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인 줄 알았던 막걸리, 알고보니 독이었나
영탁vs예천양조, 영탁 막걸리 두고 상표권 분쟁
영탁vs예천양조, 영탁 막걸리 두고 상표권 분쟁
≪최지예의 찐담화♪≫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가요계의 '찐'담화를 주도합니다. 무분별한 정보 속에서 표류하는 이슈를 날카롭게 보고 핵심을 꼬집겠습니다.
가수 영탁의 진가를 보게 된 것은 TV조선 '미스터트롯'에서 '막걸리 한잔'을 호쾌하게 외치는 그의 목소리였다. 그 무대는 당시 심사위원은 물론이고, 여러 시청자의 이목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영탁의 '막걸리 한잔'은 두고 두고 회자되며, 그가 두터운 팬층을 다지는데 기반이 됐다. '막걸리 한잔'은 그의 기존곡 '니가 왜 거기서 나와'를 강제 소환시킨 데다 이후 발표한 '찐이야'의 히트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 마디로 영탁의 '인생 무대'가 된 것이다.
영탁이 부르는 '막걸리 한잔'을 들으면 목을 탁 쏘며 간지럽히는 시원한 막걸리가 실제로도 간절해진다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기대와 예상대로 2020년 4월 영탁은 예천양조(대표 백구영)의 막걸리 모델이 됐다. 영탁 본인의 이름과 똑같은 '영탁 막걸리'였다.
찰떡처럼 잘 어울리는 영탁과 '영탁 막걸리' 광고는 서로 윈윈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영탁과 '영탁 막걸리'는 계약 만료와 함께 재계약이 결렬됐다. 이를 두고 예천양조가 영탁을 이용해 매출 증가와 사세 확장에 성공했으나 재계약하지 않고 팽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에 예천양조 측은 '영탁이 상표 관련 현금과 회사 지분 등 3년에 걸쳐 150억을 요구해 이를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맞섰고, 영탁 측은 '150억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150억'이란 자극적 헤드라인에 시선을 빼앗긴 대중들은 영탁의 지나친 요구 조건을 비판하고 나섰다. 반면, 영탁의 팬들은 예천양조가 없는 얘기를 만들어 영탁 흠집내기에 나섰다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150억에 가려져 있는 영탁과 예천양조 사이 쟁점의 진짜 핵심은 '영탁'이란 상표권 문제다.
예천양조는 '영탁' 상표에 대해 출원 신청을 했으나, 특허청으로부터 상표 등록 거절을 당했다. 근거는 상표법 34조 제1항 제6호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저명한 타인의 성명, 명칭 등을 포함한 상표는 본인의 승낙을 받은 경우에만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유명인의 성명에 대해 타인이 상표권 등록을 받는 경우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해당 유명인의 인격권을 해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
이에 예천양조는 '영탁' 막걸리에 대한 브랜드 권리 주장을 위해 상표권 등록을 원했고, 영탁의 허락이 반드시 필요했다. 예천양조는 수차례에 걸쳐 영탁의 동의를 요청했는데, 영탁은 이를 거절했다.
여기에서 영탁과 예천양조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다. 영탁은 '영탁'의 상표권을 자신이 출원해 등록한 뒤, 예천양조가 로열티를 내고 '영탁'을 사용하는 방안을 바랐다. 반면, 예천양조 측은 예천양조가 영탁의 동의를 받아 '영탁' 상표권을 직접 등록하길 원했다. 그야말로 '영탁'이란 이름을 두고 서로 '내 거야'라며 권리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영탁'이란 고유명사를 들은 대다수의 사람은 가수 영탁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에 '영탁'이란 상표가 영탁의 허락 없이는 예천양조의 것이 될 수 없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라고 특허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미 특허청의 상표권 등록 거절 결정이나, 관련 법리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게다가 '영탁'이란 이름이 널리 알려지며 막걸리와 연관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영탁이 흘린 피땀눈물의 결실이었다. 영탁이 '막걸리 한잔'을 부를 때에는 그저 노래 속 부정(父情)을 노래해 사람들을 감동시키고자 하는 마음이었을 거라 여겨진다. 그의 진심은 통했고, '미스터트롯' 2위에 빛나는 선(善)의 왕관을 쓰며 대중의 인정을 받았다.
