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좋았고, 노래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모여 공연을 하고 어렵게 EP 앨범을 만들었다. 자비를 털어 만든 소박한 앨범이었지만, 의외로 반응이 뜨거웠다. 귀에 달콤하게 스미는 ‘커피를 마시고’는 까페에서 꼭 틀어야 할 음악으로 손 꼽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게 메이저 레이블인 플럭서스와 계약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이들은 그 시간 동안 음악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며 앨범 준비를 했고, 첫 데뷔작으로 15곡을 꽉 채운 첫 정규 앨범 을 발매했다. 이제 20대 초반인 이들은 더 쉽게 성공할 수 있는 길을 두고 남들이 꺼려하는 길을 걷고 있다. 따뜻하고 포근한 음악… 그 안에 단단히 자리잡고 있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확고한 신념. 앨범보다 디지털 싱글이 일반화 되고, CD를 듣기보다 컴퓨터로 음원을 다운받아 듣는 시대에 어딘지 독특하게 들리는 이것은 어반자카파(Urban Zakapa)의 이야기다.세 사람 모두 보컬 뿐 아니라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까지 참여했다. 음악적인 욕심이나 팀 내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텐데.
권순일 : 그런 마음이 없을 수는 없다. 그래서 솔로곡을 넣어서 각자 하고 싶은 곡 스타일이나 보컬을 보여드리려 했다. 그리고 내 곡이나 내 파트를 더 넣어서 결과가 좋지 않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물론 개인적으로 아쉬울 수 있다. 용인씨 같은 경우는 노래를 할 때 상대적으로 파트가 적다. 나는 노래를 여자 키로 부를 때가 많다. 현아씨도 여자고. 그래서 둘이 쓰는 곡은 남자가 부르기 부적합할 때가 많은데 용인씨가 많이 양보를 했다.
박용인 : 욕심을 부리면 끝이 없다. 각자 서로 잘하는 부분이 있고 채워야 할 부분이 있는거다. 욕심이 생긴다고 “야, 그 노래 키 좀 낮춰. 나도 더 부르고 싶어” 이러면 곡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팀으로서도 끝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시작이다.
세 사람이 작곡한 곡을 들으면 색깔이 조금씩 다른데 묘하게 앨범에서는 위화감이 없다. 통일성을 위해 사운드를 정해놓고 맞춰가나?
조현아 : 장르나 사운드를 일부러 맞추려 하진 않았다. 우리 음악은 감성적으로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다. 도시적이고 세련되지만 차갑진 않고 포근한거. 그런 감성을 공유하다보면 장르를 넘어서 모이는 점이 있다. 우리는 좋아하는 장르가 조금씩 다 다르다. 그런데 감성적으로 교집합이 있어서 앨범에 위화감이 없는 것 같다. 우리 셋은 어렸을 때부터 서로를 봐왔기 때문에 서로 어떤 감성을 갖고 있는지 잘 안다. 그래서 가능한 부분인 것 같다.
세 사람은 어떻게 만나 음악을 하게 된건가.
박용인 : 현아씨랑 알게 된건 현아씨가 중학교 3학년 일 때, 내가 고등학교 1학년 일 때다. 실용음악학원에서 만나 친구가 됐다. 순일씨랑은 고등학교 동창이다. 서로 노래를 좀 한다는건 알고 있었고(웃음) 같이 놀다가 “우리도 공연을 해보자”는 말이 나왔다. 그래서 작은 공연을 했고, 또 그게 즐거워서 한번만으로 끝내긴 아쉬웠다. 서로 개성이 강한 보컬들이 만난 것도 아까웠고. 그래서 “그럼 음반을 만들어보자” 해서 첫 EP를 만들게 됐다. 그게 주욱 이어져온거다.
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하겠다는 결심이 있었다는 얘기 같다
조현아 :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그렇게 진로를 정했다. 중3 때까지 피아노를 쳤고 재즈 피아노를 배우려고 실용음악학원에 다니다가 용인씨를 알게 됐다. 그러다 용인씨가 피아노보다 자꾸 노래를 하라고 꼬시고(웃음) “현아는 노래를 해야 한다”고 학원 원장님도 부모님을 설득해서 노래를 하게 됐다. 엄마는 처음에는 반대하셨지만, 내가 MBC ‘별밤 뽐내기’에 나가 연말 대상까지 타니까 허락해주셨다. 용인씨도 중학교 2학년 때 진로를 정했다. 순일씨는 음악에 대한 갈증이 계속 있다가 대학에서 고민 끝에 음악을 하게 됐다. 서로 모여서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어쿠스틱한 R&B 소울로 정립시키고 시작했다. 딱딱하거나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을 어쿠스틱으로 따뜻하게 감싸자는 목표가 있었다.
“사람들이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 왜 어쿠스틱인가. 보통 ‘어반 뮤직’이라고 했을 때의 사운드와는 다른 느낌인데
조현아 : 어쿠스틱 사운드가 사람들에게 포근함을 주고 따뜻한 마음을 주는데 그런 감성이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감성이다.
권순일 : 우리 음악이 어반하지 않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은 어쿠스틱이 더 어반하게 들리지 않나. 우리가 어쿠스틱 붐을 노린건 아니지만 마치 흐름을 타고 나온 것처럼 됐다(웃음).
