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후에 봐요” 인터뷰가 끝나고, 태양이 인사를 남겼다. 2006, 2008, 2010, 2012. 빅뱅의 데뷔 이후 태양과 2년에 한 번씩 인터뷰를 하게 된 우연은 한 사람의 변화와 성장의 기록을 담은 필연이 되었다. 2006년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 과정을 공개한 아이돌 그룹의 멤버는 2008년에는 첫 솔로 활동과 함께 흑인음악계의 신성이 되었고, 2010년에는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이며 퍼포머로서 포만감을 느낄 만큼의 역량을 보여줬다. 그리고 2012년. 빅뱅은 새 앨범 < ALIVE >로 음원차트를 휩쓸었고, MTV EMA(MTV 유럽 뮤직어워드) ‘World wide act’를 수상했으며, 이제 문자 그대로 월드투어를 앞두고 있다. 만 6년 동안 18세의 소년은 24세의 청년이 됐고, 그가 속한 그룹은 최고의 성공과 최악의 위기를 지나 새로운 세계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20대의 한가운데. 그리고 아이돌 그룹으로서 정점을 찍고 다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어떤 순간. 빅뱅이 지금보다 더 큰 스타가 된다 해도, 이 순간 그들이 가진 아름다움은 재현할 수 없을 것이다. 가 바로 지금의 빅뱅을 5일동안 한 명씩 기록한다. 첫 순서는, 물론 태양이다. 2년 후에도 다시 만나길 기원하며.“알고보니 난 정말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었던 것” 국내 활동이 끝났다. 꼭 1년치를 3개월에 줄인 것처럼 많은 일을 했던 것 같은데, 어떤 기분인가.
태양: 바쁘다면 바빴지만, 개인적으로 새로운 시작 같아서 좋았다. 이렇게 쉬지 않고 활동하면 예전에는 힘들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는 바쁜 만큼 성과도 있었고, 힘든 시기에 앨범을 냈다는 점에서도 바빠서 힘들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앨범 자체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고.
말 그대로 이번 활동은 빅뱅의 새로운 시작 같았다. 대중적으로도 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도 반응이 온다. MTV EMA에서 상을 받고, 프로모션 없이 빌보드 앨범차트에도 올랐다.
태양: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일들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모습들은 예전에 그렸던 그림에 포함돼 있는 것들이었으니까.
이런 모습을 예상했다고?
태양: 얼마나 성공할지 생각했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마음가짐에 대한 얘기다. 많은 일을 겪고, 앨범을 준비하면서 많은 것들을 느꼈다. 내 멤버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고, 우리가 이런 마음과 자신감이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원래 활동할 때 나는 이런 것들을 할 것이라는 그림을 떠올리고 진행을 한다.
해외 뮤지션과 만나고 작업할 가능성이 열리는 것도 그림 중 일부였나. 빅뱅은 이제 언더독스나 디플로 같은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다.
태양: 예전에 우리가 동경하던 프로듀서들이 이제는 우리와 작업을 제의하는 것 자체가 기쁘고 놀라운 일이다. 다만 이런 일들은 항상 마음속에 그려왔다.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렇게 될 것 같다는 느낌도 있었고. 그런데 MTV EMA에서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를 만난 건 정말 많은 영감을 줬다. 그 때만 해도 퀸을 자주 듣거나 하는 건 아니었는데, 그 분을 만나고 나서 많이 듣게 됐다. 그러면서 퀸의 프레디 머큐리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 것 같다. 전혀 안 어울려 보이나? (웃음)
솔직히 그렇다. (웃음)
태양: 창법 같은 게 아니라 자유로운 태도라는 점에서 그렇다. 예전에는 음악 외에 딴 것들을 할 때 생각을 많이 하기도 했고, 보여주기 싫은 모습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 나는 굉장히 달라진 것 같다.
그런 변화가 대중에게도 드러난 것 같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춤을 추거나, 아이유와 어깨동무를 하는 태양의 모습은 일전에 볼 수 없는 모습들이었다.
태양: 사람들이 보기에는 지금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게 그냥 나다. 내가 연예인으로 완벽한 모습만 생각한다면 이러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알고보니 난 정말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선지 요즘 무대에서 정말 역동적인 것 같다. 전에는 굉장히 절제된 동작들을 보여줬는데. ‘Fantastic baby’에서는 정말 신나 보인다.
