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정, 김동률과 너무도 흡사한 목소리
박재정 특유의 개성과 정체성 결여
박효신처럼 창법 바꿔 자신만의 목소리 찾아야
박재정 특유의 개성과 정체성 결여
박효신처럼 창법 바꿔 자신만의 목소리 찾아야
≪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금요일 먼지 쌓인 외장하드에서 과거 인터뷰를 샅샅이 텁니다. 지금 당신이 입덕한 그 가수, 그 아이돌과의 옛 대화를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유튜브에 들어가면 감탄을 자아내는 출중한 가창력의 소유자들이 범람한다.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만 봐도 그렇다. 아직 데뷔도 안 한 연습생, 아마추어의 실력이 이미 수준급이다.
한국 가요계의 르네상스라고 불리던 90년대에는 가수들에게 상당한 가창력을 요구했고, 이는 실제로 주효하게 작용했다. '가수라면 응당 노래를 잘해야지' 하는 시각이 가요계의 공통된 기조였다. 대중은 소름 끼치는 가창력을 뽐내는 가수에게 환호하고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오늘날의 가요계는 더 이상 가창력이 중요하지 않은 듯 보인다. 앞서 말했듯이 노래 잘하는 사람이 차고 넘치는 시대기 때문이다. 물론, 일정 수준 이상의 가창력과 음악성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겠으나, 톡톡 튀는 개성과 고유의 정체성이 가수의 흥망성쇠를 가르는 절대적 요소라고 가요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제 아무리 가창력이 좋아도 남들과는 다른 '한 끗'이 없다면 까다로운 대중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이란 타이틀을 거머쥐며 뛰어난 가창력을 입증했지만, 여전히 아쉬운 대중의 평가를 받는 가수 박재정이 단적인 예가 될 수 있다. 2017년 6월의 끝자락, 엠넷 '슈퍼스타K5' 우승자 박재정을 인터뷰했다. 2013년 11월 오디션 우승 이후 약 4년의 흐른 시점, 박재정은 그 사이 적지 않은 부침을 겪은듯 싶었다. 박재정은 '슈퍼스타K5' 우승 이후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19살 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것은 정말 감사하죠. 다만, 그게 저에게 행복을 주지 않았어요. 모두 저에게 관심을 가져 주셨고, 인정받아야만 한다는 압박이 심했죠. 많은 분들의 사랑도 받고 싶었는데, 그 부분이 잘 해결이 안 됐어요."
당시 박재정은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 후 세 차례에 걸쳐 신곡을 선보였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한 때였다. 탄탄대로를 걸을 것만 같았던 박재정은 기대치 않았던 압박과 냉혹한 대중의 평가에 고민이 컸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후로도 박재정은 미니앨범 '노랫말'을 비롯해 여러 장의 싱글을 통해 자신의 음악 세계를 펼쳐 보였으나, 대중에 각인될 만한 두각이 없었다.
그랬던 박재정은 최근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프로젝트 그룹 MSG워너비 멤버로 발탁된 것.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제작자인 유야호(유재석)의 눈에 든 박재정은 비소로 자신의 목소리를 널리 알리며 대중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박재정은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MSG워너비 정식 활동이 끝나자마자 싱글 '취미'를 발매하며 본 캐릭터인 발라더 박재정으로 활동을 이었다. 그러나 박재정은 MSG워너비의 뜨거운 기세를 바통터치하는데 실패한 느낌이다.
박재정의 '취미'는 점유율이 가장 높은 2개 음악사이트 멜론과 지니의 음원차트 톱100에서 찾아볼 수 없다. 박재정이 참여한 MSG워너비 정상동기의 '나를 아는 사람', MSG워너비 단체곡 '상상더하기', '난 너를 사랑해' 등은 상위권을 비롯해 100위권 내 포진되며 사랑받고 있다.
MSG워너비로는 되는데 박재정은 안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으나, 가장 핵심적인 이유를 2017년의 인터뷰에서 찾는다. 당시 인터뷰 중 박재정은 "김동률 선배님에게 받은 수혜가 크다"며 "김동률의 음악을 듣고 정말 크게 위로받았고, 그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더 좋은 가수가 되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김동률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받은 박재정의 문제점은 다름 아닌 김동률이다.
