가 과열될 때마다 우리는 아직 찍어야 할 분량이 많으니 평정심을 유지하자는 얘기도 종종 했다. 물론 신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어서 이게 혹시 꿈이 아닐까, 내가 사실은 트루먼 쇼와 같은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누군가 날 몰래 관찰하는 게 아닐까 하는 얘기를 주변 스텝들이랑 종종 하곤 했다"고 말했다. '옷소매'를 연출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을 무엇이었을까. 정 감독은 "원작의 정서를 잘 살리되 원작을 보지 않은 분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작가님과 나의 목표였다"며 "다행히 대본을 일차적으로 읽은 배우들이 대본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보여줬다. 원작을 본 배우들도 있었고 읽지 않은 배우들도 있었는데 대본을 보고 느낀 마음이 하나로 모이는 게 무척 신기했다. 이 마음을 시청자들에게 오롯이 전달하는 게 연출로서 가장 큰 목표였다. 또한 분량의 한계 등으로 대본에서 다 담아내지 못했던 원작의 정서를 화면으로나마 표현하는 것 역시 목표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상상력을 가미해서 인물과 사건, 배경을 만들지만 실존인물들을 다루고 실제로 있었던 시대를 다루는 만큼 기본적인 고증을 최대한 지키고자 했어요. 특히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면서 관심이 많은 영정조 시대라 자유로운 표현보다는 고증에 최대한 충실하자는 입장이었습니다. 당연히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현대인이기에 개인적으로는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시청자들에게 이런 부분이 거슬리기 시작하면 드라마의 몰입이 깨질 수 있을 걸 알기에 할 수 있는 최대한 지켜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1일 종영한 '옷소매'는 이준호, 이세영 로맨스 케미로 연일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세영은 익히 '사극 여신'으로 알려진 배우지만, 이준호는 첫 사극이었음에도 정조 이산 그 자체로 분해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이산 역으로 이준호를 캐스팅 한 이유를 묻자 정지인 감독은 "이준호 배우는 '스물'과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서의 방어적인 눈빛 연기와 목소리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제대 소식을 듣고 대본을 보냈다. 이준호 씨가 표현하는 이산은 어떨지 무척 궁금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준호 씨와 초반에 캐릭터 설정에 대한 의논을 하면서 워낙 자료가 많은 실존인물이고 사람들의 기대치가 큰 만큼 그런 기록들 속에서 이준호 씨의 이산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타고난 왕의 위엄을 위해 자세나 생활습관을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현장에서 매 순간 자세를 고쳐 잡고 있더라. 무릎이나 허리에 무리가 올까 걱정하면 언제나 괜찮다고 얘기하는 게 신기했다"며 "세손 시절부터 왕으로의 세월 변화를 발성과 톤을 조절해 표현하는 건 순전히 이준호 씨의 몫이었다. 따로 주문을 하지 않았음에도 알아서 톤 변화를 주면서 시간의 변화를 표현해냈다. 작품을 기획할 때 어떤 이산을 그렸는지는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그냥 이준호가 이산"이라고 극찬했다. 촬영 현장에서 이준호는 어떤 배우였을까. 정 감독은 "이준호 씨는 현장에서 어지간하면 대본을 보지 않았다. 언제나 완벽하게 숙지하려고 하는 스타일이었고 모든 걸 준비해서 현장에 나타났다. 대사를 외우는 게 어렵다고 얘기하면서도 긴 대사량을 막힘 없이 술술 하면서 감정 연기도 섬세하게 하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이 끝나면 언제나 본인 연기가 어땠는지에 대해 물어본다. 너무 좋았고, 오늘 이 씬 완전 찢었고, 아까 찍은 그 커트는 꿈 속에 나오겠다고 얘기해도 언제나 아쉬워하는 눈빛이었다. 내가 뭘 놓친 게 아닌지 편집실에 가서 또 확인하게 만드는 연기자"라고 덧붙였다.
