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부름. 2011 섬머 소닉에서 운영된 6개의 스테이지 중 아일랜드 스테이지는 ‘Asian Calling’이라는 부제와 함께 아직 범아시아적이지는 않지만 자국 내 높은 인지도를 가진 로컬 밴드들을 소개했다. 한국에서도 이디오테잎과 갤럭시 익스프레스, W&Whale, 칵스가 ‘Asian Calling’에 참여해 K-Pop만이 한국 음악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자랑스러울 수도,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이번 공연은 한국 밴드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최근 미니앨범 < CIRCUSSSS >에서 선보인 강렬한 전자 음악을 아일랜드 스테이지에서 들려준 W&Whale과의 일본 현지 인터뷰를 공개한다.30여 분의 짧은 공연이었는데 세트리스트는 어떤 기준으로 짰나.
배영준: 기본적으로 이번 EP의 신곡을 많이 넣자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했던 드라마 음악 작업이 있지 않나. MBC 가 일본에서 방영됐다는 정보가 있어서 OST에 수록됐던 ‘월광’도 넣었고, 이곳 섬머 소닉에서 서정적인 걸 하는 팀이 별로 없을 것 같아 ‘Stardust’나 ‘Whale Song’ 같은 곡도 넣었다. 결국 W&Whale의 오리지널리티를 잘 살린 곡들을 다이제스트로 골랐다고 해야겠지.
“우리를 잘 알고 모르고는 큰 부담이 아니었다” 그런데 의상은 이번 EP < CIRCUSSSS >의 콘셉트로 나왔다. 세트리스트의 스펙트럼을 생각하면 조금 이질적인 곡이 있을 수도 있었다.
배영준: 현재 시점까지 그 복장이 우리 무대 의상 중 가장 멋있다고 생각해서.
웨일: 곡의 색깔마다 의상을 계속 바꿀 수는 없다. 당장 앨범 하나에만 해도 말랑말랑한 곡과 센 곡이 있지 않나. 그에 다 맞출 수는 없지만 타이틀로 정한 것에 대한 콘셉트 의상을 입고 나갔다고 보면 될 거 같다. 물론 ‘Whale Song’과는 맞진 않았지만. (웃음)
이번 EP의 복장이라기보다는 가장 멋있고 대표적인 의상인 거였나.
웨일: 나에게 베스트는 아니고 두 번째로 멋있는 의상.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어깨에 깃털이 있는 건데 그걸 여기까지 가져오려면 의상이 망가지니까. 베스트는 한국에서만 입으면 된다. 일본 정도는 뭐 두 번째 의상이면 되고. (웃음)
세트리스트와 의상 등을 결정하고 무대를 만드는데 있어 섬머 소닉에 일본 관객이기에 다르게 접근한 부분이 있었나.
배영준: 어떤 유명한 배우의 말인데, 자기 눈앞에 있는 단 한 명의 관객을 설득하는 것과 백만 관객을 설득하는 건 똑같다고 하더라. 우리를 잘 알고 모르고는 큰 부담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한다고 우리를 다 아는 것도 아니고. 오신 관객 중 단 몇 분이라도 좋은 느낌을 받는다면 더 많은 관객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건 어렵지 않다 생각했다.
결국 최선의 문제인 건데, 그런 면에서 드럼을 리얼 사운드로 간 이유가 있나. 앨범에서는 프로그래밍으로 가는데.
배영준: 공연에서 드럼이 있고 없고에 따라 그 에너지는 달라진다. 실제로 디페쉬 모드 같은 밴드도 음반에서는 기계 드럼이지만 공연에서는 실제로 드럼을 친다. 라이브에서 줄 수 있는 에너지를 위해서.
타성의 울림인가, 퍼포먼스인가.
김상훈: 둘 다다. 액션도 중요하지만 큰 베이스 드럼이 내는 소리는 음반과 다른 공기를 만들어 낸다. 몸에 직접 울려줄 수 있다.
하지만 앨범에서는 어쿠스틱 드럼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가 있는 것 아닌가.