박재정의 음악을 듣다 보면 강렬하게 김동률의 목소리가 겹쳐 들린다. 집중해서 김동률과의 차이점을 찾는다면 고음 일부분의 끝처리에 성대의 공명이 조금 다르다는 것 정도다. 이외 도입부의 중저음과 절정으로 끌어 올리는 고음은 정확하게 김동률이 연상된다. 노래를 끝까지 듣고 났을 때, 박재정이 아닌 김동률이 남는다.
게다가 김동률은 '가요계 절대 장인'이라고 불릴 만큼 묵직한 내공과 섬세한 음악성을 공인받은 아티스트다. 박재정의 음악을 듣고 김동률이 떠올랐다면 이건 벌써 끝난 게임이다. 이미 김동률의 명곡들이 많이 있는데, 굳이 김동률과 비슷한 목소리의 박재정 음악을 찾아 들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우상일때는 좋았지만, 가수 박재정에겐 넘기 힘든 벽인 셈이다. 결국 답은 톤이다.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야 한다. 정식 데뷔한 2013년 이래 약 8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자리 잡은 목소리를 바꾸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박효신, 조성모, 민경훈 등은 창법을 바꾸며 보컬 변화에 성공했다. 특히, 박효신의 경우 성대 보호를 위한 목적 외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찾기 위해 창법을 바꿨다. 박효신은 창법 변화 이후 한 방송에서 "겉멋이 있었다"며 "편하게 내 톤으로 하는 것보다 한번 확 긁으면 '오케이'가 나니까 '이게 맞나 보다, 대중들도 좋아하겠지' 생각했다"고 털어 놓은 바 있다.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대중이 좋아할 것 같은 목소리로 노래했다는 박효신의 고백은 박재정에게 유의미한 질문을 건네고 있다. 박재정은 자신이 오랜 시간 동경해 온 김동률의 목소리를 은연중에 따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박재정은 분명 잠재력을 가진 가수다. '슈퍼스타K5'에서 수천 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1위 왕좌에 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내면에 머물러 있는 힘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끼치지 못한다. 피땀 눈물로 갈고 닦아 고유의 특색으로 무장된 힘이 필요하다. 누군가 떠오르는 목소리가 아니라 '박재정' 그 자체의 목소리가 절실하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금요일 먼지 쌓인 외장하드에서 과거 인터뷰를 샅샅이 텁니다. 지금 당신이 입덕한 그 가수, 그 아이돌과의 옛 대화를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유튜브에 들어가면 감탄을 자아내는 출중한 가창력의 소유자들이 범람한다.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만 봐도 그렇다. 아직 데뷔도 안 한 연습생, 아마추어의 실력이 이미 수준급이다.
한국 가요계의 르네상스라고 불리던 90년대에는 가수들에게 상당한 가창력을 요구했고, 이는 실제로 주효하게 작용했다. '가수라면 응당 노래를 잘해야지' 하는 시각이 가요계의 공통된 기조였다. 대중은 소름 끼치는 가창력을 뽐내는 가수에게 환호하고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오늘날의 가요계는 더 이상 가창력이 중요하지 않은 듯 보인다. 앞서 말했듯이 노래 잘하는 사람이 차고 넘치는 시대기 때문이다. 물론, 일정 수준 이상의 가창력과 음악성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겠으나, 톡톡 튀는 개성과 고유의 정체성이 가수의 흥망성쇠를 가르는 절대적 요소라고 가요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제 아무리 가창력이 좋아도 남들과는 다른 '한 끗'이 없다면 까다로운 대중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이란 타이틀을 거머쥐며 뛰어난 가창력을 입증했지만, 여전히 아쉬운 대중의 평가를 받는 가수 박재정이 단적인 예가 될 수 있다. 2017년 6월의 끝자락, 엠넷 '슈퍼스타K5' 우승자 박재정을 인터뷰했다. 2013년 11월 오디션 우승 이후 약 4년의 흐른 시점, 박재정은 그 사이 적지 않은 부침을 겪은듯 싶었다. 박재정은 '슈퍼스타K5' 우승 이후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19살 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것은 정말 감사하죠. 다만, 그게 저에게 행복을 주지 않았어요. 모두 저에게 관심을 가져 주셨고, 인정받아야만 한다는 압박이 심했죠. 많은 분들의 사랑도 받고 싶었는데, 그 부분이 잘 해결이 안 됐어요."
