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거지? 와하하하. 안 되겠다. 우선 초콜릿 하나 먹고 정신을 차려야지.” 김수현은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말들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자신이 답답했던 모양인지, 허공과 바닥을 응시하고 있던 시선이 정확히 인터뷰어의 얼굴로 향하도록 측면으로 앉아있던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 후에도 몇 번이나 어려워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에 최대한 가까운 단어를 찾으려 무던히 노력했다. 몇 초간의 정적이 끝나는 직전의 순간까지도 어떤 눈빛으로 어떤 말을 내뱉을 지 예측할 수 없었다. 김수현에게서 그가 연기했던 KBS 의 순박한 송삼동이나 SBS 의 강인한 이성모의 모습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이런 첫인상을 마주할 줄은 몰랐다.
치열함이 빚어낸 결과물 김수현은 하나의 형용사로 표현하기 어려운 첫인상만큼이나 아직 고정화된 이미지가 없는 배우다. 그럴 정도로 많은 작품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도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매 작품마다 낯선 분위기를 풍겼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목구비가 뚜렷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황금비율의 조각미남은 아닌 김수현은 덕분에 하나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얼굴들을 만들어냈다. 그의 존재를 본격적으로 알린 작품인 SBS 의 어린 차강진에게서 데뷔작 MBC 의 수영부 막내가 보여줬던 해사한 미소는 찾아볼 수 없었고, 미군 부대에서 피 비린내 나도록 복싱을 하고 극 중 최고의 악역이었던 조필연(정보석)에게 맞섰던 SBS 의 어린 이성모에 이르러서는 조금이라도 남아있던 소년의 모습을 지우고 땀 냄새 물씬 풍기는 청년이 되어있었다. 이것을 단지 작품을 잘 만났다는 ‘운’으로만 설명하기엔, “사람을 사물 쳐다보듯이 초점을 넓히”는 눈빛 연기를 연습하고 개인적으로 우울할 때조차 눈물을 흘리는 이유보다 그 상황이나 동작을 기억해 연기에 적용시켰던 그의 노력이 너무나 치열했다.
그렇게 소년의 얼굴로 중년 배우들에게 밀리지 않을 만큼 어른스러운 아역 연기를 해냈던 김수현은 누군가의 아역이 아니라 그가 만들었던 짧은 인생 자체가 또 한 명의 주인공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인간 김수현을 보여주는 게 가장 무서워” 본인의 인지도를 단시간 내에 높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고사했던 그는 온전히 연기력만으로 데뷔 5년차, 스물넷의 나이에 이토록 주목받는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아이돌 그룹 출신 배우들이 대부분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는 그런 점에서 김수현의 유일무이한 장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준 작품이다. 시골에서 노래하고 싶다는 꿈 하나만 믿고 상경한 송삼동이 다른 가수 지망생들을 물리치고 ‘K’의 주인공이 된 결말을 납득시킨 것은 그의 진정성 있는 연기력이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짝사랑하는 혜미(배수지)를 향해 “내한테는 니가 음악이고 음악이 니였다”고 고백하는 그의 눈빛은 애초에 김수현이 목표한대로 “꽉 안아주고 싶은” 모성애를 끄집어냈다. 김수현이 전작들을 통해 디테일한 눈빛을 연습한 결과는 대본에서 만들어 낸 캐릭터 그 이상의 매력을 빚어냈다.
