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소중한 사람이든 궁금한 사람이든 그가 자신의 일기장을 보여주면 좋겠다. 그가 직접 읽어주면 더 좋겠지. 누군가의 가장 사적이고 내밀한 고백을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경험은, 얼마나 짜릿할까. 지난 20일 저녁 대학로 소극장 무대 위에서 루시드폴이 들려 준 노래들이, 꼭 그랬다.
8월 17일부터 시작된 루시드폴의 이번 콘서트 타이틀은 ‘LUCID FALL 목소리와 기타 2011’다. 공연이 열린 곳은 대학로 학전 블루 소극장. 이 타이틀과 장소가 공연의 성격을 가장 잘 설명한다. 지하 공연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고(故) 김광석, 동물원, 신윤철과 유앤미블루의 포스터가 걸려 있는 학전은 김광석이 1991년부터 1995년까지 1000회 이상 공연을 가졌고 소극장 앞마당엔 그를 기리는 노래비가 있는 곳이다. 루시드폴 스스로도 “더 쾌적한 공연장이 있겠지만 누군가는 학전에서 계속 노래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던 공연장은 그래서 이곳에 서는 것 자체로 그가 공연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분명히 드러난다.
담담하게 위로하는 루시드폴만의 목소리 몇 대의 기타와 작은 화분이 놓인 탁자. 마치 모노드라마의 방 같이 꾸며진 평범하고 소박한 무대에서 작은 핀 조명을 받으며 기타 한 대를 안고 노래하는 루시드폴의 목소리는 늘 그렇듯 낮고 담담했다. 공연 중간부터 피아노의 강현진과 플룻, 칼림바, 하모니카, 아코디언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한 권병호가 세션으로 함께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두 시간 가까이 무대를 채운 것은 4집 의 ‘벼꽃’을 시작으로 ‘오! 사랑’, ‘빛’, ‘고등어’ 등 4집까지의 주요곡들은 물론 ‘여름의 꽃’, ‘어부가’, ‘어디인지 몰라요’ 3곡의 신곡을 들려준 루시드폴의 기타와 목소리였다.
“곡 설명을 과할 정도로 친절하게 하는 이유는 제 노래를 전혀 모르고 오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요. 에서 보고 오신 분들.” 노래 한 곡, 스위스 개그 하나, 그리고 곡 소개. 마치 ‘보이는 라디오’ 같은 이 구성은 지금 루시드폴이 대중과 만나는 혹은 대중에게 받아들여지는 방식과도 닮았다. 그룹 미선이 시절부터 그의 노래와 가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물론 ‘루시드폴 표 스위스 개그‘와 유희열 사단의 일원으로 그를 아는 사람들 모두를 위해 루시드폴은 “왜 유독 내 노래는 봄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지”, “이 기타를 사고 처음 쓴 곡 중 하나”,“스위스에서 만난 중국인 친구에게 받은, 중국 어부가 낚시를 하고 있는 그림을 보고 만든” 같은 친절한 설명과 소회를 덧붙이며 노래를 이어갔다. 물론 “남자는 피아노죠. 기타는 치면 뭐합니까. 너는 왜 피아노를 피하노”, “밖이 환하면 화나요” 같은 예의 그 허무한 스위스 개그를 섞어가면서.
극도로 낮은 음역대, 악기는 물론 주위 소음에도 묻히기 쉬운 루시드폴의 목소리는, 그래서 그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마음을 여는 사람들에게는 실제보다 더 짙고 강렬하게 증폭되어 가 닿는다. 결코 소리 높이는 법이 없지만, 그래서 더 귀 기울이게 되는 그의 목소리와 기타가 들려주는 내밀한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마음을 위로하고 상처를 치유하고 삶을 연민하는 노랫말이 그리운 사람은 학전의 문을 두드리자. 서울 공연은 9월 11일까지 계속된다.
사진제공. 안테나뮤직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편집. 장경진 three@
8월 17일부터 시작된 루시드폴의 이번 콘서트 타이틀은 ‘LUCID FALL 목소리와 기타 2011’다. 공연이 열린 곳은 대학로 학전 블루 소극장. 이 타이틀과 장소가 공연의 성격을 가장 잘 설명한다. 지하 공연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고(故) 김광석, 동물원, 신윤철과 유앤미블루의 포스터가 걸려 있는 학전은 김광석이 1991년부터 1995년까지 1000회 이상 공연을 가졌고 소극장 앞마당엔 그를 기리는 노래비가 있는 곳이다. 루시드폴 스스로도 “더 쾌적한 공연장이 있겠지만 누군가는 학전에서 계속 노래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던 공연장은 그래서 이곳에 서는 것 자체로 그가 공연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분명히 드러난다.
담담하게 위로하는 루시드폴만의 목소리 몇 대의 기타와 작은 화분이 놓인 탁자. 마치 모노드라마의 방 같이 꾸며진 평범하고 소박한 무대에서 작은 핀 조명을 받으며 기타 한 대를 안고 노래하는 루시드폴의 목소리는 늘 그렇듯 낮고 담담했다. 공연 중간부터 피아노의 강현진과 플룻, 칼림바, 하모니카, 아코디언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한 권병호가 세션으로 함께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두 시간 가까이 무대를 채운 것은 4집 의 ‘벼꽃’을 시작으로 ‘오! 사랑’, ‘빛’, ‘고등어’ 등 4집까지의 주요곡들은 물론 ‘여름의 꽃’, ‘어부가’, ‘어디인지 몰라요’ 3곡의 신곡을 들려준 루시드폴의 기타와 목소리였다.
“곡 설명을 과할 정도로 친절하게 하는 이유는 제 노래를 전혀 모르고 오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요. 에서 보고 오신 분들.” 노래 한 곡, 스위스 개그 하나, 그리고 곡 소개. 마치 ‘보이는 라디오’ 같은 이 구성은 지금 루시드폴이 대중과 만나는 혹은 대중에게 받아들여지는 방식과도 닮았다. 그룹 미선이 시절부터 그의 노래와 가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물론 ‘루시드폴 표 스위스 개그‘와 유희열 사단의 일원으로 그를 아는 사람들 모두를 위해 루시드폴은 “왜 유독 내 노래는 봄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지”, “이 기타를 사고 처음 쓴 곡 중 하나”,“스위스에서 만난 중국인 친구에게 받은, 중국 어부가 낚시를 하고 있는 그림을 보고 만든” 같은 친절한 설명과 소회를 덧붙이며 노래를 이어갔다. 물론 “남자는 피아노죠. 기타는 치면 뭐합니까. 너는 왜 피아노를 피하노”, “밖이 환하면 화나요” 같은 예의 그 허무한 스위스 개그를 섞어가면서.
극도로 낮은 음역대, 악기는 물론 주위 소음에도 묻히기 쉬운 루시드폴의 목소리는, 그래서 그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마음을 여는 사람들에게는 실제보다 더 짙고 강렬하게 증폭되어 가 닿는다. 결코 소리 높이는 법이 없지만, 그래서 더 귀 기울이게 되는 그의 목소리와 기타가 들려주는 내밀한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마음을 위로하고 상처를 치유하고 삶을 연민하는 노랫말이 그리운 사람은 학전의 문을 두드리자. 서울 공연은 9월 11일까지 계속된다.
사진제공. 안테나뮤직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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