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 월드컵 SBS 해설위원에 차범근 전 수원 삼성 감독이 발탁됐다. 차범근 전 감독은 지난달 30일, 수원 삼성의 감독직을 사임하면서 월드컵 해설위원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지난 월드컵에서 MBC와의 인연을 생각해 SBS 해설위원으로 나서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지만 SBS에서 오랫동안 공을 들인 덕분인지, 차 감독은 예상을 깨고 SBS 해설위원직을 수락했다. 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차범근 감독은 “힘들고 어려웠다. MBC에도 상당히 미안하고, SBS 측에도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토로했다.
차 감독은 한국전 조별 예선리그 3경기와 북한전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경기의 해설을 맡게 된다. 조별 예선 리그 기준으로는 5~6개 경기의 해설이 예정돼 있지만, 이동거리 등 현지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이 예선리그를 통과해 16강에 진출하면 이후의 모든 한국전과 주요 관심 경기도 추가로 해설할 예정이다. 아래는 배성재 SBS 아나운서와 호흡을 맞추게 될 차 감독과 일문일답이다.
어떻게 SBS 해설위원으로 나서게 됐나.
차범근 : 참 힘들고 어려웠다. 내 해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우리 축구를 위해서 봉사하는 것도 보람이 있겠다 생각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좀 더 일찍 결정을 하고 준비를 했어야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MBC에도 상당히 미안하고, SBS 측에도 미안하게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서 좋은 해설을 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다.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하겠다.
“감독에 대한 평가는 결국 결과로 말한다” 수원 재임 시절에는 대표팀에 대한 이야기를 자제해 왔다. 이제는 해설위원인 만큼 허정무 감 전술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 따끔히 지적할 때에는 해야 할 입장이다.
차범근 : 감독을 하는 입장에서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부담된다. 그러나 이제 해설자로서 해야 될 부분이 있을 줄로 안다. 지금 우리 대표팀의 경기가 며칠 남지 않았는데, 선수들의 컨디션이나 사기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마지막 평가전인 6월 3일 스페인전 경기를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느꼈다. 우리가 국가대표를 할 때 스페인과 경기를 한다면 굉장히 긴장하고 경직됐을 것이다. 그러나 전혀 그런 기색 없이 아주 대등하고, 좋은 플레이를 하는 것은 보고 시대적으로도 많이 바뀌었고, 대한민국 축구가 발전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감독에 대한 평가는 결국 결과로 말한다. 내가 볼 때는 감독이 구상했던 것에 차질 없이 잘 진행이 되지 않았나하고 생각한다.
고지대 경기가 우리 선수들에게 미칠 영향은.
차범근 : 선수 시절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 고지대에서 뛰었던 경험이 있다. 한번 뛰고 나면 확실히 회복이 더뎠다. 집중력도 떨어지고 몸의 기운들이 저하되는 것을 느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르헨티나와의 경기가 1750m 고지에서 하게 되고 나머지 두 경기는 평지인데 너무 준비하는 기간이 길면 오히려 그것도 안 좋을 수 있다고 본다. 고지대에서 두 경기 하고 평지에서 한 경기 하면 그런 생각 안 가졌을 텐데 너무 위쪽에다 초점이 맞춰지는 거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은 있다.
한국이 16강에 올라가기를 많은 사람이 기원하고 있다. 솔직하게 차범근 해설위원이 볼 때 가능성은 얼마 정도인가.
차범근 : 모든 사람이 궁금해하고, 한국 사람이라면 16강을 염원한다. 객관적으로 못 올라갈 이유가 없다고 본다. 물론 선수들만 잘해서 되는 문제는 아니다. 다른 부수적인 부분들도 따라주면 우리 대표팀이 16강에 올라갈 수 있는 능력과 실력은 충분히 된다고 생각한다. 단지 우리 시대에 겪었던 것처럼 큰 경기에서 중압감을 벗어나지 못하면 차질이 생기겠지만, 정상적으로 그리스나 나이지리아를 상대하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두 팀의 경우 내부적인 상태나 선수들의 조직력이나 팀의 조직력을 봤을 때 우리가 충분히 좋은 싸움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축구교실 후속사업으로 운동장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다” 수원 삼성 감독직에서 물러날 때 해설위원 안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차범근 : 맞다. 감독을 그만두면서 해설위원을 안 한다고 밝혔다. 그때는 감독도 해설도 할 수 없다고 생각을 했다. 사실 해설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와 에너지가 필요한데 당시 나의 상태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못한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SBS 측에서도 여러 통로를 통해서 제안을 해왔고, 많은 분이 부족하지만 나의 해설을 듣기를 희망했다. 최근 일주일 사이 혼란스러웠고,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했다. 해설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나로서는 축구하는 사람으로 세계적인 대축제인 월드컵에서 그런 역할을 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한 사항이라고 했다. 그렇게 판단을 해서 며칠 전에 구두로 한국전 세 경기와 결승전 경기의 해설은 고려해 보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번 대회와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두 대회 맡는 조건으로 10억 원을 받는다는 소문도 있는데.
