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털기정조시대를 배경으로 한 KBS 드라마 에는 시대적인 리얼리티를 위해 현대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고어, 한자어가 다수 등장한다. 그런 점에서 언어영역 모의고사 관동별곡 관련 문제를 푸는 심정으로 드라마 시청에 집중하는 시청자들에게 ‘한입털기’는 듣는 순간 직해가 가능한, 여간 반가운 표현이 아닐 수 없다. 한 입에 술을 털어 넣는다는 의미의 ‘한입털기’는 현대의 ‘원샷’에 해당하는 것으로, 현대의 ‘폭탄주’에 다름 아닌 ‘혼돈주’라 할지라도 첫 잔은 무조건 한입털기가 불가피한 것이 성균관 동기생 단합대회의 원칙이다. 이를 거부할 시에는 성균관 출재와 청금록 영삭을 면치 못한다는 것이 중년 유생 안도현의 주장이기도 하다. 한입털기는 섭취자의 호기로움과 속도에 가름하여 대통, 통, 불통으로 평가 받으며 동석자는 평점이 발표될 때마다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등의 추임새를 넣어 술자리의 흥을 돋운다.
1. 쉬지 않고 한 번에 알코올을 섭취하는 행위
2. 채워줄게 가득히 원 샷- 잔을 위로 컴온 머리위로 컴온- 건배 투 마 금상 요! 조선시대 컴온
그러나 한입털기는 과음의 싹이요, 폭음의 출발인지라 결국 ‘옹헤야’를 합창하는 만취의 상태를 야기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상대방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예고 없이 구토를 하며, 단정한 옷차림은 예의 시작이라는 소학의 가르침을 배반하는 등 다양한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학업에 정진하는 대신 계속해서 한입털기에 매진한다면 다른 사람의 숙소에서 잠들거나, 다른 사람의 술값을 계산하거나, 다른 사람이 되는 망상에 시달리는 등 알코올 중독의 증상에 이를 수 있으니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가장 늦게 술자리에 온 녀석이 가장 심하게 취하다니, 성균관에 계집이 하나 숨어들었다 하더니 바로 이선준 네 녀석이로구나!
용례[用例]* 주어진 음식은 언제나 맛있게 한입털기! 얼씨구
* 열도의 남성들을 나의 기품으로 한입털기!! 절씨구
* 이젠 팝시장의 중심인 USA도 간단히 한입털기!!! 지화자라아라라라아라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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