송삼동과 함께 자란 김수현의 꿈 그래서 는 드라마의 내용처럼 김수현의 꿈에 한발 짝 더 다가서게 하는 작품으로 남았다. 소년의 얼굴과 어른스러운 내면을 가진 채 어른들의 세계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던 그는 를 통해 자신의 젊음 그대로의 모습으로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의 인기를 통해 10~20대 시청자들이 김수현을 집중하기 시작했고, 그가 KBS 의 인터뷰를 위해 길거리를 걷기 시작하자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노래와 춤에 연기와 예능까지 소화하는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아이돌들이 인기의 중심인 지금, 김수현은 배우들 중 드물게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이돌적인 위치에 올라섰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억지로 캐릭터를 만들지 않더라도 배우로서의 스타성을 충분히 입증하며 한 단계 도약한 셈이다. 게다가 를 위해 몇 달 동안 JYP 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 생활을 했던 경험은 아이들보다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던져놓았다. “올라운드 배우”라는 그의 꿈이 한 발짝 성큼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글. 이가온 thirteen@
편집. 장경진 three@
치열함이 빚어낸 결과물 김수현은 하나의 형용사로 표현하기 어려운 첫인상만큼이나 아직 고정화된 이미지가 없는 배우다. 그럴 정도로 많은 작품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도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매 작품마다 낯선 분위기를 풍겼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목구비가 뚜렷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황금비율의 조각미남은 아닌 김수현은 덕분에 하나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얼굴들을 만들어냈다. 그의 존재를 본격적으로 알린 작품인 SBS 의 어린 차강진에게서 데뷔작 MBC 의 수영부 막내가 보여줬던 해사한 미소는 찾아볼 수 없었고, 미군 부대에서 피 비린내 나도록 복싱을 하고 극 중 최고의 악역이었던 조필연(정보석)에게 맞섰던 SBS 의 어린 이성모에 이르러서는 조금이라도 남아있던 소년의 모습을 지우고 땀 냄새 물씬 풍기는 청년이 되어있었다. 이것을 단지 작품을 잘 만났다는 ‘운’으로만 설명하기엔, “사람을 사물 쳐다보듯이 초점을 넓히”는 눈빛 연기를 연습하고 개인적으로 우울할 때조차 눈물을 흘리는 이유보다 그 상황이나 동작을 기억해 연기에 적용시켰던 그의 노력이 너무나 치열했다.
그렇게 소년의 얼굴로 중년 배우들에게 밀리지 않을 만큼 어른스러운 아역 연기를 해냈던 김수현은 누군가의 아역이 아니라 그가 만들었던 짧은 인생 자체가 또 한 명의 주인공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인간 김수현을 보여주는 게 가장 무서워” 본인의 인지도를 단시간 내에 높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고사했던 그는 온전히 연기력만으로 데뷔 5년차, 스물넷의 나이에 이토록 주목받는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아이돌 그룹 출신 배우들이 대부분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는 그런 점에서 김수현의 유일무이한 장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준 작품이다. 시골에서 노래하고 싶다는 꿈 하나만 믿고 상경한 송삼동이 다른 가수 지망생들을 물리치고 ‘K’의 주인공이 된 결말을 납득시킨 것은 그의 진정성 있는 연기력이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짝사랑하는 혜미(배수지)를 향해 “내한테는 니가 음악이고 음악이 니였다”고 고백하는 그의 눈빛은 애초에 김수현이 목표한대로 “꽉 안아주고 싶은” 모성애를 끄집어냈다. 김수현이 전작들을 통해 디테일한 눈빛을 연습한 결과는 대본에서 만들어 낸 캐릭터 그 이상의 매력을 빚어냈다.
송삼동과 함께 자란 김수현의 꿈 그래서 는 드라마의 내용처럼 김수현의 꿈에 한발 짝 더 다가서게 하는 작품으로 남았다. 소년의 얼굴과 어른스러운 내면을 가진 채 어른들의 세계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던 그는 를 통해 자신의 젊음 그대로의 모습으로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의 인기를 통해 10~20대 시청자들이 김수현을 집중하기 시작했고, 그가 KBS 의 인터뷰를 위해 길거리를 걷기 시작하자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노래와 춤에 연기와 예능까지 소화하는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아이돌들이 인기의 중심인 지금, 김수현은 배우들 중 드물게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이돌적인 위치에 올라섰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억지로 캐릭터를 만들지 않더라도 배우로서의 스타성을 충분히 입증하며 한 단계 도약한 셈이다. 게다가 를 위해 몇 달 동안 JYP 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 생활을 했던 경험은 아이들보다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던져놓았다. “올라운드 배우”라는 그의 꿈이 한 발짝 성큼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글. 이가온 thir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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