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수 감독 “멋지기보다는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이장수 감독 “멋지기보다는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전쟁은 멜로처럼. 멜로는 전쟁처럼.” MBC 의 방송을 하루 앞둔 22일 오후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기자시사회에서 이장수 감독은 드라마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정의했다. 이날 공개된 1, 2회에는 이 감독의 언급처럼 멜로와 전쟁신을 적절하게 배합한 장면들이 드라마를 관통한다. 주인공 장우(소지섭)와 수연(김하늘)의 애틋한 감정은 유년시절 두 사람의 관계설정에서부터 6.25 전쟁 전, 수연의 의대진학비용 마련을 위해 빨치산 토벌을 위해 마을을 떠나는 장우와 수연의 이별장면까지 절절하게 묘사한다. 38선을 넘어 남한으로 탱크를 밀고 내려오는 오는 인민군의 진격장면은 이 전쟁물로써 드라마의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부분. 겁에 질린 국군들의 모습과 인민군의 서울 진격을 막기 위한 국군 장교 태호(윤계상)의 폭발물 설치 장면은 긴 시간을 두고 그려져, 꼼꼼한 구성의 힘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간혹 등장하는 포격 장면에서는 눈에 띌 정도로 CG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날 시사가 끝난 뒤 의 이장수 감독과 한지훈 작가가 기자들과 가진 질의응답 내용을 요약했다.
후반 작업에 손이 많이 간 것 같다. CG는 어느 정도 쓴 건가.
이장수 감독 : 두 가지 차원에서 CG를 하고 있다. 촬영을 하다 보면 아무리 한적한 곳을 가도 현대적인 건물이나 시설이 존재하고 있다. 그런 것들을 제거하는 CG가 50% 이상이 된다. 그 외에는 효과를 노리는 CG 작업인데, 너무 멋있게 보여서 CG를 한 것처럼 보이는 것을 지양하려고 했다. 편안하고 리얼하게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일부 전투 장면도 멋있게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런 게 더 반감을 살 것이란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자라던 마을, 소중한 추억이 담긴 나무 등에 폭탄이 떨어지는 식으로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향에서 합을 맞췄다.

“드라마보다는 필름의 느낌이 많이 날 것”
이장수 감독 “멋지기보다는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이장수 감독 “멋지기보다는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전쟁 장면 촬영을 위해 KBS 드라마 에서는 레드원 카메라를 썼다. 에서 사용하는 카메라는 어떤 것인가.
이장수 감독 : 900R이라는 일반 영화와 드라마를 겸해서 쓰는 카메라를 썼다. 드라마보다는 영화 메커니즘에 가까운 것으로 TV보다는 필름 느낌이 많이 난다.

1부는 드라마, 2부는 블록버스터 느낌이다. 전쟁 60년에 6.25라는 메시지 강한 계기를 드라마로 어떻게 살려내느냐가 관심사인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풀어냈나.
이장수 감독 : 3년 전에 기획할 때는 미국 드라마 의 느낌으로 해보려고 생각했다. 그러나 20부로 늘어나면서 그런 단막적인 포메이션 보다 연속적인 포메이션을 가지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전쟁과 멜로가 절충된 드라마라고 보면 된다. 배우들에게 멜로를 전쟁처럼, 전쟁을 멜로처럼 연기하라고 말했다. 드라마의 회가 거듭될수록 중대원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가족 간의 이야기도 첨가된다. 6.25 전쟁 60주년을 겨냥해서 만든 것은 아니었고, 전쟁을 둘러싼 세 남녀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봐주면 좋겠다.

대본을 집필할 때 염두에 둔 점이 있다면.
한지훈 작가 : 할리우드 전쟁 영화와 비교 당할 수밖에 없는 태생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걸 떠나서 6.25 전쟁 특수성을 생각해봐야 한다. 미국에서 2차 대전 소재로 한 전쟁물은 결코 우리가 만드는 드라마와 같이 갈 수 없는 성격이다. 2차 대전은 승리한 전쟁이었고, 미국민들은 전쟁에 대한 향수가 있다. 그래서 쿨 한 접근이 가능하지만, 한국전을 다루는 드라마는 그렇게 다룰 수 없다. 총부리를 겨누는 사람이 자신이 알고 있던 동창이고 친구이고, 폭탄 터지는 곳이 자신이 공부했던 학교이고 생활한 마을이다. 전쟁이 어떤 형태로든 개개인에게 영향을 미친다. 1, 2부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중대장을 비롯한 각 부대원의 이야기도 앞으로 펼쳐진다. 오늘은 빙산의 일각만 본 것이다. 각 캐릭터에 대한 배려가 있었고, 그런 이야기를 통해서 6.25 전쟁의 의미를 드러내려고 했다.

20부작으로 늘어나면서 멜로와 전쟁의 비율은 어떻게 맞췄나.
이장수 감독 : 전투신은 짧은 지문인데 찍다 보면 길어질 수가 있다. 그건 멜로를 찍을 때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전쟁과 드라마 장면을 5대 5의 비율로 가져가려고 노력했는데, 대략 6대 4 정도로 배열됐다. 전쟁 신은 구역질이 날 정도로 많이 찍었지만, 원칙적으로 10분 이상 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사람들이 이걸 시끄러운 드라마로 인식하느냐, 저 너머로 오는 탱크가 나한테 오는 것처럼 느낌을 주느냐. 그런 게 우리의 숙제다.

“전쟁의 기본은 생존을 위해서”
이장수 감독 “멋지기보다는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이장수 감독 “멋지기보다는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은 12세 관람가다. 폭력적인 장면은 어떻게 처리하려고 했나.
이장수 감독 : 우리가 유념한 건 피의 색깔이었다. 이 부분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 일단 색깔을 더 검게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피했다. 손이 잘라지는 장면처럼 잔혹한 장면은 최대한 자제했다. 이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 드라마니까 잔인하다는 의견도 있을 수도 있다. 성인들은 잔인하게 들어가고 싶은 욕구도 있겠지만, TV라서 피해 가는 부분이 있다.

감독과 작가가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생긴 6.25에 대한 단상이 있을 것 같은데.
이장수 감독 : 전쟁은 이 땅에서 일어나면 안 된다. 확실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이 드라마를 통해서 다시 한 번 확인 하게 됐다. 사랑과 우정 그 모든 표현이 이 모든 것이 일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 드라마에 담겨 있다.
한지훈 작가 : 과연 우리가 전쟁이 나면 총을 들고 나가서 싸울 것인가. 60년 전에 이 사람들은 뭐를 위해서 싸웠을까.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대의명분도 있었겠지만, 사실은 소박한 이유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드라마에서처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움직였다든지.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포장을 한다 해도 전쟁의 기본은 생존을 위해서다. 그게 표현이 잘 됐으면 한다.

사진제공. MBC

글. 원성윤 twelve@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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