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생각이 났어요. 이수영 씨의 빈자리를 세계로 뻗어나가는 걸 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수영 양이 채우고 있지만 어쩌다 문득 가슴을 후비는 이수영 씨의 그 애절한 음색이 그리워질 때가 있었습니다. 아니 필요했다는 말이 더 적절할는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저는 감정이 많이 실린 곡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살다보면 제 설움을 노래에 얹어 울고 싶어지는 순간이 한 번씩 찾아오더라고요. 요즘 노래들이 좋긴 해도 그렇게 한이 풀릴만한 노래가 어디 흔해야 말이죠. 그런데 가수로는 물론 DJ로도 통 이수영 씨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더군요. 몇 년 전엔 KBS 에서 주인공 황정민 씨를 짝사랑하는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잖아요? 첫 연기 도전치고는 나쁘지 않아서 이제 연기도 겸업을 하나보다 했더니 달랑 그 한 작품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결혼 소식도, 뒤를 이어 출산 소식도 들리는 통에 아이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아예 노래를 잊고 사나보다 했죠 뭐. 예전에 간간히 토크쇼며 MBC ‘게릴라 콘서트’를 비롯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얘기한 바에 의하면 가족에 대한, 특히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며 그리움이 남달랐던지라 아이를 위해 과감히 자신의 일을 접었으려니 했던 거예요. 그런가하면 이수영 씨의 노래가 워낙 슬픔이 배어있지 않으면 제 맛을 내기 어려운 곡이다 보니 지금의 행복한 나날이 오히려 음악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수영 씨를 보니 가 꼭 필요했더라구요 그런데 듣자니 노래를 부르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부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라면서요? 스스로 노래를 멀리 했던 게 아니라 무대 자체가 없었거나 있다 한들 노래가 그냥 흘러 지나가는 상황이었다죠? “집중해서 노래를 들어주는 관객들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 그게 가장 큰 매력이었고 모든 걸 포기해서라도 그것을 위해 도전하고 싶었다”는 걸 보면 제대로 귀 기울여주지 않는 분위기에서 노래를 불러야 했던 뼈아픈 경험도 꽤 있었던 모양입니다.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어요. 1999년 데뷔 앨범인 정규 1집 를 시작으로 2009년 9집 까지, 통산 3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린, ‘골든디스크상’ 대상에 빛나는 가수가 마땅히 노래를 부를 무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니. 이게 바로 우리 가요계의 현주소이고 MBC ‘나는 가수다’가 돌아와야 할 이유였지 싶어요. 물론 수영 씨가 이 무대에 도전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고요.
사실 시즌 1에 섭외되었다는 얘기가 들려왔을 때부터 기대를 했습니다. 이수영 씨가 나온다면 경쟁이라도 하듯 쏟아지는 고음 일색에 또 다른 색깔이 더해질 게 분명하니까요.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이었을까요? 오프닝 무대의 스스로 “전주만 흘러나와도 가슴이 벅차진다”는 노래 ‘휠릴리’, 그 첫 소절이 들리는데 제가 기억하고 있던 이수영 씨의 소리가 아닌 거예요. 맑다 못해 청아한 음성을 고대하고 있었건만 미세하나마 정체를 알 수 없는 탁한 잡음이 섞여 들려오니 당황스러울 밖에요. 3년이라는 공백,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소리가 변한 걸까, 잠깐 사이에 별의 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하지만 특별한 감성만은 여전해서, 아니 한층 더 깊이가 있어져서 이내 노래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노래하고 싶어서 나왔어요. 평가 받고 싶어서 나온 거 아니고요. 그냥 하던 대로 묵묵히 할 거니까요. 귀만 열어주시면 좋겠어요. 그 마음은 제가 열게요.” 이수영 씨의 말대로 마음의 빗장이 어느새 스르륵 풀린 겁니다.
긴장 덜 하시라고 손이라도 꼭 잡아드리고 싶네요 하지만, 제 마음의 빗장은 시를 읊는 듯 절절히 흐르는 감성에 의해 무장해제 됐지만 음정 따지고 발성 따지며 자로 잰 듯 정확한 가창력을 요구하는 이들에겐 지적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 싶어 걱정이 되더군요. 연습량이 지나쳐서 목이 상했다고는 해도 SBS 의 ‘K팝스타’ 심사위원들이 늘 하던 말이 있잖아요. 관리도 실력이라고요. 아마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면 이런저런 잔소리 깨나 들었을 겁니다. 그러나 1차 경연 결과 대중의 마음은 저와 일치했어요. 이수영 씨가 부른 ‘인연’이 당당히 1등을 차지했습니다. 심사위원의 시선으로 보고 듣는 이들에겐 호흡이 불안하다는 둥, 가사가 안 들린다는 둥, 단점이 가득한 무대였지만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듣는 이들에겐 감동 그 자체였으니까요. 시청자들이 진심을 보신 거죠.