차범근 : 감독할 때도 돈을 좀 받았고, MBC 해설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중계는 SBS가 단독으로 2014년까지 하게 돼 있다. 내가 만약 해설을 한다면 2014년 브라질 해설을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브라질은 잘 아는 대로 세계 최강이고 많은 인프라를 가지고 있고, 보고 배울 게 많은 나라이다. 그런 기회를 SBS가 요청한다면 나는 기꺼이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난 월드컵 때 MBC에서도 많은 돈을 줬고, 해설을 하면서 얻어지는 수입은 내가 평생 준비하는 것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월드컵에 MBC가 지불한 돈으로 축구교실 훈련센터를 장만했다. 돈이 없어서 일이 진척이 잘 안됐는데, 이번에 SBS가 많은 돈을 준다면 축구교실 후속사업으로 운동장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다. SBS가 가능한 한 많은 돈을 줬으면 좋겠다. (웃음)
차두리 선수에 대한 이번 활약상은 어떻게 평가하나.
차범근 : 가장 어려운 질문을 하니까 땀이 더 나는 거 같다. (웃음) 2002년 우리 아들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히딩크라는 감독이 어느 날 차두리라는 대학생을 대표팀으로 발탁해서 아빠인 나의 대를 이어 월드컵에 참여하는 영광을 얻게 됐다. 대단한 영광이다. 내가 아들을 원했고, 축구를 하는 것을 원했고,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선수가 되는 것을 희망했다. 2002년 월드컵을 치르고 난 보너스로 또 병역(면제)의 혜택을 입고 뜻하지 않게 4주 동안 기본 교육만 받았다. 2~3년을 앞당겨서 해외 진출의 기회를 얻었고, 본인이 태어나고 아버지가 활약한 독일에서 축구를 하게 돼서 자랑스럽고 기특했다. 2006년 월드컵, 엔트리에 탈락했지만, 아버지와 해설을 할 기회를 가지게 됐다. 우리 부자가 해설을 통해서 기쁨을 줄 수 있게 돼서 또 큰 행복이었다. 이번에도 조마조마하게 최종엔트리 날을 기다렸는데 우리 아들이 대표팀에 합류하게 돼서 아버지로서 정말 기뻤다. 우리 아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축구 실력을 맘껏 발휘해서 한국 축구가 16강을 가는 데 역할을 한다면 그것보다 더 큰 보람이 어디 있겠나. 대표팀에서 자기 역할을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저돌적인 플레이를 보여준 덕분에 ‘차미네이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아들이 골을 넣었으면 하는 욕심은 없나.
차범근 : 누구라도 자기 자식이 월드컵에 나가서 골을 넣는 것을 보고 싶지 않겠나. 수비라고 골을 넣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자리가 수비니까 크게 바라지는 않는다. 골을 넣으려고 나가려다 뒤가 문제가 될까 봐 골을 넣으라고 하진 못하겠다. (웃음)
같은 조의 그리스 오토 레하겔 감독과 축구하던 시절 인연이 있는 걸로 안다.
차범근 : 이번 월드컵에는 친분이 있는 감독이 좀 있다. 오토 레하겔 감독은 아버지뻘 되는 감독이다. 분데스리가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면 느낌은 가족 같아도 막상 같이 지내기가 힘든데, 오토 레하겔 감독과는 종종 부딪히고 만났다. (차)두리가 독일에서 제일 먼저 갔던 팀이 빌리베르트인데, 이들을 만나러 간 곳에서 같은 호텔에서 오토 레하겔 감독과 함께 묵었다. 운동장을 가는데, 우리가 가는 차편에 본인이 같이 가기를 원해서 함께 가서 관전했다. 정이 많고 두리를 예뻐했던 감독이다. 개인적으로 보면 반갑고 아마 나를 잘 알기 때문에 나를 보면서 우리 한국팀을 보지 않을까 싶다.