배영준: 글쎄, 어느 게 더 맞는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어쨌든 소리의 덩어리적인 질감을 중요하게 여긴다. 전자 음악, 특히 우리처럼 센 전자 음악에서는 비트의 무게감이 중요한데, 얼핏 생각하기에 사람이 치는 드럼 소리의 덩어리가 클 거 같은데 안 그렇다.
김상훈: 신기하게 음반에 쓸 때는 어쿠스틱 드럼으로 그런 느낌을 내기 어렵다. 그런데 공연장에서는 프로그래밍된 리듬이 어쿠스틱 드럼을 따라갈 수 없다. 둘을 잘 섞을 필요가 있다. 또 공연장마다도 다르고. 재밌는 부분이다.
웨일 역시 첫 곡 ‘C`mon Yo!!!’에서 타악 퍼포먼스를 보여줬는데.
웨일: 북을 치는 퍼포먼스를 하고 싶어서 그에 어울리는 곡을 써보자 했던 게 ‘C`mon Yo!!!’다. 그렇게 해보니 이거 좋다 싶어서 다른 곡의 퍼포먼스에 응용해보니 어울리는 곡이 많더라.
배영준: 가장 원시적인 악기가 타악기인데 그런 만큼 사람을 흥분시키는 원초적인 사운드이기도 하다. 그만큼 우리가 변하고 싶었다는 반증인 거 같다.
“이번 공연으로 엔지니어와의 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래서일까. 공연을 보면서 앨범만 들어서는 이 곡들을 이해하는 게 반쪽짜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영준: 우리가 들을 수 있는 큰 칭찬이다. 사실 어떤 밴드는 음반은 되게 좋은데 공연 보면 되게 지루한 밴드가 있다. 섬머 소닉 스테이지를 다니면서 보니까 그런 경우가 있더라. 이 밴드가 이렇게 좋았나, 싶은 팀도 있었고 그냥 CD로 들을 때가 더 좋았어, 하는 팀도 있고.
W&Whale의 경우 CD 사운드를 균질하게 내는 라이브와 그와는 다르더라도 관객에게 더 어필하는 라이브 중 뭐를 더 추구하는 것 같나.
배영준: 웬만하면 앨범 사운드에 가깝게 구현하려 하는데 그렇게 안 되는 부분이 많지. 컴퓨터 프로그래밍된 음악을 라이브에서 재현할 수는 없다. 그게 가능한 부분은 CD와 똑같이 가고 안 되는 건 아예 바꿔버리고. 그렇지만 어떤 게 더 먼저냐는 건 말하기 어렵다.
김상훈: 아까도 말했지만 공연장마다의 느낌이 되게 다르다. 그냥 우리 CD를 공연장에서 틀었을 때 되게 좋게 나오는 데가 있고 되게 안 나오는 곳도 있다. 그래서 어쿠스틱 드럼을 쓰거나 기타 편곡이 더 하드해지는 식의 노력이 생기게 되는 거고.
배영준: 사실 노래만 해도 그렇다. 같은 멜로디지만 부를 때마다, 공연장에서마다 다 다르다. 라이브에서 전해질 수 있는 에너지가 지금 현재 시점 그 밴드의 모습이라 할 수 있겠지.
그런 면에서 이번 공연을 했던 아일랜드 스테이지는 어땠나.
배영준: 너무너무 힘들었다. 사운드가 밖으로 빠져야 하는데 그 안에서 계속 도는 거다. 그러니까 내가 맞게 하는 건지. 하다못해 드럼 친구는 자기 심벌 소리가 안 들렸다고 하니.