태양: 예전에는 무대에서 어떤 동작을 할 때 어떻게 불러야 숨이 안차게 들릴 거라는 계산을 치밀하게 했다. 나 스스로 그래야 하는 무대를 만들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무대 위에서 가장 좋은 에너지를 가지면 된다는 생각만 할 뿐이다. 전에는 무대에 오르기 전에 화장실에서 10분 동안 집중했었다. 정리해야 할 게 많았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스피커를 항상 갖고 다니면서 내가 요즘 빠져있는 음악들을 계속 듣는다. 내가 가진 생각 같은 걸 다 버리고, 본능만 남겨놓는 거다.
“결국 내 음악의 힘은 장르를 떠나서 그냥 에너지” 2년 전에 솔로 활동을 할 때는 음 하나의 디테일에도 굉장히 집중했다. 무대 위에서도 정밀한 구성을 보여줬고. 반대로 이번에는 즉흥성이 돋보인다.
태양: 그게 사실은 내가 가진 재능이었던 거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생각하는 방향에 나를 너무 맞췄던 것 같다. 굉장히 절제하면서 음악이나 무대의 완성도에 완벽을 추구했다. 그런데 음악이란 바다가 얼마나 넓은가. 어리석게도 그 안에서 완벽한 답을 찾으려고 했던 거다. 그런 걸 따지기엔 내가 아직 너무 어리다는 걸 알았다. 물론 그런 과정이 음악에 대한 깨달음을 주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원하는 모습을 찾아간 것 같다.
그런 계기가 있었나.
태양: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지난해 했던 여행이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 작년에 그냥 답답해서 아무 계획 없이 L.A를 갔는데, 그 때 테디 형과 함께 크리스 브라운의 스튜디오에 놀러갔다. 그 때 그들이 작업하는 환경을 보면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음악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대중성을 신경 쓰지 않나. 그런데 그들은 그런 고민 없이 놀면서 음악을 한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다보니까 한 앨범을 만드는데 100곡 정도 녹음을 해보더라. 우리는 들어봐서 별로일 거 같으면 아예 시작을 안 하는 데, 거긴 그냥 그런 노래까지 다 한다. 좋든 싫든 그 때 감정을 그대로 담아서 녹음을 하는 거다. 그걸 보면서 음악은 저렇게 하는 거구나 싶었다. 그동안 나는 음악을 좋아서 하면서도 기쁨보다는 고민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특히 지난 솔로 앨범이 특히 그러지 않았나. 방에서 문득 창밖에 내리는 눈을 보고 새롭게 작업했다고 했었는데, 그만큼 갑갑한 마음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양: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눈이 가려졌던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욕심도 컸고, 그런 걸 이겨낼 에너지도 없었다. 아이돌 그룹들이 5년쯤 되면 큰 고비를 겪는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걸 사건 사고로 겪은 것 같다. 우리 사이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으니까. 그러면서 힘든 것도 있었고, 나도 쉬지 않고 활동을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으면서 스스로 내 눈을 가린 것 같다. 보통 음악을 할 때나 일을 할 때 순간마다 어떤 것들을 할 거라는 그림을 그리고 진행을 했는데, 이번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 그림이 떠오르지 않았다.
남들의 시선에 대한 압박이 있었다는 말처럼 들린다.
태양: 맞다. 과도기였던 것 같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데, 내가 나를 그렇게 만든 것 같다. 지금은 그런 시선들로부터 해방됐고. 사실 작년에 솔로 앨범을 내려고 했는데, 결국 할 수 없었다. 멤버들이 힘든 상황에서 혼자 활동을 하는 것도, 내 마음도 내키지 않았으니까. 대신 여행을 다니면서 많은 걸 느끼게 된 것 같다. 그러면서 감정에 솔직해지기 시작했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갑자기 춤을 출 수 있게 된 것 같다. (웃음)
데뷔 시절에 굉장히 원초적인 느낌의 춤을 출 때도 있었는데, 그 때의 감을 다시 찾은 건가.
태양: 그렇다. 그게 내가 가진 탈렌트라는 것도 깨달았고. 결국 내 음악의 힘은 장르를 떠나서 그냥 에너지인 것 같다. 그 당시에 내가 음악을 대하는 에너지가 그대로 듣는 사람에게 전해진다. R&B건 뭐건, 그 사람이 가진 에너지가 그 음악의 전부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선지 요즘에는 녹음할 때 첫 번째 테이크가 가장 좋다. 녹음하다보면 기술적으로는 더 나은 곡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결국 고르게 되는 건 첫 번째 테이크다. 이번 앨범은 대부분 첫 테이크를 실었다.
첫 테이크라면 ‘Fantastic baby’의 보컬은 굉장히 놀랍다. 빠른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에 바탕을 둔 곡인데, 흑인 음악에서 보여주는 특유의 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곡의 다이내믹한 분위기에 정확히 섞인다.