“해설자의 입장으로 감독, 선수에게 용기와 힘을 넣어주겠다” 예선 상대에 대한 평가를 해 달라. 먼저 그리스.
차범근 : 1차전을 해야 되는 그리스는 190cm가 넘는 장신이 많다. 반면에 장신들이다 보니 민첩한 행동들이 부족하다. 내가 보기에 그리스는 수비에 있어 우리보다 훨씬 더 견고하고 무게감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수비를 두텁게 하면서 상대가 공격을 많이 해올 때 빠르게 역습해 골을 얻는 게 장점이자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돈된 수비를 공략하는 데 있어서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우리가 수비를 좀 더 견고하게 하면 우리에게 많은 공간이 얻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스는 대단한 위력의 세트피스를 가지고 있고, 어떤 상대를 만나도 골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팀이다. 이 부분을 우리가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다른 것을 잘해도 이런 부분에서 그르칠 수 있다.
나이지리아는 어떤가.
차범근 : 아프리카 팀들이 대체로 어수선하다. 최근에 나이지리아는 감독도 바뀌었다. 감독 시절 토고와의 경기 전날 토고 팀을 도와주는 선수 매니저와 캠프를 들어간 적이 있다. 이방인이 전쟁을 준비하는 지역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자체는 결코 좋은 게 아니다. 내가 들어갔다는 건 허점이 있다는 거다. 보도에도 나왔듯이 나이지리아 내부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마지막 경기를 봤는데 기술도 좋고 패스에 의한 공격 모두 다 좋은데 조직력 면에 있어서는 많은 허점이 있다는 걸 느꼈다. 우리 선수들이 잘 뛰기 때문에 이런 기동력을 통해서 승부를 걸면 넘을 수 있는 벽이라고 생각한다.
아르헨티나는 어떤가.
차범근 : 아르헨티나는 워낙 베일에 싸여 있다. 경기도 잘 안 하고. 한 선수 한 선수가 대단해 수비를 한순간에 허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기대를 걸어볼 것은 지난 스페인 경기처럼 우리가 조직적으로 선 수비, 후 공격으로 90분을 줄기차게 소화한다면 의외로 고지대에서 펼쳐지는 경기에서 좋은 결과도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대회 기간 동안 허정무 감독에게 조언할 의사가 있는지.
차범근 : 이번에 남아공에 가게 되면, 아마 몇 번은 대표팀 감독을 만나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떤 이야기 한다기보다는 대표팀을 이해하고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을 시청자들에게 잘 설명하기 위해서 감독의 생각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감독에게 어떤 것을 조언하는 것은 나로서는 위험스럽다. 내가 아니라도 너무나 많은 사람이 말을 하기 때문에 감독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나는 해설하는 사람으로 감독이나 선수들에게 용기와 힘을 넣어줄 수 있는 역할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전에는 해설하면서 대표팀 감독을 만나 본 일이 없다. 감독을 하는 입장에서 많은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나까지 짐을 지어주는 것 같아서 가질 않았다.
월드컵에 뛴 경기 중에 기억에 남는 경기를 꼽자면.
차범근 :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 두 번째 불가리아와의 경기가 여운에 많이 남는다. 내가 1978년도 독일로 떠난 이후 함께 경기를 해보지 못하다가, 1986년 월드컵 때 오랜만에 함께 경기를 하게 됐다. 나는 8년 정도를 유럽에서 활동했고, 한국 선수들은 아시아에서 활동했다. 나는 유럽에서 하던 대로 어떤 움직임을 하면 어려움 없이 공이 전달되던 유럽과는 달리, 그날 계속 엇박자가 나서 내가 오프사이드를 굉장히 많은 한 것으로 기억한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라고 생각돼서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나라의 16강 진출을 위해 한마디 해 달라.
차범근 : 한국에서 2002년 붉은 악마는 대단했다. 온 나라가 빨간색으로 물든 그런 장면은 내가 죽을 때까지, 월드컵을 통해서 그런 장면을 볼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까 선수단만 잘해서 안 된다는 것에 응원도 포함된다. 그 정도는 아니라도, 남아공에 가서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는 일들은 분명 우리 선수들에게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에 남아공에 가시는 많은 분이 정말 신바람 나게 2002년을 연상하면서 힘과 기를 좀 불어 넣어 주십사하고 부탁한다. TV를 시청하는 시청자들도 우리 선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한다. 대표팀이 이런 힘을 얻고 16강 진출로 국민의 성원에 보답을 했으면 좋겠다.
