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 모아 태산, MBC ‘라디오 스타’(이하 ‘라스’)의 정체성이다. 강한 한 방보다는 쉬지 않고 주고받는 우스갯소리의 잽 사이에서 부지런히, 길고 가늘게 재미를 쌓아 온 ‘라스’가 어느새 200회를 맞이했다. 네 명의 명 MC들은 물론 웃음을 유발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못했던 게스트들에게서까지 나름대로 인상적인 장면들을 뽑아내 온 ‘라스’의 공을 기려 가 작은 시상식을 준비했다. 지면 관계상 다 담지 못한, 나머지 179개 부문 수상자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표한다.핫 샷 데뷔 상: 티아라
부상: 1회 재출연권
절벽에서 새끼를 떨어뜨려 강하게 키우려는 사자의 마음이 ‘사장님의 방침’이었을까. 어쨌든 MC들의 심드렁한 반응에도 꿋꿋하게 애교, 차력, 노래를 선보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다음번에도 만나요 제발~상: 휘성
부상: MC들의 무릎 착석권
총 3회 출연했다. 유영석과 김흥국, 고영욱 또한 동률을 기록했으나, “지난번엔 탁재훈에 밀려 병풍이었다”는 애잔한 고백이 동정표를 얻었다. 입대 전 한 번 더 만나요, 제발~ 로스트 드레서 상: 이승환
부상: 말 가면
불혹을 지난 라이브의 황제가 주황색 토끼 옷을 입고 등장하자 MC들은 눈 둘 바 몰라 크게 당황했다. 모처럼 패닉에 빠진 김구라를 볼 수 있었던 희귀한 방송. 숨은 그림 찾기 상: 남규리
부상: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이승환의 토끼의상 장착 후 1회 재출연권
존재감 없는 게스트가 워낙 많았기에 그 중 임의로 선정했다. 그냥 이렇게 생각하자. 우연히 초반에 출연했기 때문에 뽑혔다고, 운이 나빴을 뿐이라고. 보이지 않는 손 상: 퐝규(전환규)
부상: KBS 1회 방청권
KBS 의 기둥이었던 정종철과 박준형이 MBC 로 이적한 데 대해 각종 루머가 나돌았지만 시작은 단순히 퐝규와의 친분이었다. ‘라스’의 무수한 특종 중 하나. 명랑시민 상: 김희철
부상: 초코파이 한 박스
“술 먹고 운전하지 않을 것, 폭력을 쓰지 않을 것, 이상한 취미를 갖지 않을 것”, 더불어 “카드란 카드는 다 없애겠다”고 선서했다. 그리고 곧,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러 떠난다. 옛날의 금잔디 상: 김종욱
부상: 기부를 조건으로 김희철의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인턴DJ
국내 금융 그룹 사주로 알려진 아버지 덕분일까, 어느 날 문득 낙하산을 타고 DJ 연수생으로 등장했다. 갑자기 스튜디오의 인조잔디가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면 기분 탓이겠죠? 내셔널지오그래픽 상: ‘유세윤의 알 낳는 바다거북’을 구현한 CG 담당자
부상: 아쿠아리움 관람권
그저 코믹한 장면으로 끝날 뻔 했던 바다거북의 해산은 괴이한 고퀄리티의 CG 덕분에 어쩐지 숭고한 분위기마저 풍기게 됐다. 눈으로 직접 본들 그만큼 생생할 수 있을까! 변치 않는 JPG 상: 애프터스쿨 나나
부상: 조권의 표정 레슨 1회권
정지화면이 아니다. 나름대로 애교 부리는 표정의 다양한 버전이다. 기본적으로 고개는 45도쯤 꺾고, 눈웃음을 살짝 쳐준 표정이 ctrl+c/ctrl+v를 한 것 같긴 했지만. 귀염 아니고 기염 상: 김형준
부상: 노래하기 전에 하는 “JYP”를 포함한 박진영의 신곡 제공
SS501의 막내 시절부터 김현중을 라이벌로 여겼다고 털어놓으며 야망을 불태우더니, 박진영을 ‘회장님’이라 부르고 공항에서 멋지게 인사하는 방법을 선보이며 기염을 토했다. 스티비 원더 상: 탁재훈
부상: 하모니카 침 닦는 수건
하모니카로 할 수 있는 최고의 개그를 선보였다. “나가요”, “멍 때리나”, “턱 집어넣어!”라니, 장난인 걸 알면서도 하모니카 음률과 멘트가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마법의 경지! 맥거핀 상: 양배추
부상: 자막에 데프콘과의 비교 사진 삽입
‘김구라의 자식들’ 중 자막으로 가장 자주 등장했다. 심지어 입대 후에도 김구라가 종종맥락 없이 양배추를 들먹이는 등, 보이진 않아도 ‘라스’에 항상 함께 하고 있는 느낌이다. 노스트라다무스 상: 김건모와 옥주현을 함께 섭외한 사람
부상: 돗자리
MBC ‘나는 가수다’에서 각기 다른 이유로 곤욕을 치른 김건모와 옥주현, 무려 3년 반 전 ‘라스’에서 만났던 과거가 있다. 지금 이대로 다시 섭외하면 홍보는 일도 아니다. 굴욕 평준화 상: 비
부상: ‘라디오 스타’ 출연 1회 거부권
‘무릎 팍 도사’에 출연한 김연아 때문에 월드스타 비의 출연분 첫 방송은 5분밖에 나가지 않았고, 김연아와의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심지어 작가가 매정하게 전화를 끊고 말았다. 불꽃 애드리브 상: 신정환
부상: 안도 미키 광마우스
‘라스’에 주어진 시간 단 8분, 버저비터 신정환은 “안도 미키마우스”, “아사다 그러지 마오”, “마5에 아사아사” 등 끊임없는 말장난을 시도해 성공시켰다. 아마 8초였대도 그랬을 것이다. 포카 앤 칩 상: 신정환
부상: 포카 앤 칩 한 박스
하지만 두 번의 실수는 그를 ‘칩사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신정환 정신차려”라는 ‘라스’ 동료들의 애정 어린 암호문이 그에게 무사히 가 닿았기를. 수족냉증 상: 제시카
부상: 혈액순환개선제
티파니가 제시카의 도도한 얼음공주 캐릭터를 설명하자 김구라는 “몸이 차요?”라며 끼어들었고, 맥 빠진 표정의 제시카는 “네~ 손발 찹니다. 매우 차요”라고 시크하게 응수했다. 상: 김범수 전 아나운서
부상: 1주일 유급휴가 슈퍼패스
직장인의 애환이 묻어나는 “대표님께 깨져도 / 나는 안 울어”와 같은 가사, ‘들장미소녀 김캔디’에 빙의한 미중년의 눈물 그렁한 얼굴이 마음 속 깊은 곳을 건드린다. 공로상: 노래방 기계
부상: MBC 심사위원 초빙
데이비드 오와 셰인에게 각각 23점과 53점을 안기며 보통 노래방 기계와 격이 다른, 대쪽 같고 깐깐한 심사를 보여줬다. 김구라의 독설도, 윤종신의 깐족거림도 필요 없어지던 순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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