녹음이나 믹싱도 따뜻한 LP 느낌이 나는 것 같다. 보컬도 진한 R&B 톤을 강조하기보다 다른 악기 소리와 자연스럽게 섞여서 넓게 퍼지는 느낌이 난다.
조현아 : 그게 우리가 의도한 부분이기도 하고,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은 의도한대로 잘 나왔지만, 좀 귀에 박히지 않고 BGM처럼 흘러가버리는 면도 있다. 그렇다고 보컬 믹싱이 좀 튀어 나왔으면 좋겠다거나, 브라스 톤이 좀 더 진했으면 좋겠다거나 하는, 곡마다 다른 요구를 앨범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아직 첫 앨범이고 다음 앨범에선 더 우리만의 음악에 어울리는 믹싱 색깔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대중적으로 어필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부분들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다
조현아 :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음악은 방안에 틀어박혀 혼자 할 수 있는게 아니다. 만드는 사람이 있으면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쉽게 흥얼거릴 수 있어야 사람들도 좋은 멜로디라고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려고 노력했다.
권순일 : 사람들이 “너무 익숙한 멜로디다”라고 할 정도다(웃음). 첫 정규 1집이니 대중들에게 정말 가깝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어렵지 않은 멜로디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했는데 ‘Always Be Mine’ 같은 곡의 멜로디 전개는 마치 90년대 팝음악을 듣는 것 같다.
권순일 : 내가 90년대 팝을 굉장히 좋아한다. ‘이별을 건너다’ 란 곡도 보이즈투맨이나 머라이어 캐리 같은 느낌으로 만들려고 노력한 곡이다. 그래서 그런지 난 멜로디가 나와도 자연스럽게 여성 보컬의 멜로디나 예쁜 멜로디가 나온다. 어떻게 보면 내가 쓰는 멜로디가 뻔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게 그런거다.
우린 아주 길게 보고 있다. 오래 노래할거다 아직 다들 나이가 젊은데(웃음) 머라이어 캐리나 보이즈투맨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그렇고, 어떤 음악을 좋아하고 들었는지 궁금하다
조현아 : 보컬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은 아티스트는 조스 스톤이다. 나이는 나랑 비슷한데 너무 잘한다. 그 외에는 좀 옛날 분들한테 영향을 받았다. 레이 찰스나 샤카 칸처럼 블루스나 소울에 기반을 둔 분들.
박용인 : 나 같은 경우는 시스코도 좋아하고,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건 케이시 앤 조조다. 조 데시에서 케이시 앤 조조로 넘어오면서 힙합적인 사운드가 강해지는데 딱 그 순간의 음악을 좋아한다. 마이클 볼튼처럼 멜로디컬한 팝 보컬도 많이 들었다.
용인씨나 현아씨는 허스키하고 진한 톤을 가진 보컬인데 노래할 때 어떤 톤을 잡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목소리를 흉내내려고 일부러 힘도 주고 오버하기도 하는데.
박용인 : 예전에는 훨씬 더 허스키하고 두꺼웠다. 그런데 그걸 일부러 죽이고 깨끗하게 부르려고 노력한다. 허스키하고 진한 톤이 너무 부각되면 들을 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조현아 : 용인씨나 나나 아직 어린데 그럴수록 더 얇고 깨끗하게 부르려고 하는게 맞는 것 같다. 그래도 어쨌든 우리 톤은 허스키하다. 일부러 그런 톤을 더 부각시키려고 하면 성대가 상한다. 우린 아주 길게 보고 있다. 오래오래 노래하고 싶다(웃음). 어차피 40~50대가 되면 자연스럽게 더 허스키한 목소리가 나올거다. 성대가 많이 상했을테니까.
국내 뮤지션 중에는 즐겨 들었거나 영향을 받은 사람이 없나.
조현아 : 나는 윤종신 선배님. 굉장히 존경한다. 가사나 멜로디 표현 능력이 정말… 슬픈 감정이든, 어떤 감정이든 윤종신 선배님만의 색깔이 있다. 그게 너무 좋다.
박용인 : 나도 윤종신 선배님을 정말 좋아한다.
권순일 : 이소라 선배님과 함께 작업해 보는게 꿈이다.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같이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일단은 팬의 입장이라 ‘감히’라는 생각이 들지만, 10년 쯤 지나면 가능할지도 모른다(웃음)
콘서트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처음부터 정규 앨범을 야심차게 내더니, 첫 단독 콘서트도 작지 않은 곳이다. 연세대100주년기념관인데
조현아 : 우린 라이브에 자신이 있다(웃음). 앨범과는 다르게 라이브할 때는 또 다이나믹하다. 노래 연습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만약 우리 노래를 모르는 분이 오시더라도 “너무 잘한다. 정말 좋다”라고 생각하실 수 있게끔 하려고 한다. 뭐, 우리가 무슨 춤을 추거나 마술을 할 것도 아니고(웃음). 무조건 노래를 잘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권순일 : 22곡을 부를 예정인데 우리 노래를 정말 많이 들려드리고 싶어서, 멘트도 줄이고 3~4곡 씩 쭉쭉 부를거다. 7월 30일날 서울에서 공연하는데 그 다음날 또 대구에서도 공연이 있다. 일단 컨디션 조절도 잘하고.
조현아 : 컨디션 조절할 것도 없이 그냥 공연 들어가면 다 쏟아낼거다. 그리고 후회하겠지. 아, 조금만 남겨둘걸(웃음)
사진 제공. 플럭서스
김명현 기자 eighte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