태양: 어떤 음악을 어떻게 부르느냐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이제는 블랙 뮤직이건 다른 음악이건 내 색깔로 완전히 묻힐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 것 같다.
그러면 앞으로 부르고 싶은 스타일의 노래들이 정말 많겠다.
태양: 예를 들어 솔로 앨범에 대한 그림도 굉장히 폭이 넓다. 그동안 집착 아닌 집착처럼 솔로로는 반드시 흑인 음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태양은 저런 음악을 해야 한다는 시선 때문에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찾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음악을 다 흡수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전에는 정말 블랙뮤직만 들었는데, 이제는 더 많은 음악을 다양하게 듣게 된다.
“내가 있는 이 팀을 세계 최고로 만들고 싶다” 이젠 솔로 뮤지션으로서의 태양과 빅뱅 멤버인 태양의 구분이 의미가 없어진 건가.
태양: 정확히 느낀 거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늘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그러면서도 딜레마에 빠졌던 것 같다. 한 때는 빅뱅에서는 내가 해야할 몫이 있고, 100을 다 쏟는 내가 할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건 내 앨범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있는 곳이 어디든간에 내가 부를 수 있는 노래는 어디에서나 최고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앨범을 하면서 내가 있는 이 팀을 세계 최고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그런 딜레마는 무의미하다.
세계 최고? 빌보드 1위 같은 건 아닐 텐데.
태양: 물론 아니다. 나의 최고는 음악 안에서 누구보다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거다.
이제 시작하는 월드 투어가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태양: 기대가 많이 된다. 이번 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정말 주목을 많이 한다는 걸 느꼈다. 우리로서는 처음 경험하고 이룬 게 많은데, 우리나라에 이런 가수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정말 에너지를 다 쏟아내겠다. (웃음)
태양: 올해 계획이 쉬지 않는 거다. (웃음) 정말 지금까지 나이라는 걸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지금 스물넷이라는 내 나이가 가장 전성기일 수도 있다는 거. 그래서 나가 놀고 싶기도 하지만, 결국 그러지 않는다. 지금 내 안에서 뭔가 주체할 수 없는 끼가 막 일어나는 거 같은데, 그걸 노는 데 쓰면 무대에서 할 게 없을 거 같다. 그래서 늘 끼를 아껴둔다. 그래서 공백기가 되게 힘들기도 하고. 할 게 정말 없으니까. (웃음)
할 게 너무 많아서 신난 사람 같다. (웃음)
태양: 너무 좋다. 어떤 시간보다 이번 활동이 행복했다. 하고 싶었던 것도 많이 했고, 활동 방향도 좋았고. 공연만 해도 제대로 된 밴드 라이브를 구현하지 않았나. 이번에 밴드 세션을 맡은 외국인 연주자들은 우리의 곡을 미리 다 연습해서 들어보라고 했다. 완벽하게 다 연습을 해 온 거다. 그런 경험을 하니까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 같았다. 심지어는 들을 만큼 들은 예전 음악도 연주를 하는데 너무 좋아지더라.
그러면 지금 ‘나만 바라봐’를 밴드 연주로 불러보면 예전과 많이 다를까?
태양: 이런 말 하긴 부끄럽긴 한데, ‘나만 바라봐’는 이게 정말 내 노래인가 싶을 정도로 좋은 노래다. (웃음) 부를 때마다 참 좋은 노래구나 싶은데, 그 노래를 처음 불렀을 때는 내가 어렸다는 생각이 든다. 소화하기 조금 어렵기도 했고, 완전히 몰입하지 못한 거 같다. 지금 부르면 더 깊게 이해하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지금 시점에서 6년 전의 태양을 돌이켜보면 어떤가.
태양: 가끔 내가 내 모습을 보면 약간 좀 바보 같아 보이기도 한다. (웃음) 내 입으로 이렇게 말하기 그렇지만 (웃음) 그 때는 되게 순수했던 것 같다. 그게 보인다.
마지막 질문. 태양에게 지금의 빅뱅은 무엇인가.
태양: 빅뱅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항상 ‘빅뱅은 빅뱅이다’라고 말한다. 그게 맞는 것 같다. 수많은 비유를 해도 안 맞는 것 같다.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보건 우리는 그냥 우리다. 물론 예전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못 받고 인기가 없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하나도 두렵지 않다. 심지어 일이 생겨서 큰 무대에 못서게 돼도 괜찮다. 우리가 음악을 할 수 있는 건 다섯이 같이 있으면 즐겁고, 모두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래서 두려운 건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 더 자세한 이야기와 다양한 사진은 월간지 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글, 인터뷰. 강명석 기자 two@
인터뷰. 윤희성 nin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