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연인>, 판타지 가족극의 한계
, 판타지 가족극의 한계" /> 6회 MBC 월-금 저녁 8시 15분
의 시청 재미 중 하나는 같은 방송사의 주말극 과 비교해서 보는 것이다. 둘은 여러 면에서 유사점을 지닌다. 가족극의 영역에서 대하서사를 쓰고픈 중견작가들의 욕망이 작품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 그래서 재벌 권력층 일가를 배경으로 정재계를 아우르는 장대한 스케일의 묘사를 보여준다는 점이 그렇다. 평범한 소시민층의 일상을 배경으로 하며 계급 갈등을 불러오는 결혼 스캔들의 ‘최종 보스’가 기껏해야 준 재벌급에 머물던 기존의 일일, 주말드라마와 달리 두 작품은 가족을 통해 한국 사회의 모든 이야기를 다루겠다는 작가의 욕망이 가족극의 스케일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그 스케일을 받치고 있는 수많은 인물들의 개별 드라마가 무게감을 지니고 있고 그들이 맺어가는 촘촘한 인물 관계가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구성, 작가의 특징이 드러나는 고전적이고 연극적인 대사를 사용한다는 점들 또한 유사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의 김태진(이순재) 일가가 해체 직전의 ‘콩가루 집안’이라면, 의 주인공은 태진 일가와 유사한 유대권 회장(정보석)가가 아니라 전통적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민 회장(김민자) 일가라는 것이다. 하지만 두 작품은 결정적인 한계에서 다시 유사점을 가진다. 가족극을 지향하지만 정작 오늘의 가족을 보여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대하서사급 세속적 욕망을 지닌 인물들 사이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가족들의 소소한 욕망은 이입의 틈을 전혀 발견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남은 일은 그저 거리를 두고 판타지 가족극으로 즐기는 방법뿐일 게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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