이러한 영탁 '막걸리 한잔'의 성공과 인기에 편승한 것은 오히려 예천양조 쪽이라는 게 주류 업계의 중론이다. 예천양조는 영탁을 전속 모델로 기용해 큰 홍보 효과를 누렸고, 엄청난 판매량을 달성하며 역대 최고 매출을 올렸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영탁이 '막걸리 한잔'으로 히트 친 무대가 2020년 1월 23일 방송됐고, 예천양조가 이로부터 5일 뒤인 1월 28일 '영탁' 상표권 출원 신청을 낸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예천양조의 '영탁' 집착은 계속되고 있다. 전국적인 인기를 지닌 영탁은 중소 양조업체에겐 포기하기 어려운 세일즈 포인트기 떄문. 예천양조 측은 영탁과 재계약이 불발된 이후 법무법인(유) 바른(담당변호사 정영훈)의 검토의견이라며 "예천양조가 상표 '영탁'의 출원 등록을 받지 못했으나, 그 동안 막걸리에 사용하여 온 상표 '영탁'을 앞으로도 적법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나섰다.
이에 영탁 법률대리인 세종 측은 예천양조의 입장에 대해 "예천양조가 '영탁' 상표에 대한 사용 권한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고,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며 "분쟁이 계속되는 경우 특허청의 판단 및 종국적 법원의 판단에 따라 예천양조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는 점이 확인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막걸리 한잔'으로 날아오른 영탁은 '영탁 막걸리' 상표권 분쟁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렇지만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것을 두고만 볼 수도 없는 일. 영탁 역시 2020년 8월 19일(맥주 제외한 알코올 음료)과 2021년 5월 4일(커피-차-효모류) 각각 영탁 상표권 출원 및 등록 신청을 내고 특허청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이번 영탁과 예천양조의 상표권 분쟁은 그리 간단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표권 관련 '먼저 출원한 사람이 임자'라는 내용의 '선출원주의',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상표임을 알면서 그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품에 등록출원할 수 없다'는 내용의 상표법 34조 20항 등 법적인 이슈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다.
영탁 상표권과 관련한 시시비비는 특허청과 법정에 맡겨 둔다. 다만, '막걸리 한잔'을 통해 오랜 시간 무명을 딛고 빛나게 된 '영탁'이란 이름을 막걸리 양조업체에게 빼앗기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영탁 입장에선 '예천양조가 왜 거기서 나와"라고 외칠 일이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가요계의 '찐'담화를 주도합니다. 무분별한 정보 속에서 표류하는 이슈를 날카롭게 보고 핵심을 꼬집겠습니다.
가수 영탁의 진가를 보게 된 것은 TV조선 '미스터트롯'에서 '막걸리 한잔'을 호쾌하게 외치는 그의 목소리였다. 그 무대는 당시 심사위원은 물론이고, 여러 시청자의 이목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영탁의 '막걸리 한잔'은 두고 두고 회자되며, 그가 두터운 팬층을 다지는데 기반이 됐다. '막걸리 한잔'은 그의 기존곡 '니가 왜 거기서 나와'를 강제 소환시킨 데다 이후 발표한 '찐이야'의 히트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 마디로 영탁의 '인생 무대'가 된 것이다.
영탁이 부르는 '막걸리 한잔'을 들으면 목을 탁 쏘며 간지럽히는 시원한 막걸리가 실제로도 간절해진다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기대와 예상대로 2020년 4월 영탁은 예천양조(대표 백구영)의 막걸리 모델이 됐다. 영탁 본인의 이름과 똑같은 '영탁 막걸리'였다.
찰떡처럼 잘 어울리는 영탁과 '영탁 막걸리' 광고는 서로 윈윈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영탁과 '영탁 막걸리'는 계약 만료와 함께 재계약이 결렬됐다. 이를 두고 예천양조가 영탁을 이용해 매출 증가와 사세 확장에 성공했으나 재계약하지 않고 팽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에 예천양조 측은 '영탁이 상표 관련 현금과 회사 지분 등 3년에 걸쳐 150억을 요구해 이를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맞섰고, 영탁 측은 '150억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150억'이란 자극적 헤드라인에 시선을 빼앗긴 대중들은 영탁의 지나친 요구 조건을 비판하고 나섰다. 반면, 영탁의 팬들은 예천양조가 없는 얘기를 만들어 영탁 흠집내기에 나섰다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150억에 가려져 있는 영탁과 예천양조 사이 쟁점의 진짜 핵심은 '영탁'이란 상표권 문제다.