사진제공. SBS
글. 원성윤 twelve@
차 감독은 한국전 조별 예선리그 3경기와 북한전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경기의 해설을 맡게 된다. 조별 예선 리그 기준으로는 5~6개 경기의 해설이 예정돼 있지만, 이동거리 등 현지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이 예선리그를 통과해 16강에 진출하면 이후의 모든 한국전과 주요 관심 경기도 추가로 해설할 예정이다. 아래는 배성재 SBS 아나운서와 호흡을 맞추게 될 차 감독과 일문일답이다.
어떻게 SBS 해설위원으로 나서게 됐나.
차범근 : 참 힘들고 어려웠다. 내 해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우리 축구를 위해서 봉사하는 것도 보람이 있겠다 생각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좀 더 일찍 결정을 하고 준비를 했어야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MBC에도 상당히 미안하고, SBS 측에도 미안하게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서 좋은 해설을 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다.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하겠다.
“감독에 대한 평가는 결국 결과로 말한다” 수원 재임 시절에는 대표팀에 대한 이야기를 자제해 왔다. 이제는 해설위원인 만큼 허정무 감 전술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 따끔히 지적할 때에는 해야 할 입장이다.
차범근 : 감독을 하는 입장에서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부담된다. 그러나 이제 해설자로서 해야 될 부분이 있을 줄로 안다. 지금 우리 대표팀의 경기가 며칠 남지 않았는데, 선수들의 컨디션이나 사기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마지막 평가전인 6월 3일 스페인전 경기를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느꼈다. 우리가 국가대표를 할 때 스페인과 경기를 한다면 굉장히 긴장하고 경직됐을 것이다. 그러나 전혀 그런 기색 없이 아주 대등하고, 좋은 플레이를 하는 것은 보고 시대적으로도 많이 바뀌었고, 대한민국 축구가 발전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감독에 대한 평가는 결국 결과로 말한다. 내가 볼 때는 감독이 구상했던 것에 차질 없이 잘 진행이 되지 않았나하고 생각한다.
고지대 경기가 우리 선수들에게 미칠 영향은.
차범근 : 선수 시절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 고지대에서 뛰었던 경험이 있다. 한번 뛰고 나면 확실히 회복이 더뎠다. 집중력도 떨어지고 몸의 기운들이 저하되는 것을 느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르헨티나와의 경기가 1750m 고지에서 하게 되고 나머지 두 경기는 평지인데 너무 준비하는 기간이 길면 오히려 그것도 안 좋을 수 있다고 본다. 고지대에서 두 경기 하고 평지에서 한 경기 하면 그런 생각 안 가졌을 텐데 너무 위쪽에다 초점이 맞춰지는 거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은 있다.
한국이 16강에 올라가기를 많은 사람이 기원하고 있다. 솔직하게 차범근 해설위원이 볼 때 가능성은 얼마 정도인가.
차범근 : 모든 사람이 궁금해하고, 한국 사람이라면 16강을 염원한다. 객관적으로 못 올라갈 이유가 없다고 본다. 물론 선수들만 잘해서 되는 문제는 아니다. 다른 부수적인 부분들도 따라주면 우리 대표팀이 16강에 올라갈 수 있는 능력과 실력은 충분히 된다고 생각한다. 단지 우리 시대에 겪었던 것처럼 큰 경기에서 중압감을 벗어나지 못하면 차질이 생기겠지만, 정상적으로 그리스나 나이지리아를 상대하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두 팀의 경우 내부적인 상태나 선수들의 조직력이나 팀의 조직력을 봤을 때 우리가 충분히 좋은 싸움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축구교실 후속사업으로 운동장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다” 수원 삼성 감독직에서 물러날 때 해설위원 안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차범근 : 맞다. 감독을 그만두면서 해설위원을 안 한다고 밝혔다. 그때는 감독도 해설도 할 수 없다고 생각을 했다. 사실 해설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와 에너지가 필요한데 당시 나의 상태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못한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SBS 측에서도 여러 통로를 통해서 제안을 해왔고, 많은 분이 부족하지만 나의 해설을 듣기를 희망했다. 최근 일주일 사이 혼란스러웠고,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했다. 해설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나로서는 축구하는 사람으로 세계적인 대축제인 월드컵에서 그런 역할을 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한 사항이라고 했다. 그렇게 판단을 해서 며칠 전에 구두로 한국전 세 경기와 결승전 경기의 해설은 고려해 보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번 대회와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두 대회 맡는 조건으로 10억 원을 받는다는 소문도 있는데.
