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제가 대통령 되려고 하는 거 아녜요?
1. 당선이 먼저다.
2. 니가 뭔데 자꾸 꼬치꼬치 따지세요, 닭꼬치세요?
cf. 국민의 선택을 받으면 꼭 실현할 겁니다.
토론은 어록을 낳는다. 120여 분간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말들의 향연에서 통찰력 있는 발언이나 의미 있는 관점보다 의자의 위치, 가방의 좌표 등이 더 기억에 남곤 하는 현실은 안타깝지만 지난 16일 방송된 <제 18대 대선 후보자 합동 토론>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예능 프로그램의 제작진으로부터 “패배를 인정한다”는 반응을 이끌어낼 만큼 독창적인 캐릭터와 매력적인 유행어를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다.
특히 이 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21세기 커뮤니케이션史에 한 획을 그을 만한 미래창조형 화법을 선보였는데, 이는 과거의 흑역사를 묻어버리고 현재의 위기를 탈출함과 동시에 미래의 광영을 도모한다는 면에서 가히 선진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박 후보는 상대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반값 등록금을 이야기하는데, 그러면 지난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실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묻자 “제가 대통령이 됐으면 진작 했어요. 그러니까 제가 이번에 대통령이 되면 할 겁니다”라고 답한 데 이어, 설계수명이 완료된 원전을 가동하는 데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질문에 “그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만약 대통령이라면 확실히 할 겁니다” 라는 ‘기승전통’의 논리로 방어에 나섰다. 그리고 문 후보가 이명박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실패를 지적하며 “그동안 뭘 하셨습니까”라고 지적하자 박 후보는 “그래서 지금 제가 대통령 되려고 하는 거 아녜요?” 라고 반문하며 ‘한국인은 삼세번’의 전통을 계승하는 뚝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렇듯 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내가 아닌 남에게 찾되,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당당히 요구하여 쟁취하려는 태도는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나의소중한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남는 노하우다.
용례 [用例]
* 2013 대입 정시모집 진학상담 중
담임: 이 점수로는 도저히 갈 대학이 없다. 도대체 이렇게 공부 안 하고 뭐했니?
학생: 아 그러니까 제가 이번에 S대 가면 한다고요.
* 어느 잡지사의 일상
편집장: 이 따위로 자꾸 마감 늦을 거면 때려치워.
C기자: 그래서 제가 마감 때려치우고 편집장 되려는 거 아녜요?
* 2013년 신개념 취업 뽀개기
“너희들 내 말 잘 들어라. 실전 면접에서 중요한 것은 면접관이 묻는 말에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함으로써 나의 메리트를 어필하는 거다. 예를 들어 면접관이 ‘저희 분야 경력이 거의 없으시네요?’ 라고 태클 걸어도 당황하지 말고 말해라. ‘제가 정직원이 됐으면 진작 쌓았어요. 그러니까 제가 지금 입사하려는 거 아녜요?’ 그러면 면접관도 웃으면서 속으로 ‘오, 이 친구 순발력 있고 패기 있네’ 하고 가산점을 주기는 개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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