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이병훈 사극의 자기복제
, 이병훈 사극의 자기복제" /> 47회 MBC 월-화 밤 9시 55분
시즌 3의 부제는 ‘금이’다. 검계 사건에 휘말린 동이(한효주)가 사가로 내쳐지며 암울함의 절정에 달했던 스토리가 훗날 영조가 될 금이(이형석)의 깜찍한 등장과 활약으로 초반 상승세의 일등공신이던 밝고 코믹한 분위기를 되찾은 것이다. 특히 금이와 숙종(지진희)의 명랑 부자 에피소드는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았던 ‘깨방정 숙종’의 부활과 함께 궁중 시트콤 로의 복귀를 알렸다. 그리고 마침내 동이와 금이 모자가 각각 숙의와 연잉군으로 책봉되며 화려하게 환궁한 47회는 이병훈 사극의 인기 요인들이 종합선물세트처럼 완비된 방송이었다. 요컨대 는 KBS 가 잘 활용한 것처럼, 결국엔 정의로운 주인공이 승리하는 성공스토리에서 주인공의 천재성과 긍정의 힘을 핵심으로 삼는 이병훈 사극의 필승 공식이 여전히 유효함을 잘 보여준다. 궁궐의 가장 낮은 곳에서도 숨길 수 없었던 천부적 재능으로 결국 숙종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동이처럼 금이 역시 감출 수 없는 영특함으로 아비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또한 연출은 늘 그러했듯이 그 천재성을 더 드라마틱하게 부각시키기 위해 악인의 음모를 역이용하여 깜짝 반전의 묘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동시에 시즌 3는 이병훈 사극의 자기복제가 이제는 기존 작품들 간의 유사한 포맷을 넘어 같은 드라마 내에서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증명하기도 한다. 신분을 감춘 숙종과 금이의 코믹한 만남은 위계만 뒤바꿨을 뿐 초반부 숙종과 동이가 선보였던 로맨틱 코미디의 재연이고, ‘슈퍼 금이’는 ‘슈퍼 동이’의 재림이며, 궁중 암투는 여전히 탕약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제 곧 인현왕후(박하선)와 장희빈(이소연)의 죽음이라는 커다란 사건을 앞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 이야기가 크게 궁금하지 않은 건 그 때문이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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