이준호와 이세영의 연기에 점수를 매긴 다면 몇점일까. 정 감독은 "점수를 매길 수 없다"며 "굳이 매기자면 '토이스토리'에서 버즈의 대사를 인용하고 싶다. 'To infinity and beyond!!'(무한한 공간 너머로)" 정 감독은 가장 공을 들인 장면으로 5회 엔딩을 꼽았다. 그는 "영조(이덕화 분)의 난입 이후 덕임이 산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장면"이라며 "드라마 전개상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고, 산과 덕임,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동궁 처소 세트가 세워지자마자 두 사람의 위치를 어디에 놓을 지 고민했고, 촬영감독과 조명감독에게 그림자를 이용한 투샷을 꼭 찍겠다고 했다. 그림자 때문에도 그렇고 초반의 세트 촬영이라 조명과 촬영장비 세팅도 한참 걸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점심 먹고 리허설을 시작해서 밤 1시가 꼬박 넘어 촬영이 끝난 후에 이세영 씨와 이준호 씨가 기운이 다 빠진 상태로 저한테 와서 셋이 부둥켜 안았습니다. 셋 다 완전 지쳐 있는 상태로 얼싸 안고 너무 고생했으니 빨리 퇴근하자고 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둘 다 저한테 만족스럽게 나왔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설레는 감정에서부터 분노와 당혹감, 그리고 충심과 연심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릴레이를 배우들 모두가 훌륭하게 소화한 덕분에 저에게는 최고의 장면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옷소매'는 방송 중반부인 8~10회에서 원작에 없던 '광한궁' 소재가 극 분량을 대부분을 차지하고, 이준호와 이세영의 로맨스가 뒤로 밀려나며 지루해졌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에 정지인 감독은 "초반 기획 단계에서부터 있던 설정이었고, 극 전개상 필요한 장면이라고 판단했다. 편성 전 대본 평가 회의 때는 가장 반응이 좋은 설정 중 하나였다"며 "'대장금'에서 궁녀가 문을 열어주고 수라상의 음식에 약을 타는 사소한 행동으로 중종반정이 이어지는 설정이 기억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궁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궁녀들이 따로 사조직을 관할하여 결국 '택군'도 가능케 한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광한궁의 일원인 조씨의 조카 월혜는 실존인물인 강월혜가 정조의 암살 시도에 가담했다는 기록을 참고해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호불호가 갈리는 설정이라고 하더라도 드라마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데 있어 무리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만 이런 설정들이 더욱 많은 시청자들에게 납득이 가게끔 전개를 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연출을 했어야 할지 고민이 된다. 또한 로맨스가 줄어 아쉽다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결말에 대해서는 "이 드라마를 연출하는 목표는 원작의 마지막을 살리는 데 있었다. 원작의 엔딩을 읽자마자 다음 날 회사에서 이 작품으로 드라마를 하겠다고 했다. 꿈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이 마지막 장면을 위해 드라마가 달려가는 게 중요하다고 정해리 작가님께도 여러 번 강조했다. 이 장면을 위해 달려온 만큼,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한 데에는 전혀 후회가 없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초록빛 여름 속을 해맑게 뛰어가던 덕임을 기억해 주세요. 그런 덕임을 결코 잊지 않았던, 눈 내리는 시린 하늘을 물끄러미 보던 산도 떠올려 주세요. 둘은 결국 행복하게 재회하니 너무 슬퍼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랑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산과 덕임을 사랑한 것 이상으로 저도 둘을 사랑했습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정지인 감독이 최근 텐아시아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합방신 대본을 수정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옷소매'는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 기록. 조선 왕조 최고의 러브스토리로 꼽히는 '정조-의빈'의 서사를 기반으로 동명의 원작 소설이 가진 '왕은 궁녀를 사랑했지만, 궁녀도 왕을 사랑했을까?'라는 흥미로운 관점을 더해 만든 작품이다.