세월이, 자식을 기르는 엄마의 마음이 더 진하고 깊은 감성을 보태준 것 같더군요. 이영현 씨가 설마 노래를 들을 줄 몰라서 눈물을 흘렸겠어요? 또한 다행인 건 거슬렸던 탁한 느낌조차 연이어 들으니 다소 익숙해졌다는 점일 거예요. 어쨌든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부디 긴장을 조금만 덜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미친 듯이 해보고 미친 듯이 떨어지더라도 후회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금 이수영 씨에게 필요한 건 미칠 듯 달려드는 노력이 아닌 쉼표가 아닐까요? 긴장 덜 하시라고 다가가 따뜻하니 손이라도 꼭 잡아드리고 싶네요.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이수영 씨를 보니 가 꼭 필요했더라구요 그런데 듣자니 노래를 부르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부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라면서요? 스스로 노래를 멀리 했던 게 아니라 무대 자체가 없었거나 있다 한들 노래가 그냥 흘러 지나가는 상황이었다죠? “집중해서 노래를 들어주는 관객들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 그게 가장 큰 매력이었고 모든 걸 포기해서라도 그것을 위해 도전하고 싶었다”는 걸 보면 제대로 귀 기울여주지 않는 분위기에서 노래를 불러야 했던 뼈아픈 경험도 꽤 있었던 모양입니다.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어요. 1999년 데뷔 앨범인 정규 1집 를 시작으로 2009년 9집 까지, 통산 3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린, ‘골든디스크상’ 대상에 빛나는 가수가 마땅히 노래를 부를 무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니. 이게 바로 우리 가요계의 현주소이고 MBC ‘나는 가수다’가 돌아와야 할 이유였지 싶어요. 물론 수영 씨가 이 무대에 도전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고요.
사실 시즌 1에 섭외되었다는 얘기가 들려왔을 때부터 기대를 했습니다. 이수영 씨가 나온다면 경쟁이라도 하듯 쏟아지는 고음 일색에 또 다른 색깔이 더해질 게 분명하니까요.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이었을까요? 오프닝 무대의 스스로 “전주만 흘러나와도 가슴이 벅차진다”는 노래 ‘휠릴리’, 그 첫 소절이 들리는데 제가 기억하고 있던 이수영 씨의 소리가 아닌 거예요. 맑다 못해 청아한 음성을 고대하고 있었건만 미세하나마 정체를 알 수 없는 탁한 잡음이 섞여 들려오니 당황스러울 밖에요. 3년이라는 공백,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소리가 변한 걸까, 잠깐 사이에 별의 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하지만 특별한 감성만은 여전해서, 아니 한층 더 깊이가 있어져서 이내 노래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노래하고 싶어서 나왔어요. 평가 받고 싶어서 나온 거 아니고요. 그냥 하던 대로 묵묵히 할 거니까요. 귀만 열어주시면 좋겠어요. 그 마음은 제가 열게요.” 이수영 씨의 말대로 마음의 빗장이 어느새 스르륵 풀린 겁니다.
긴장 덜 하시라고 손이라도 꼭 잡아드리고 싶네요 하지만, 제 마음의 빗장은 시를 읊는 듯 절절히 흐르는 감성에 의해 무장해제 됐지만 음정 따지고 발성 따지며 자로 잰 듯 정확한 가창력을 요구하는 이들에겐 지적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 싶어 걱정이 되더군요. 연습량이 지나쳐서 목이 상했다고는 해도 SBS 의 ‘K팝스타’ 심사위원들이 늘 하던 말이 있잖아요. 관리도 실력이라고요. 아마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면 이런저런 잔소리 깨나 들었을 겁니다. 그러나 1차 경연 결과 대중의 마음은 저와 일치했어요. 이수영 씨가 부른 ‘인연’이 당당히 1등을 차지했습니다. 심사위원의 시선으로 보고 듣는 이들에겐 호흡이 불안하다는 둥, 가사가 안 들린다는 둥, 단점이 가득한 무대였지만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듣는 이들에겐 감동 그 자체였으니까요. 시청자들이 진심을 보신 거죠.
세월이, 자식을 기르는 엄마의 마음이 더 진하고 깊은 감성을 보태준 것 같더군요. 이영현 씨가 설마 노래를 들을 줄 몰라서 눈물을 흘렸겠어요? 또한 다행인 건 거슬렸던 탁한 느낌조차 연이어 들으니 다소 익숙해졌다는 점일 거예요. 어쨌든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부디 긴장을 조금만 덜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미친 듯이 해보고 미친 듯이 떨어지더라도 후회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금 이수영 씨에게 필요한 건 미칠 듯 달려드는 노력이 아닌 쉼표가 아닐까요? 긴장 덜 하시라고 다가가 따뜻하니 손이라도 꼭 잡아드리고 싶네요.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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