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열두남자>, 종이인형에게 공감할 순 없다
, 종이인형에게 공감할 순 없다" /> 2회 tvN 밤 11시
는 무대와 인물들만 달라졌을 뿐, 지난해 방송됐던 tvN 와 상당히 유사하다. 오랫동안 만난 남자친구 진오(온주완)와 헤어지고 그와의 관계에서 갈팡질팡하는 주인공 미루(윤진서)나, 그에게 조언을 해주는 자유로운 영혼의 친구 탄야(고준희) 등 캐릭터의 기본 설정은 똑같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가 그랬던 것처럼, 이 작품 역시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삼십 대 미혼 여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식을 정확하게 따라간다. 미루는 자신을 “적당한 외모에 적당한 직업, 적당한 통장잔고”로 살아가는 사람이라 말하고, 탄야는 그런 미루에게 “넌 예뻐. 네가 자신을 가져도 될 정도로”라고 말한다. 즉, 는 좀 더 직설적으로 타깃 시청자들에게 소구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드라마가 캐릭터를 얄팍한 종이인형처럼 그려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루도 탄야도 이삼십 대 미혼 여성에 대한 일종의 편견 혹은 고정관념들로 빚어진 인물이다. 특히 미루의 경우 패션지 기자로 일하고 있지만, 걸핏하면 인터뷰에 늦는 등 잦은 실수를 반복해 동료에게 피해를 끼친다. ‘소피아의 별자리 에로틱 칼럼’을 대신 쓰게 된 것 역시 일에 대한 인물의 태도를 보여 주는 게 아니라, ‘일년에 열두남자’를 만나기 위한 알리바이로만 활용될 뿐이다. 진오와의 연애에서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지 못하자 선물로 준비한 명품시계를 기름에 튀겨버리기까지 한다. 인생을 한탄만 할 뿐 자기중심이 전혀 없는 이 캐릭터는, 이삼십 대 미혼 여성을 철없는 아이로 보는 비뚤어진 시선으로 그려진 것 같은 불편함을 준다. 미루를 “된장녀”라 질책하는 진오의 말이 곧 가 견지하는 시선인 것이다. 작품이 우습게 만들어버린 주인공을 응원하고 공감하며 지켜보기란, 시청자로써도 어려운 일이 아닐까.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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