앞서 이세영은 텐아시아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원래 합방신 대본에는 이산(이준호 분)이 덕임의 어깨 뒤 쪽에 있는 '명(明)'자에 키스를 하는 장면이 있었다. 덕임이 속살도 조금 드러낸다. 그런데 감독님이 안 해도 충분히 아름다울 것 같다고 해서 빼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지인 감독은 "옷고름과 문신의 내용은 과감히 생략하고 새벽 장면에서 덕임이 산의 얼굴을 덧그리다 만지는 상황을 더 보충했다. 대본에서는 첫날밤을 보낸 후 덕임이 산의 얼굴을 덧그리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덕임이 산을 얼굴을 직접 만지는 걸로 상황을 바꿨다. 꿈에서나마 만져본 산의 얼굴을 덕임이 드디어 직접 손을 대는 건 덕임의 입장에서 큰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승은을 입은 궁녀가 아닌, 사랑하는 여성과 남성으로만 오롯이 남아 정을 나누는 덕임과 산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날의 산은 조회에 늦었거나 못 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옷소매'는 MBC에서 3년 만에 10% 시청률은 넘긴 드라마로, 2021년 MBC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방송 첫주부터 종영때까지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싹쓸이 했다. '2021 MBC 연기대상'에서도 이준호X이세영 최우우상, 베스트커플상을 포함해 8관왕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정 감독은 "원작과 대본의 힘을 믿었고, 현장에서 배우와 스텝들의 에너지를 믿었기에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을 기대했는데 이 정도까지의 반향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이 정도의 반응을 얻으니 그동안 고생 많았던 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생각나고 그들과 함께 큰 만족감을 나눌 수 있어서 참 뿌듯하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제까지 했던 드라마 중 첫 방송이 나가고 제일 많이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다. 방송이 나갈수록 시청률이 오르고 화제성을 유지하는 걸 보고 좀 많이 신기했고 신도 났다. 끝나고 나서도 많이들 봐 주고 계신 듯 해서 너무 감사하다"며 "무엇보다 이렇게 반응이 뜨거운 드라마가 처음이라 좋으면서도 많이 낯설고 얼떨떨하다.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지 몰랐고,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열심히 할 걸 그랬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당장 복기할 자신은 없지만 보게 되면 또 부족한 면도 보이고 그럴 것 같다. 다들 반응이 좋은 건 얼마 안 가니 있을 때 즐기라고들 하는데 어떻게 즐겨야 하는 지도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높은 인기에 현장 분위기도 좋았을 것 같다고 묻자 정 감독은 "시청률이 무조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상징적인 숫자를 넘겼고 이를 바탕으로 이 작품에 참여했던 모두가 행복한 새해를 맞이하게 되어 참 기쁘다"며 "좋은 시청률을 매주 확인하면서 현장 분위기가 과열될 때마다 우리는 아직 찍어야 할 분량이 많으니 평정심을 유지하자는 얘기도 종종 했다. 물론 신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어서 이게 혹시 꿈이 아닐까, 내가 사실은 트루먼 쇼와 같은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누군가 날 몰래 관찰하는 게 아닐까 하는 얘기를 주변 스텝들이랑 종종 하곤 했다"고 말했다. '옷소매'를 연출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을 무엇이었을까. 정 감독은 "원작의 정서를 잘 살리되 원작을 보지 않은 분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작가님과 나의 목표였다"며 "다행히 대본을 일차적으로 읽은 배우들이 대본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보여줬다. 원작을 본 배우들도 있었고 읽지 않은 배우들도 있었는데 대본을 보고 느낀 마음이 하나로 모이는 게 무척 신기했다. 이 마음을 시청자들에게 오롯이 전달하는 게 연출로서 가장 큰 목표였다. 또한 분량의 한계 등으로 대본에서 다 담아내지 못했던 원작의 정서를 화면으로나마 표현하는 것 역시 목표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상상력을 가미해서 인물과 사건, 배경을 만들지만 실존인물들을 다루고 실제로 있었던 시대를 다루는 만큼 기본적인 고증을 최대한 지키고자 했어요. 특히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면서 관심이 많은 영정조 시대라 자유로운 표현보다는 고증에 최대한 충실하자는 입장이었습니다. 당연히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현대인이기에 개인적으로는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시청자들에게 이런 부분이 거슬리기 시작하면 드라마의 몰입이 깨질 수 있을 걸 알기에 할 수 있는 최대한 지켜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1일 종영한 '옷소매'는 이준호, 이세영 로맨스 케미로 연일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세영은 익히 '사극 여신'으로 알려진 배우지만, 이준호는 첫 사극이었음에도 정조 이산 그 자체로 분해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이산 역으로 이준호를 캐스팅 한 이유를 묻자 정지인 감독은 "이준호 배우는 '스물'과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서의 방어적인 눈빛 연기와 목소리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제대 소식을 듣고 대본을 보냈다. 이준호 씨가 표현하는 이산은 어떨지 무척 궁금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준호 씨와 초반에 캐릭터 설정에 대한 의논을 하면서 워낙 자료가 많은 실존인물이고 사람들의 기대치가 큰 만큼 그런 기록들 속에서 이준호 씨의 이산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타고난 왕의 위엄을 위해 자세나 생활습관을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현장에서 매 순간 자세를 고쳐 잡고 있더라. 무릎이나 허리에 무리가 올까 걱정하면 언제나 괜찮다고 얘기하는 게 신기했다"며 "세손 시절부터 왕으로의 세월 변화를 발성과 톤을 조절해 표현하는 건 순전히 이준호 씨의 몫이었다. 따로 주문을 하지 않았음에도 알아서 톤 변화를 주면서 시간의 변화를 표현해냈다. 작품을 기획할 때 어떤 이산을 그렸는지는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그냥 이준호가 이산"이라고 극찬했다. 촬영 현장에서 이준호는 어떤 배우였을까. 정 감독은 "이준호 씨는 현장에서 어지간하면 대본을 보지 않았다. 언제나 완벽하게 숙지하려고 하는 스타일이었고 모든 걸 준비해서 현장에 나타났다. 대사를 외우는 게 어렵다고 얘기하면서도 긴 대사량을 막힘 없이 술술 하면서 감정 연기도 섬세하게 하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이 끝나면 언제나 본인 연기가 어땠는지에 대해 물어본다. 너무 좋았고, 오늘 이 씬 완전 찢었고, 아까 찍은 그 커트는 꿈 속에 나오겠다고 얘기해도 언제나 아쉬워하는 눈빛이었다. 내가 뭘 놓친 게 아닌지 편집실에 가서 또 확인하게 만드는 연기자"라고 덧붙였다.
