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연중일기≫
역사 왜곡 의혹 '설강화', 끝나지 않는 논란
JTBC "근거 없는 비방과 날조에 강경대응"
"대중과 기싸움하느냐"는 지적도
역사 왜곡 의혹 '설강화', 끝나지 않는 논란
JTBC "근거 없는 비방과 날조에 강경대응"
"대중과 기싸움하느냐"는 지적도
≪우빈의 연중일기≫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금요일, 연예계의 일기를 다시 씁니다. 상자 속에 간직했던 일기장을 꺼내 읽듯 그날을 되짚고 오늘의 이야기를 더해 최근의 기록으로 남깁니다.
역사 왜곡 의혹이 있는 JTBC '설강화'가 고소 카드를 꺼냈다. 콘텐츠에 대한 건전한 비평과 자유로운 해석을 존중한다더니 대중의 입을 막겠다는 그림으로 해석된다.
처음에는 드라마를 보고 판단해달라 호소했다. 1, 2회 방송에도 왜곡 논란이 잠잠해지는커녕 더 심각해지자 JTBC는 1회 더 방송할테니 보고 이야기하자고 했다. 5회까지 방송했지만 '설강화'는 대중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실제 드라마 내용과 다른 허위사실과 근거 없는 비난이 지속적·반복적으로 유포되고 있습니다. (중략) 본 드라마의 설정과 무관한 근거 없는 비방과 날조된 사실에 대해서는 강경히 대응할 방침이니 참고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12월 30일 JTBC 법적 대응 안내문)
그래서 JTBC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나온 지적을 나열하며 허위사실이라고 못 박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JTBC가 부인한 부분은 간첩의 민주화 운동 주도, 간첩이 학생운동자로 위장, 간첩과 민주화 운동을 연관 지어 역사를 왜곡했다는 글 등이다.
또 "안기부장의 '우리 회사 직원은 직원 목숨보다 국민 목숨 보호해여 한다' 대사는 여주인공의 아버지로 등장하는 안기부장이 딸에 대한 걱정을 숨기기 위한 대사일뿐 안기부 미화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닙니다. 오히려 80년대 군부정권 하에 간첩으로 몰려 부당하게 탄압받았던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극중 배경과 주요 사건의 모티브는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 1987년 대선 정국입니다. 군부정권, 안기부 등 기득권 세력이 권력유지를 위해 북한 독재 정권과 야합해 음모를 벌인다는 가상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12월 21일 JTBC 입장문 일부)
'설강화' 제작진이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려는 의도가 없을 수도 있다. 폄훼 의도가 없더라도 1987년의 사회를 가볍게 다룬 것은 실수다. 1987년에서 민주화 운동을 빼놓기엔 너무나 큰 사건. 여대생과 명문대생으로 위장한 간첩의 로맨스를 더 극적으로 보이게끔 하는 장치로 1987년을 선택한 의도는 알겠다. 현실에서 스토리와 콘셉트를 가져왔다면 '잘' 풀어내야했다.
백 번 양보해 대선정국을 다뤘다 치자. 당시 군부독재와 안기부는 주종관계였다. 언론을 탄압하고 여론을 조작했으며 시민들을 고문하고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다. 대선정국을 보여주고자 한다면 당시 군부에게 저항하는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안기부의 등장은 필수다. 하지만 '설강화' 속 안기부 사람들은 보통의 사람이다. 간첩을 잡기 위해 평범하게 수색하고 시민의 일상을 방해하지 않는다. 이것 자체가 미화라는데 제작진은 자꾸 '대쪽같은 안기부'라는 인물 소개를 썼다는 이유로 비방한다고 주장한다.
'설강화'는 판타지가 아니다. 과거의 한 조각을 담고 있는만큼 그 조각이 누군가에겐 위협이 된다는 걸 인지해야했다. 지적을 받았다면 모니터를 하고 피드백을 주는 것도 제작진의 몫. 이해와 설득의 패는 제작진이 쥐고 있으니 잘 활용한다면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엄포를 놓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법적 대응이라는 한 수가 패착이 되지 않길 바란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금요일, 연예계의 일기를 다시 씁니다. 상자 속에 간직했던 일기장을 꺼내 읽듯 그날을 되짚고 오늘의 이야기를 더해 최근의 기록으로 남깁니다.
역사 왜곡 의혹이 있는 JTBC '설강화'가 고소 카드를 꺼냈다. 콘텐츠에 대한 건전한 비평과 자유로운 해석을 존중한다더니 대중의 입을 막겠다는 그림으로 해석된다.
처음에는 드라마를 보고 판단해달라 호소했다. 1, 2회 방송에도 왜곡 논란이 잠잠해지는커녕 더 심각해지자 JTBC는 1회 더 방송할테니 보고 이야기하자고 했다. 5회까지 방송했지만 '설강화'는 대중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실제 드라마 내용과 다른 허위사실과 근거 없는 비난이 지속적·반복적으로 유포되고 있습니다. (중략) 본 드라마의 설정과 무관한 근거 없는 비방과 날조된 사실에 대해서는 강경히 대응할 방침이니 참고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12월 30일 JTBC 법적 대응 안내문)
그래서 JTBC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나온 지적을 나열하며 허위사실이라고 못 박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JTBC가 부인한 부분은 간첩의 민주화 운동 주도, 간첩이 학생운동자로 위장, 간첩과 민주화 운동을 연관 지어 역사를 왜곡했다는 글 등이다.
또 "안기부장의 '우리 회사 직원은 직원 목숨보다 국민 목숨 보호해여 한다' 대사는 여주인공의 아버지로 등장하는 안기부장이 딸에 대한 걱정을 숨기기 위한 대사일뿐 안기부 미화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닙니다. 오히려 80년대 군부정권 하에 간첩으로 몰려 부당하게 탄압받았던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극중 배경과 주요 사건의 모티브는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 1987년 대선 정국입니다. 군부정권, 안기부 등 기득권 세력이 권력유지를 위해 북한 독재 정권과 야합해 음모를 벌인다는 가상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12월 21일 JTBC 입장문 일부)
'설강화' 제작진이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려는 의도가 없을 수도 있다. 폄훼 의도가 없더라도 1987년의 사회를 가볍게 다룬 것은 실수다. 1987년에서 민주화 운동을 빼놓기엔 너무나 큰 사건. 여대생과 명문대생으로 위장한 간첩의 로맨스를 더 극적으로 보이게끔 하는 장치로 1987년을 선택한 의도는 알겠다. 현실에서 스토리와 콘셉트를 가져왔다면 '잘' 풀어내야했다.
백 번 양보해 대선정국을 다뤘다 치자. 당시 군부독재와 안기부는 주종관계였다. 언론을 탄압하고 여론을 조작했으며 시민들을 고문하고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다. 대선정국을 보여주고자 한다면 당시 군부에게 저항하는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안기부의 등장은 필수다. 하지만 '설강화' 속 안기부 사람들은 보통의 사람이다. 간첩을 잡기 위해 평범하게 수색하고 시민의 일상을 방해하지 않는다. 이것 자체가 미화라는데 제작진은 자꾸 '대쪽같은 안기부'라는 인물 소개를 썼다는 이유로 비방한다고 주장한다.
'설강화'는 판타지가 아니다. 과거의 한 조각을 담고 있는만큼 그 조각이 누군가에겐 위협이 된다는 걸 인지해야했다. 지적을 받았다면 모니터를 하고 피드백을 주는 것도 제작진의 몫. 이해와 설득의 패는 제작진이 쥐고 있으니 잘 활용한다면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엄포를 놓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법적 대응이라는 한 수가 패착이 되지 않길 바란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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