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의 ‘Hot Summer’ vs 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
f(x)의 ‘Hot Summer’ vs 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
f(x)의 ‘Hot Summer’
제목은 평범하다. 더우니까 ‘Hot’, 여름이니까 ‘Summer’. 그동안 ‘La-Cha-Ta’, ‘Chu~♡’, ‘NU ABO’ 로 암호의 미로를 헤매야 했던 시절에 비하면 가사 또한 무난하다. 특히 저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보게 만드는 “청소 안 한 방에서 어서 나와라 어서”로 듣는 이의 폐부를 찌르고 “뜨거운 광선 쏟아져 앗 따끔해 눈부셔 살짝 찌푸린 눈 선글래스 / 얼음을 깨문 입 속 와작 얼얼해 하늘은 파랗다 못해 투명해져”로 사랑스럽게 오감을 깨우는 전개는 독창적 앨범 인증을 부른다. 하지만 올 레드로 칠갑하고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것 같이 상큼한 이 미소녀들은 여전히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최근 유럽에까지 상륙한 여세를 몰아 “한강에서 물 파란 동해에서 저 워터 파크에서 재밌게 놀자”로 독도 영토주권 수호에 대한 의지를 표현한 데 이어 한국 방문의 해에 걸맞게 “땀 흘리는 외국인은 길을 알려주자”는 캠페인은 물론 “너무 더우면 까만 긴 옷 입자”는 ‘리빙 포인트’까지 제시하는 선구자적 아이돌, 게다가 지구상 어딜 가도 먹히는 앰버가 돌아왔다!

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
제목부터 비범하다. 중학교 2학년만 지나고 나면 차마 자기 입으로는 내뱉지 못할 것 같은 내.가.제.일.잘.나.가. 하지만 코웃음치기 전에 앞서가 버린다. “넌 뒤를 따라오지만 난 앞만 보고 질주해 / 네가 앉은 테이블 위를 뛰어다녀 I don’t care” 한 마디로 (못 나가는) 너 따위가 뭐라던 상관 안 하고 아웃 오브 안중이란 뜻이다. 게다가 여덟시 반 약속이면 일곱 시 반에 화장하다 말고 황급히 달려 나가는 범인(凡人)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지금은 여덟 시 약속시간은 여덟 시 반 / 도도한 걸음으로 나선 이 밤”이란다. “뭘 좀 아는 사람들은 다 알아서 알아봐”라는 그들에겐 피구왕 통키 같다는 소심한 지적도 소용없다. “누가? 네가 나보다 더 잘 나가? No no no no!” 불교와 부두교를 넘나드는 업신여김을 이길 수 있는 자 그 누가 있으랴. 심지어 그들을 동경한 다른 가수가 자진해서 티저 영상을 상납하는 경지에 이르렀으니 이 마성의 노래, 최고로 잘 노는 아가씨들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센 척 하는 게 아니라 난 세!”

글. 최지은 five@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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