예천양조는 '영탁' 상표에 대해 출원 신청을 했으나, 특허청으로부터 상표 등록 거절을 당했다. 근거는 상표법 34조 제1항 제6호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저명한 타인의 성명, 명칭 등을 포함한 상표는 본인의 승낙을 받은 경우에만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유명인의 성명에 대해 타인이 상표권 등록을 받는 경우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해당 유명인의 인격권을 해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
이에 예천양조는 '영탁' 막걸리에 대한 브랜드 권리 주장을 위해 상표권 등록을 원했고, 영탁의 허락이 반드시 필요했다. 예천양조는 수차례에 걸쳐 영탁의 동의를 요청했는데, 영탁은 이를 거절했다.
여기에서 영탁과 예천양조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다. 영탁은 '영탁'의 상표권을 자신이 출원해 등록한 뒤, 예천양조가 로열티를 내고 '영탁'을 사용하는 방안을 바랐다. 반면, 예천양조 측은 예천양조가 영탁의 동의를 받아 '영탁' 상표권을 직접 등록하길 원했다. 그야말로 '영탁'이란 이름을 두고 서로 '내 거야'라며 권리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영탁'이란 고유명사를 들은 대다수의 사람은 가수 영탁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에 '영탁'이란 상표가 영탁의 허락 없이는 예천양조의 것이 될 수 없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라고 특허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미 특허청의 상표권 등록 거절 결정이나, 관련 법리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게다가 '영탁'이란 이름이 널리 알려지며 막걸리와 연관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영탁이 흘린 피땀눈물의 결실이었다. 영탁이 '막걸리 한잔'을 부를 때에는 그저 노래 속 부정(父情)을 노래해 사람들을 감동시키고자 하는 마음이었을 거라 여겨진다. 그의 진심은 통했고, '미스터트롯' 2위에 빛나는 선(善)의 왕관을 쓰며 대중의 인정을 받았다.
이러한 영탁 '막걸리 한잔'의 성공과 인기에 편승한 것은 오히려 예천양조 쪽이라는 게 주류 업계의 중론이다. 예천양조는 영탁을 전속 모델로 기용해 큰 홍보 효과를 누렸고, 엄청난 판매량을 달성하며 역대 최고 매출을 올렸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영탁이 '막걸리 한잔'으로 히트 친 무대가 2020년 1월 23일 방송됐고, 예천양조가 이로부터 5일 뒤인 1월 28일 '영탁' 상표권 출원 신청을 낸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예천양조의 '영탁' 집착은 계속되고 있다. 전국적인 인기를 지닌 영탁은 중소 양조업체에겐 포기하기 어려운 세일즈 포인트기 떄문. 예천양조 측은 영탁과 재계약이 불발된 이후 법무법인(유) 바른(담당변호사 정영훈)의 검토의견이라며 "예천양조가 상표 '영탁'의 출원 등록을 받지 못했으나, 그 동안 막걸리에 사용하여 온 상표 '영탁'을 앞으로도 적법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나섰다.
이에 영탁 법률대리인 세종 측은 예천양조의 입장에 대해 "예천양조가 '영탁' 상표에 대한 사용 권한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고,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며 "분쟁이 계속되는 경우 특허청의 판단 및 종국적 법원의 판단에 따라 예천양조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는 점이 확인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막걸리 한잔'으로 날아오른 영탁은 '영탁 막걸리' 상표권 분쟁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렇지만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것을 두고만 볼 수도 없는 일. 영탁 역시 2020년 8월 19일(맥주 제외한 알코올 음료)과 2021년 5월 4일(커피-차-효모류) 각각 영탁 상표권 출원 및 등록 신청을 내고 특허청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이번 영탁과 예천양조의 상표권 분쟁은 그리 간단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표권 관련 '먼저 출원한 사람이 임자'라는 내용의 '선출원주의',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상표임을 알면서 그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품에 등록출원할 수 없다'는 내용의 상표법 34조 20항 등 법적인 이슈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다.
영탁 상표권과 관련한 시시비비는 특허청과 법정에 맡겨 둔다. 다만, '막걸리 한잔'을 통해 오랜 시간 무명을 딛고 빛나게 된 '영탁'이란 이름을 막걸리 양조업체에게 빼앗기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영탁 입장에선 '예천양조가 왜 거기서 나와"라고 외칠 일이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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