이준호와 이세영의 연기에 점수를 매긴 다면 몇점일까. 정 감독은 "점수를 매길 수 없다"며 "굳이 매기자면 '토이스토리'에서 버즈의 대사를 인용하고 싶다. 'To infinity and beyond!!'(무한한 공간 너머로)" 정 감독은 가장 공을 들인 장면으로 5회 엔딩을 꼽았다. 그는 "영조(이덕화 분)의 난입 이후 덕임이 산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장면"이라며 "드라마 전개상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고, 산과 덕임,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동궁 처소 세트가 세워지자마자 두 사람의 위치를 어디에 놓을 지 고민했고, 촬영감독과 조명감독에게 그림자를 이용한 투샷을 꼭 찍겠다고 했다. 그림자 때문에도 그렇고 초반의 세트 촬영이라 조명과 촬영장비 세팅도 한참 걸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점심 먹고 리허설을 시작해서 밤 1시가 꼬박 넘어 촬영이 끝난 후에 이세영 씨와 이준호 씨가 기운이 다 빠진 상태로 저한테 와서 셋이 부둥켜 안았습니다. 셋 다 완전 지쳐 있는 상태로 얼싸 안고 너무 고생했으니 빨리 퇴근하자고 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둘 다 저한테 만족스럽게 나왔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설레는 감정에서부터 분노와 당혹감, 그리고 충심과 연심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릴레이를 배우들 모두가 훌륭하게 소화한 덕분에 저에게는 최고의 장면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옷소매'는 방송 중반부인 8~10회에서 원작에 없던 '광한궁' 소재가 극 분량을 대부분을 차지하고, 이준호와 이세영의 로맨스가 뒤로 밀려나며 지루해졌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에 정지인 감독은 "초반 기획 단계에서부터 있던 설정이었고, 극 전개상 필요한 장면이라고 판단했다. 편성 전 대본 평가 회의 때는 가장 반응이 좋은 설정 중 하나였다"며 "'대장금'에서 궁녀가 문을 열어주고 수라상의 음식에 약을 타는 사소한 행동으로 중종반정이 이어지는 설정이 기억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궁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궁녀들이 따로 사조직을 관할하여 결국 '택군'도 가능케 한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광한궁의 일원인 조씨의 조카 월혜는 실존인물인 강월혜가 정조의 암살 시도에 가담했다는 기록을 참고해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호불호가 갈리는 설정이라고 하더라도 드라마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데 있어 무리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만 이런 설정들이 더욱 많은 시청자들에게 납득이 가게끔 전개를 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연출을 했어야 할지 고민이 된다. 또한 로맨스가 줄어 아쉽다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결말에 대해서는 "이 드라마를 연출하는 목표는 원작의 마지막을 살리는 데 있었다. 원작의 엔딩을 읽자마자 다음 날 회사에서 이 작품으로 드라마를 하겠다고 했다. 꿈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이 마지막 장면을 위해 드라마가 달려가는 게 중요하다고 정해리 작가님께도 여러 번 강조했다. 이 장면을 위해 달려온 만큼,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한 데에는 전혀 후회가 없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초록빛 여름 속을 해맑게 뛰어가던 덕임을 기억해 주세요. 그런 덕임을 결코 잊지 않았던, 눈 내리는 시린 하늘을 물끄러미 보던 산도 떠올려 주세요. 둘은 결국 행복하게 재회하니 너무 슬퍼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랑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산과 덕임을 사랑한 것 이상으로 저도 둘을 사랑했습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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