웨일: 나는 내 목소리가 안 들렸다. 안 들리는 상황에서 끝까지 불렀는데… 섬머 소닉이라는 세계적 페스티벌에서 어떻게 엔지니어가 이렇게 별로인 모니터를 만들었나 굉장한 실망감을 느꼈다. 사실 난 이 무대에 대한 기대를 많이 했다. 일본에서 정말 잘하고 싶었다. 우리나라 음악을 자랑스럽게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상태로 왔는데 목소리가 안 들리는 상황에서 노래를 7곡 불러야 하는 상황이 깜깜했다. 게다가 관중 수도 한국에서 할 때보다 적은 인원이라 심적으로 힘들었다. 그나마 사운드라도 좋았으면 좀 더 ‘으샤으샤’ 했을 텐데. 최고의 노력을 했던 거 같다, 오랜만에. (웃음)
배영준: 나는 웨일 양이 모니터 스피커에 몸을 숙이고 노래를 부르기에 액션 좋다, 싶었다. (웃음)
웨일: 멋있으라고 한 게 아니라 들으면서 하고 싶어서. 얼굴 찡그리며 숙였는데 너무 그래 보이면 안 되니까 멋있게 보이려 포즈를 잡았다. 그래도 안 들리더라.
한재원: 나는 사실 내 소리보다는 일차적으로 웨일 양 모니터를 생각하는데, 바로 옆인데 안 들리는 거다. 계속 그 생각만 들었다. 아니 이걸 어떡하나. 목소리 하나도 안 들려, 어떡해. 일단 웨일 양이 노래를 편하게 해야 우리가 이바지하게 되는데. 끝까지 잘 가기만을 바랐다.
김상훈: 그 쪽 엔지니어를 비하하려는 건 아니고 다른 나라니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느꼈다. 엔지니어와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래도 무대 밑에서 볼 때는 그렇게 난감해 한다는 느낌을 못 받았다.
웨일: 그렇다면 다행이다. 무대 뒤편의 엔지니어 분에게는 미간에 내 천(川)자를 그리면서 손가락으로 문제 있는 부분을 가리켰는데 관객들이 눈치 못 챘다면 다행이다. 사실 관객 반응도 너무 없어서 잘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헤드라이너라면 헤드라이너인 비디 아이 공연을 봤는데 일본 관객 반응이 ‘우와’ 이런 게 아니더라. 우리나라와는 다르더라. 그걸 알고 나서 조금 위로가 됐다.
배영준: 알고는 있었는데 막상 눈앞에서 그러니까 우리가 잘못한 게 있나? 코드를 잘못 쳤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경험 부족이지. 그것까지도 실력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중에 스태프들 말로는 순수하게 연주와 노래, 밴드가 내는 사운드는 지난 펜타포트에서 했던 것보다 더 좋게 들렸다고 하더라.
웨일: 좋은 말 해준 거 아닐까. 우리가 너무 의기소침해 하니까. (웃음)
연주에서의 문제는 못 느꼈다. 다만 맞은 편 천장과 벽에서 튕기는 소리가 거슬리더라.
배영준: 웨일 양이 조용하게 혼자 기타 치며 노래를 부를 때는 부딪치며 오는 소리가 들리니까 박자가 맞는지 틀리는지 모르겠더라. 되게 많은 걸 배운 공연이었다. 이런 상황이 있다는 걸 들은 적도 있고, 일본 관객의 호응이 약하기로 유명하다는 것도 들었고, 또 우리가 그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듣보잡’이라는 것도 알고 같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되니 당황한 게 사실이다. 펜타 때만 해도 웨일 양이 그런 얘길 했다. 우리끼리 즐기면 관객들이 좋아할 거라고. 그런데 이번 섬머 소닉에서 우리끼리 진정 즐겼느냐 한다면, 악조건 속에서 위축된 게 사실이다.
그럼 다음에는 더 나아질 것 같나.
배영준: 빤한 이야기인데 위기가 사람을 성장시킨다고 하지 않나. 그게 맞는 말인 거 같다. 맷집이 세진 거 같다. 싸움 잘하는 사람들은 때리는 것보다 맞는 것부터 배우지 않나. 이걸 넘어선다면 슈퍼 밴드가 될 거 같다.
김상훈: 다음에는 평양 공연? (웃음)
사진제공. 2011 섬머 소닉
글. 위근우 기자 eight@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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