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미디어렙법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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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은 거죠.” 지난 22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방송광고판매대행사업 신규 허가 법인으로 SBS미디어크리에이트(이하 SBS미크)를 선정, 의결한 것을 두고 불교방송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허가로 최초의 민영 미디어렙이 된 SBS미크는 향후 3년간 SBS와 지역민방 및 불교방송, 원음방송, 경기방송, OBS의 광고판매를 맡는다. 이는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이하 KOBACO)의 지상파 방송광고 판매대행의 독점에 대해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린 이후 올해 2월 국회에서 통과되어 지난 5월 23일 발효된 ‘방송광고판매대행에 대한 법률(이하 미디어렙법)’의 후속 조치다. KBS, MBC, EBS는 KOBACO가 계속 방송광고판매를 대행하고 SBS는 독립적으로 광고영업을 하고 한다는 내용을 담은 미디어렙법은 특정 방송사에 대한 특혜 및 방송 생태계의 공공성 저해 등의 쟁점을 놓고 계속 논란이 되었다.

지역, 중소 방송사의 차별을 야기하는 민영 미디어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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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는 민영 미디어렙의 등장으로 방송광고판매시장의 위헌적 요소를 해소하고 본격적인 경쟁체제가 도입되어 시장의 효율성이 한층 제고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작년 말 여야가 ‘1공영 다(多)민영’ 체제를 기본으로 잠정 법안에 합의한 이후 줄곧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 온 언론노조와 시민사회의 생각은 다르다. SBS가 SBS미크의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 주주의 자회사나 다를 바 없이 운영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여전히 껴안은 이번 허가는 SBS를 위한 특혜이며 불교방송과 OBS 등 지역, 중소 방송사가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언론연대는 ‘SBS미크 허가 승인 유감이다’라는 논평을 통해 SBS미크가 지역민영방송사(이하 지역민방)과의 연계판매 협상 과정에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종속적 협상을 진행한 정황을 언급하며 방통위의 이번 허가가 요식행위에 가까운 행정절차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역민방은 노조를 중심으로 SBS가 광고판매를 무기삼아 자사의 편성권을 침해하고 지역민방 간의 충성경쟁을 유도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음을 지적하며 허가를 반대해왔다. 불교방송은 공영적 특성이 강한 자사를 민영 미디어렙인 SBS미크에 배치한 것은 법률적 근거가 없는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의 산물이며 기독교방송과 평화방송은 KOBACO에 배치된 것에 대해 종교편향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분할위탁으로 SBS미크에 70% 이상의 판매를 맡겨야 하는 OBS 역시 기준 없는 분할은 기형적임을 지적하며 온전히 KOBACO에 위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디어렙법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
도대체 미디어렙법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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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반발은 방송광고판매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개시될 당시부터 예견되었다. 거대 지상파 방송사와 중소 방송사의 경쟁력에 분명히 차이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경쟁체제를 가동하는 것은 방송의 공공성 저해와 미디어 생태계의 혼란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중소 방송사에 대한 비결합판매 지원, SBS와 지역민방간 체결한 광고합의서 준수, 방송사의 미디어렙 경영에 대한 부당한 간섭을 방지하기 위한 개선 계획 마련 등의 허가 조건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SBS미크가 기존 수준(과거 5년간 평균)으로 중소 방송사의 광고를 판매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지키지 않으면 소명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최대 5억 원의 과징금, 나아가 허가 취소까지 고려할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월 중 결합판매 고시 등 또 다른 후속 조치가 예정된 가운데 앞으로 미디어렙법을 둘러 싼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불교방송 관계자는 “국영기관인 KOBACO와 민영 기업인 SBS미크가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수익성에 있어 다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기준 수준을 보장한다는 규정만으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차단되지 않는다. 공영 미디어렙 지정에 전사적 차원에서 대응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규제기관으로서 방통위의 역할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상황이다. 사실 방송광고판매는 시청자인 시민이 체감하기 어려운 분야인 탓에 전문영역 혹은 일부 방송사 간의 이해관계 문제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미디어렙은 방송사의 보도 편성과 광고영업을 분리해 방송과 자본의 결탁을 방지하고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다. 독점 체제를 깨고 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명분만으로는 덮을 수 없는 문제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이번 SBS미크 허가 승인을 비롯해 향후 미디어렙법을 둘러 싼 논의 과정에 시청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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