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XTM 밤 11시
(이하 )는 남성이 ‘진정한 사랑’을 찾는 기회라기보다 “여자들의 눈빛 연기에 속지 마라!”라는 최종 메시지를 확인받을 수 있는 실험에 가깝다. 어차피 자신에게 반하지 않은 여성을 선택해 물세례를 맞아도 손해 보지 않는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지점은 결국 최종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의뢰인과 그의 친구들, 상금을 노리고 거짓말하는 여성들의 치열한 심리게임이다. “오늘 오빠만을 위해서 특별한 준비한 선물이에요. 제 진심을 알아주세요”와 같은 12명 여성들의 반복되는 구애는 그래서 결말이 정해진 드라마에 으레 등장하는 배경 정도로 건조하게 소비된다. 하지만 쇼로서의 은 정작 그 과정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14회를 맞은 은 마지막까지 심리게임의 수위도, 방법도 다양하지 못하고 공식처럼 전 회를 답습했다. 매력을 어필하는 1라운드에서 얼굴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의뢰인에게 거절당한 여성들은 꼭 무대 뒤에서 “완전 재수 없어요”와 같은 가시 박힌 말을 남기며 떠났고, 최종 라운드로 갈 수 있는 4명을 바꿀 수 있는 체인지 미션은 ‘잠들기 전 통화하기’와 같은 상황 극 주문으로 다른 회와 비슷했다. 의뢰인이 친구들과 본격적으로 최종 4인을 시험해볼 수 있는 ‘은밀한 데이트’ 코너 또한 전화 목록을 체크하거나 의심되는 사람에게 전화하고 갑자기 “남자 친구 있느냐”는 유도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에서 그친다. 가장 재밌어야 할 심리게임에서 전 회를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공식을 반복한다. 여성들의 속마음을 다양하게 시험하고 그에 따라 결말의 몰입을 높여야 했지만 정해진 만큼의 테스트만 보여준 프로그램은 긴장감이 가장 고조될 수 있는 순간을 활용하지 못했다. 사람만 달라졌을 뿐 같은 공식이 반복되는 심리게임. 재미는 물론 보는 이유도 찾기 어렵지 않을까.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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