차범근 : 감독할 때도 돈을 좀 받았고, MBC 해설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중계는 SBS가 단독으로 2014년까지 하게 돼 있다. 내가 만약 해설을 한다면 2014년 브라질 해설을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브라질은 잘 아는 대로 세계 최강이고 많은 인프라를 가지고 있고, 보고 배울 게 많은 나라이다. 그런 기회를 SBS가 요청한다면 나는 기꺼이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난 월드컵 때 MBC에서도 많은 돈을 줬고, 해설을 하면서 얻어지는 수입은 내가 평생 준비하는 것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월드컵에 MBC가 지불한 돈으로 축구교실 훈련센터를 장만했다. 돈이 없어서 일이 진척이 잘 안됐는데, 이번에 SBS가 많은 돈을 준다면 축구교실 후속사업으로 운동장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다. SBS가 가능한 한 많은 돈을 줬으면 좋겠다. (웃음)
차두리 선수에 대한 이번 활약상은 어떻게 평가하나.
차범근 : 가장 어려운 질문을 하니까 땀이 더 나는 거 같다. (웃음) 2002년 우리 아들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히딩크라는 감독이 어느 날 차두리라는 대학생을 대표팀으로 발탁해서 아빠인 나의 대를 이어 월드컵에 참여하는 영광을 얻게 됐다. 대단한 영광이다. 내가 아들을 원했고, 축구를 하는 것을 원했고,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선수가 되는 것을 희망했다. 2002년 월드컵을 치르고 난 보너스로 또 병역(면제)의 혜택을 입고 뜻하지 않게 4주 동안 기본 교육만 받았다. 2~3년을 앞당겨서 해외 진출의 기회를 얻었고, 본인이 태어나고 아버지가 활약한 독일에서 축구를 하게 돼서 자랑스럽고 기특했다. 2006년 월드컵, 엔트리에 탈락했지만, 아버지와 해설을 할 기회를 가지게 됐다. 우리 부자가 해설을 통해서 기쁨을 줄 수 있게 돼서 또 큰 행복이었다. 이번에도 조마조마하게 최종엔트리 날을 기다렸는데 우리 아들이 대표팀에 합류하게 돼서 아버지로서 정말 기뻤다. 우리 아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축구 실력을 맘껏 발휘해서 한국 축구가 16강을 가는 데 역할을 한다면 그것보다 더 큰 보람이 어디 있겠나. 대표팀에서 자기 역할을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저돌적인 플레이를 보여준 덕분에 ‘차미네이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아들이 골을 넣었으면 하는 욕심은 없나.
차범근 : 누구라도 자기 자식이 월드컵에 나가서 골을 넣는 것을 보고 싶지 않겠나. 수비라고 골을 넣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자리가 수비니까 크게 바라지는 않는다. 골을 넣으려고 나가려다 뒤가 문제가 될까 봐 골을 넣으라고 하진 못하겠다. (웃음)
같은 조의 그리스 오토 레하겔 감독과 축구하던 시절 인연이 있는 걸로 안다.
차범근 : 이번 월드컵에는 친분이 있는 감독이 좀 있다. 오토 레하겔 감독은 아버지뻘 되는 감독이다. 분데스리가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면 느낌은 가족 같아도 막상 같이 지내기가 힘든데, 오토 레하겔 감독과는 종종 부딪히고 만났다. (차)두리가 독일에서 제일 먼저 갔던 팀이 빌리베르트인데, 이들을 만나러 간 곳에서 같은 호텔에서 오토 레하겔 감독과 함께 묵었다. 운동장을 가는데, 우리가 가는 차편에 본인이 같이 가기를 원해서 함께 가서 관전했다. 정이 많고 두리를 예뻐했던 감독이다. 개인적으로 보면 반갑고 아마 나를 잘 알기 때문에 나를 보면서 우리 한국팀을 보지 않을까 싶다.
“해설자의 입장으로 감독, 선수에게 용기와 힘을 넣어주겠다” 예선 상대에 대한 평가를 해 달라. 먼저 그리스.
