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비 때문에 진창이 된 인천의 어느 공원에서 수만의 사람들은 단 하나의 외침을 기다리며 종아리 근육에 팽팽한 긴장을 불어넣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Are You Ready?’라는 극렬한 외침이 터져 나오자 그 모든 사람들 역시 함께 폭발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난 8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헤드라이너로 참여한 콘의 첫 곡 ‘Blind’의 풍경입니다. 콘, 그리고 헤비니스와 파워풀한 랩이 결합된 그들의 뉴 메탈이 메인스트림을 지배한 이후 사람들은 언제나 조나단 데이비스의 그 외침을 기다려왔습니다. 말하자면 준비됐나요, 라는 외침에 대해 단단히 준비가 되어있던 셈이지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콘의 셀프타이틀 데뷔 앨범과 역시 앨범의 첫 곡이던 ‘Blind’, 그리고 곡의 첫 가사였던 ‘Are You Ready?’라는 울부짖음이 충격적이었던 건, 당시 아무도 그것이 줄 충격에 대해 준비가 안 되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콘의 10집, 그리고 타이틀 넘버인 ‘Get Up’은 역대 곡 중 가장 데뷔 앨범으로부터 벗어나있지만, 기다리던 ‘그’ 음악이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그들의 데뷔를 떠올리게 합니다. 가장 인기 있는 덥스텝(90Hz이하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인 서브베이스로 베이스 라인을 짠 일렉트로닉 장르) 뮤지션 중 하나인 스크릴렉스가 피쳐링한 ‘Get Up’은 덥스텝 특유의 낮게 울리는 서브베이스 주파수가 웅웅거리며 콘의 묵직한 메탈 사운드에 혼선을 주고, 후반부에는 아예 곡 전체를 뭉개버립니다. Featuring이라기보다는 Versus라고 할까요. 린킨 파크와 람슈타인 등 댄서블한 하드코어 밴드들의 득세 속에서도 오직 극렬한 메탈 사운드를 토해내던 콘의 이런 모습에 실망할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어차피 콘의 팬들을 만족시킬 순 없다. 어떤 팬들은 아직도 1994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으니까”라는 조나단의 말은 건강한 자부심으로 느껴집니다. 요컨대, 1994년 그 때처럼 우리는 그들의 외침을 들을 준비가 미처 되어있지 않습니다. 미처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들을 수 없게 만드는 것, ‘뉴’ 메탈을 하나의 장르로 만들었던 그들이 지켜야할 유일한 초심이란 이런 게 아닐까요. 그리고 음악의 즐거움이란 이런 당혹의 순간에 있는 게 아닐까요.

글. 위당숙 기자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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