당시 박재정은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 후 세 차례에 걸쳐 신곡을 선보였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한 때였다. 탄탄대로를 걸을 것만 같았던 박재정은 기대치 않았던 압박과 냉혹한 대중의 평가에 고민이 컸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후로도 박재정은 미니앨범 '노랫말'을 비롯해 여러 장의 싱글을 통해 자신의 음악 세계를 펼쳐 보였으나, 대중에 각인될 만한 두각이 없었다.
그랬던 박재정은 최근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프로젝트 그룹 MSG워너비 멤버로 발탁된 것.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제작자인 유야호(유재석)의 눈에 든 박재정은 비소로 자신의 목소리를 널리 알리며 대중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박재정은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MSG워너비 정식 활동이 끝나자마자 싱글 '취미'를 발매하며 본 캐릭터인 발라더 박재정으로 활동을 이었다. 그러나 박재정은 MSG워너비의 뜨거운 기세를 바통터치하는데 실패한 느낌이다.
박재정의 '취미'는 점유율이 가장 높은 2개 음악사이트 멜론과 지니의 음원차트 톱100에서 찾아볼 수 없다. 박재정이 참여한 MSG워너비 정상동기의 '나를 아는 사람', MSG워너비 단체곡 '상상더하기', '난 너를 사랑해' 등은 상위권을 비롯해 100위권 내 포진되며 사랑받고 있다.
MSG워너비로는 되는데 박재정은 안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으나, 가장 핵심적인 이유를 2017년의 인터뷰에서 찾는다. 당시 인터뷰 중 박재정은 "김동률 선배님에게 받은 수혜가 크다"며 "김동률의 음악을 듣고 정말 크게 위로받았고, 그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더 좋은 가수가 되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김동률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받은 박재정의 문제점은 다름 아닌 김동률이다.
박재정의 음악을 듣다 보면 강렬하게 김동률의 목소리가 겹쳐 들린다. 집중해서 김동률과의 차이점을 찾는다면 고음 일부분의 끝처리에 성대의 공명이 조금 다르다는 것 정도다. 이외 도입부의 중저음과 절정으로 끌어 올리는 고음은 정확하게 김동률이 연상된다. 노래를 끝까지 듣고 났을 때, 박재정이 아닌 김동률이 남는다.
게다가 김동률은 '가요계 절대 장인'이라고 불릴 만큼 묵직한 내공과 섬세한 음악성을 공인받은 아티스트다. 박재정의 음악을 듣고 김동률이 떠올랐다면 이건 벌써 끝난 게임이다. 이미 김동률의 명곡들이 많이 있는데, 굳이 김동률과 비슷한 목소리의 박재정 음악을 찾아 들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우상일때는 좋았지만, 가수 박재정에겐 넘기 힘든 벽인 셈이다. 결국 답은 톤이다.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야 한다. 정식 데뷔한 2013년 이래 약 8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자리 잡은 목소리를 바꾸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박효신, 조성모, 민경훈 등은 창법을 바꾸며 보컬 변화에 성공했다. 특히, 박효신의 경우 성대 보호를 위한 목적 외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찾기 위해 창법을 바꿨다. 박효신은 창법 변화 이후 한 방송에서 "겉멋이 있었다"며 "편하게 내 톤으로 하는 것보다 한번 확 긁으면 '오케이'가 나니까 '이게 맞나 보다, 대중들도 좋아하겠지' 생각했다"고 털어 놓은 바 있다.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대중이 좋아할 것 같은 목소리로 노래했다는 박효신의 고백은 박재정에게 유의미한 질문을 건네고 있다. 박재정은 자신이 오랜 시간 동경해 온 김동률의 목소리를 은연중에 따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박재정은 분명 잠재력을 가진 가수다. '슈퍼스타K5'에서 수천 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1위 왕좌에 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내면에 머물러 있는 힘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끼치지 못한다. 피땀 눈물로 갈고 닦아 고유의 특색으로 무장된 힘이 필요하다. 누군가 떠오르는 목소리가 아니라 '박재정' 그 자체의 목소리가 절실하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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