차범근 : 1차전을 해야 되는 그리스는 190cm가 넘는 장신이 많다. 반면에 장신들이다 보니 민첩한 행동들이 부족하다. 내가 보기에 그리스는 수비에 있어 우리보다 훨씬 더 견고하고 무게감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수비를 두텁게 하면서 상대가 공격을 많이 해올 때 빠르게 역습해 골을 얻는 게 장점이자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돈된 수비를 공략하는 데 있어서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우리가 수비를 좀 더 견고하게 하면 우리에게 많은 공간이 얻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스는 대단한 위력의 세트피스를 가지고 있고, 어떤 상대를 만나도 골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팀이다. 이 부분을 우리가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다른 것을 잘해도 이런 부분에서 그르칠 수 있다.
나이지리아는 어떤가.
차범근 : 아프리카 팀들이 대체로 어수선하다. 최근에 나이지리아는 감독도 바뀌었다. 감독 시절 토고와의 경기 전날 토고 팀을 도와주는 선수 매니저와 캠프를 들어간 적이 있다. 이방인이 전쟁을 준비하는 지역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자체는 결코 좋은 게 아니다. 내가 들어갔다는 건 허점이 있다는 거다. 보도에도 나왔듯이 나이지리아 내부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마지막 경기를 봤는데 기술도 좋고 패스에 의한 공격 모두 다 좋은데 조직력 면에 있어서는 많은 허점이 있다는 걸 느꼈다. 우리 선수들이 잘 뛰기 때문에 이런 기동력을 통해서 승부를 걸면 넘을 수 있는 벽이라고 생각한다.
아르헨티나는 어떤가.
차범근 : 아르헨티나는 워낙 베일에 싸여 있다. 경기도 잘 안 하고. 한 선수 한 선수가 대단해 수비를 한순간에 허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기대를 걸어볼 것은 지난 스페인 경기처럼 우리가 조직적으로 선 수비, 후 공격으로 90분을 줄기차게 소화한다면 의외로 고지대에서 펼쳐지는 경기에서 좋은 결과도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대회 기간 동안 허정무 감독에게 조언할 의사가 있는지.
차범근 : 이번에 남아공에 가게 되면, 아마 몇 번은 대표팀 감독을 만나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떤 이야기 한다기보다는 대표팀을 이해하고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을 시청자들에게 잘 설명하기 위해서 감독의 생각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감독에게 어떤 것을 조언하는 것은 나로서는 위험스럽다. 내가 아니라도 너무나 많은 사람이 말을 하기 때문에 감독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나는 해설하는 사람으로 감독이나 선수들에게 용기와 힘을 넣어줄 수 있는 역할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전에는 해설하면서 대표팀 감독을 만나 본 일이 없다. 감독을 하는 입장에서 많은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나까지 짐을 지어주는 것 같아서 가질 않았다.
월드컵에 뛴 경기 중에 기억에 남는 경기를 꼽자면.
차범근 :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 두 번째 불가리아와의 경기가 여운에 많이 남는다. 내가 1978년도 독일로 떠난 이후 함께 경기를 해보지 못하다가, 1986년 월드컵 때 오랜만에 함께 경기를 하게 됐다. 나는 8년 정도를 유럽에서 활동했고, 한국 선수들은 아시아에서 활동했다. 나는 유럽에서 하던 대로 어떤 움직임을 하면 어려움 없이 공이 전달되던 유럽과는 달리, 그날 계속 엇박자가 나서 내가 오프사이드를 굉장히 많은 한 것으로 기억한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라고 생각돼서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나라의 16강 진출을 위해 한마디 해 달라.
차범근 : 한국에서 2002년 붉은 악마는 대단했다. 온 나라가 빨간색으로 물든 그런 장면은 내가 죽을 때까지, 월드컵을 통해서 그런 장면을 볼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까 선수단만 잘해서 안 된다는 것에 응원도 포함된다. 그 정도는 아니라도, 남아공에 가서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는 일들은 분명 우리 선수들에게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에 남아공에 가시는 많은 분이 정말 신바람 나게 2002년을 연상하면서 힘과 기를 좀 불어 넣어 주십사하고 부탁한다. TV를 시청하는 시청자들도 우리 선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한다. 대표팀이 이런 힘을 얻고 16강 진출로 국민의 성원에 보답을 했으면 좋겠다.
사진제공. SBS
글. 원성윤 twel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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